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사람에게는 영국사람의 감동코드가 있듯이, 한국사람에게는 한국사람에 맞는 감동코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러브 액츄얼리'의 아류일꺼라는 선입견 때문에 그닥 관심을 두진 않았었는데요. 편견의 벽을 없애고 영화를 보니 겨울철 따뜻한 털장갑을 낀 듯한 느낌이네요. 역시 한국사람에게는 쓴 커피보다 구수한 숭늉이 어울립니다.

이 영화는 잘 짜여진 시나리오도 볼만했지만,배우들의 연기가 압권이네요. 임창정, 서영희, 주현, 오미희, 윤진서, 김수로, 황정민, 엄정화천호진 모두 자연스럽게 배역에 녹아 들어갔습니다. 연기를 잘한다는건 본인 뿐만 아니라 관객까지 역할에 몰입하게 만드는데요. 때로는 긴장되게,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기쁘게 만든 덕분에 영화는 두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등장하는 많은 커플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임창정, 서영희 커플이 가장 감동적이네요. 특히 임창정이 지하철 안에서 봉투를 뒤집어 쓰고 승객앞에서 아내를 위한 기도를 부탁하던 장면은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그간 임창정이 출연했던 영화는 대부분 웃긴 코드가 한두 장면은 들어갔는데요. 이 영화에서는 전혀 그런게 없었죠. 소시민의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줬습니다. 마치 짐 캐리를 보는 듯하더군요. 임창정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서 행복했습니다.

영화는 '러브 액츄얼리'의 아류작 답게 모두 행복한 결말을 맺습니다. 주현과 오미희 커플의 로맨틱한 엔딩장면은 근래 본 프로포즈 중 가장 멋있지 않았나 싶네요. 나이가 들어도 충분히 젊게 사는거 보니 역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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