벙커 탈출은 잘 하는 대신 퍼팅은 잘 못하는게 두산야구다. 감동을 주는 승부는 많지만, 정작 그 만큼의 우승은 이루지 못한 팀. 그래서 더더욱 우승에 대한 갈증이 심하지 않을까? 물론 다른 팀들도 우승에 대한 열망이 크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올해는 퍼팅까지 잘해서 꼭 그린자켓을 입었으면 한다. 


올 포스트시즌은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이다. 상대는 넥센. 껄끄럽다. 페넌트 레이스 막판까지 2위 싸움을 벌이다 4위로 추락했기에 그닥 유쾌하진 않았다. 게다가 2위는 lg인 탓에 자존심까지 상했더랬다. 어쨌든 이번 준플은 마뜩찮은 시리즈다. 그래서 그런지 1, 2차전 모두 아쉽게 내줬다. 박병호라는 괴물에 된통 당했다. 그가 날린 홈런은 니퍼트를 무너뜨렸고 목동에서 1승도 건지지 못했다. 목동에서 약했던 징크스가 현실화 됐다. 이렇게 되면 5차전까지 간다 한들 lg를 이길 수 있을지는 장담 못하는 상황. 우울했다.


그리고 맞은 3, 4차전. 넥센에 박병호가 있었다면 우리에겐 최재훈이 있었다. 부진했던 양의지를 대신해 포수 마스크를 쓴 최재훈은 믿기 어려운 활약을 투타에서 보여줬다. 포수의 제 1덕목인 투수 리드는 전성기의 박경완을 연상시켰고, 그가 날린 홈런 하나는 시리즈의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단기전에서는 누군가 미쳐줘야 한다고 하는데, 그 주인공이 최재훈일 줄은 아마 누구도 예상 못했을 것이다. 이제 행복했던 잠실과는 이별하고 목동에서 마지막 결판을 남겨놨다. 사실상 4차전 승리로 분위기는 이미 우리가 가져왔다. 리버스 스윕을 예상하긴 했다. 남은 변수는 목동구장의 작은 사이즈일 뿐.



마지막 5차전. 선발은 유희관. 유희관을 나는 구세주라고 부르고, 130km 대의 아리랑볼을 나는 불꽃직구라 부른다. 유희관은 올 시즌 내내 초인적인 성적을 보여줬다. 그 성적을 혹자는 우연으로 격하시키기도 하지만, 유희관은 이를 실력으로 완전히 불식시켰다. 7이닝 1안타 9삼진 무실점. 완벽했다. 덩달아 이원석도 3점 홈런을 날려 9회말 투아웃까지 앞섰다. 그러나.. 그러나 넥센에는 박병호가 있었다. 박병호는 니퍼트의 승부에서 기어코 3점 홈런을 날려버렸다. 혹시나 했던 동점이 눈앞에 펼쳐졌을 땐 허탈했다. 너무 진이 빠져 이대로 끝내기로 진다해도 아쉬울게 없었다. 오히려 이 괴로운 승부를 빨리 누군가 끝내주길 바랐다. 그리고 야구를 당분간 끊고 싶었다. 아마 두산 응원하면서 이런 기분은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기나긴 승부 끝에 13회초 최준석과 오재원의 홈런으로 두산은 넥센을 물리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누구도 하지 못한 리버스 스윕을 두산은 두번이나 해낸 것이다. 자랑스럽긴 했지만 심장병 걸릴지도 모를 경험을 했다. 누가 그랬다. 두산야구는 건강에 해롭다고.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다시 빠져드는건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플레이오프가 오늘부터 시작한다. 준플에 이겼을 때는 플레이오프는 덤이라 생각하자고 했는데, 막상 플레이오프 게임데이가 되니 막상 마음을 그렇지가 않다. 상대가 lg라 그런지 더더욱 전투력이 상승한다. 닥치고 V4!


우울한 5월의 마지막 날. 에이스 니퍼트가 올라왔는데도 졌다. 4연패다. 날개없는 곰은 수직낙하를 계속 했고, 상위권 팀들 보다 하위권 팀들이 더 가까워 보였다. 그리고 6월이 왔다. 상대는 1위팀 넥센. 물량공세로 겨우 한게임 잡고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마지막 경기는 넥센의 벤 헤켄을 유희관이 넉아웃시키면서 2연승을 달렸다. 5월의 악몽이 6월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6월의 시작은 찬란했다. 


[사진 출처 :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홍성흔이 얘기했단다. 두산 선수들에겐 5월 트라우마가 있다고. 맞는 말이다. 언제부턴가 5월은 내리막을 타는 시기가 되어 버렸다. 두산 팬들이 언급하기 꺼려하는 그 사건 이후, 두산은 거짓말처럼 내리막길로 떨어지기도 했다. 결국 시즌을 5위로 마감했더랬지. 그리고 2011년 어린이 날 LG에 4-12로 대패하면서 김경문 감독이 사퇴하기도 했다. 당연히 선수단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그래도 오월동주라는 말처럼 5월이면 불방망이를 휘두르던 두목곰도 있었는데, 그 역시 완연한 노쇠화 분위기다. 


어쨌든 올해도 5월은 우울한 분위기로 마감했다. 9승 15패. 외견상 완전 망조는 아니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선발과 불펜진이 무너진 최악이었다. 그나마 버텨준건 니퍼트와 노경은 뿐, 김선우, 김상현, 올슨은 사라졌고, 땜방 선발들은 버티기에 한계를 노출했다. 믿었던 미스터 제로 오현택도 몇차례 블론 세이브를 승을 날렸다. 중간에서 과부하 걸렸던 탓이다. 특히 SK에게 당한 10점차 역전패는 선수들과 팬들에게 진정한 멘붕의 의미를 곱씹게 했다. 이른바 508참사의 후유증으로 투수진들은 자신감을 잃기도 했다



그러나 6월엔 올슨이 일단 올라왔고, 이용찬도 복귀한다는 소식이다. 처음부터 작년의 위력적인 공을 뿌리긴 어렵겠지만, 두산으로선 희망가를 부를 만 하다. 손시헌도 컴백한단다. 허경민과 김재호가 잘 막아주긴 했지만, 손시헌의 안정감과는 아직 차이가 있다. 예전의 클러치 능력까지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이종욱도 타격감이 살아났고, 윤석민도 홈런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가장 기쁜건 기계의 안타. 이번주 내내 안타 1개 밖에 생산하지 못했지만 마지막 안타를 뽑아내면서 부진탈출을 예고했다. 특히 덕아웃에서 이종우과 껴안으며 파안대소하는 모습은 컨디션 좋은 기계를 기대케 한다. 


다음 주가 또 하나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5연승으로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LG와 주초에, 1위 팀 삼성과는 주말에 만나기 때문. 5월과 다른 6월 분위기를 이어 나가려면 다음주 최소 3승 나아가 4승은 따내야 한다. 모두 어웨이로 치러진다. 



두산팬 친구와 넥센전 잠실을 찾았습니다. 바빠서 사실 가기는 쉽지 않았으나, 넥센과의 첫 날 경기 관중석을 보니 가야겠다 싶었더랬죠. 달감독님의 사퇴로 분위기 다운되고 하위권을 맴돌고 있으나, 팬들마저 의기소침하면 안되거든요. 이런 바램들이 모아졌는지 어쨌든 이겼습니다. 수훈선수는 승리투수인 이용찬,3점홈런 날린 장돈건이었네요. 

경기는 한 이닝 9점을 뽑은 두산의 일방적인 승리였는데, 근래 보기드문 화끈한 불방망이쇼였습니다. 덕분에 여유있게 맥주마시며 직관했구요. 친구와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한가지 주목할 만한 선수는 김강률이었네요. 얘기로만 들었는데 고교 4대천왕으로 불릴만 하더군요. 큰키에서 내리꽂는 직구가 꽤나 묵직했습니다. 시속 150km까지는 봤구요. 왠만하면 145km 이상을 던지더이다. 위기관리능력도 갖추어서 잘만 키우면 선발감으로 괜챦지 싶습니다. 이번엔 제발 마운드에서 화수분이 탄생했으면 하네요. 

두산은 올 시즌 내내 위기일겁니다. 외부환경이 너무 안좋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다시 신발끈을 조여매며 겸손한 마음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봐야 할겁니다. 올 시즌... 머리로는 기대가 안되지만, 가슴으로도 포기가 안되네요. 어쨌든 닥치고 V4!

덧글...
김재호 응원가 참 신나더군요. 오종학 작품 중에 이종욱 다음으로 좋습니다. 근데 응원가가 아무리 좋아도 ㅋㅋ가 출전안하면 응원가는...? 이제 우리 ㅋㅋ만 잘하면 됩니다.
 
 

두산이 시즌 첫 스윕을 했습니다. 야구에서 스윕은 사막에서 발견하는 오아시스와 같죠. 말할 수 없는 기쁨과 달콤한 여유를 제공해줍니다. 하지만 상대가 넥센이었기에 기분이 마냥 날라기만 하진 않네요. 넥센에 대한 안쓰러움이 마음 한편에 있는건 어쩔 수 없군요. 어쨌든 프로에서 승부는 냉혹한 법. 기분 좋은 결과는 결과대로 만끽하렵니다.
 
1차전 : 2-0 승 두산, 넥센 수비 실책에 2-0 영봉승
2차전 : 7-3 승 '첫 QS 승' 김성배, "피홈런 때 불효하는 줄 알았다"
3차전 : 8-1 승 김선우, "와이프에게 좋은 생일 선물 해줬다"
 
이번 3경기 승리가 더 기쁜건 모두 선발이 제 역할을 해줬다는겁니다. 니퍼트, 김성배, 김선우 모두 모범답안을 보여줬구요. 성배와 써니는 QS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김성배처럼 5선발이 이렇게 QS를 끊어주면 더없이 고마운 법이죠. 덕분에 불펜진은 배터리 충전을 했습니다. 앞으로 김성배의 바람대로 10승에 3점대 방어율 이루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타격도 매끄럽게 이어진 덕에 긴장감없는 스윕을 가져왔습니다. 애초에 이번주에 5승 1패면 만족 4승 2패면 불만족이라고 했는데, 목표에 가까운 성과를 보여줘 주말 대전 3연전도 한결 여유있게 되었네요. 잘만 하면 더블 스윕도 가능하지 않으려나...? 음... 다음주 상대가 사자와 비룡인만큼 승수를 챙겨놓는게 편하긴 합니다.
 
이번 넥센 3연전 중에는 직관도 한번 했는데요. 잠실구장에서 구입한 점퍼도 조만간 인증샷으로 올리겠습니다. 생각보다는 이쁘네요. 다음엔 아기곰과 함께 가서 커플룩으로 구입할까 합니다.
 
덧글...
여전히 스크는 1위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1위할 만한 강팀이란건 알지만 우야둥둥 얄밉네요. 1.5게임차 유지하다가 다음주 주말 인천 3연전에서 뒤집었음 합니다.

지난 넥센전에 올 시즌 첫 직관갔습니다. 결과는 바람대로 김성배의 QS에 힘입어 깔끔하게 1승 챙겼구요. 덕분에 편안하게 지켜본 직관이었네요. 첫 잠실출격은 알렉스와 같이 했는데, 간만에 봐서 반가웠습니다. 앞으로도 가끔씩 야구장에서...^^
 
선발이 안정되고 클린업이 터지니 경기의 긴장감은 상당히 떨어지더군요. 이런 야구만 보면 아마 장수할 수 있을 듯... 대신 넥센선수와 관중을 유심히 지켜봤는데, 적군이라기보다 안쓰러운 마음이 컸습니다. 예전 명문구단의 위용은 어디 가고 조금은 초라한 모습이 짠해지더군요. 특히 손꼽을 수 있을 만큼의 관중과 소박한 응원소리는 착잡하기까지 하더이다. 정말 롯데가 달해야 한국 프로야구가 사는게 아니라, 넥센이 잘해야 비로소 한국 프로야구가 중흥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부디 좋은 구단주만나서 꼭 현대시절의 영광을 되찾기 바랍니다.
 
이날 경기는 김성배가 당연히 잘해줬고, 두목곰의 3점홈런 포함 4타점, 오재원의 멀티히트, 최준석의 결승타점 등 흠잡을데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김성배가 이렇게만 해준다면 우리도 선발야구를 할 희망이 생길 것 같구요. 불펜도 쉬엄쉬엄 체력관리 할 수 있겠네요. 이번주 5승 1패면 만족, 4승 2패면 불만이라고 했는데, 일단 2승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덧글 1...
져지를 구입하려다 점퍼같은 트레이닝복으로 바꿨습니다. 27번, 53번 져지가 없기도 했지만, 왠지 이뻐보이더군요.색깔은 군청색과 빨간색의 조합입니다. 집 근처에서 입고다녀도 무난할 것 같네요. 그나저나 왜 이렇게 멋있는 져지가 많은겁니까? 잠실 갈 때마다 하나씩 구입...할 것 같네요.
 
덧글 2...
2군에서 윤석민이 본즈놀이 하고 있습니다. 한번 올려서 키웠으면 하네요. 그나저나 알렉스와도 얘기했지만, 투수 유망주들은 왜 이리 더디게 성장하는건가요? 홍삼이, 노갱이, 원재, 강률이, 야곱이, 승수, 능금이, 민석이, 현진이, 현호... 잠실에서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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