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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The chaser)', 이 영화를 한국판 스릴러 영화라고 하던데요. 보고 나니 왜 그렇게 불리는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리고 왜 매니아들이 그토록 열광하는지도 알 수 있을꺼 같구요. 최근에 본 영화로는 '세븐데이즈' 이후 웰메이드 작품이 또 하나 탄생한 듯 싶습니다.

이 영화는 진행되는 동안 팽팽한 긴장의 사슬에서 관객을 놓아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특이한건 그렇다고 보통의 스릴러물처럼 상투적인 반전을 사용하지도 않는다는 점입니다. 범인이 누구인지도 모르게 숨겨뒀다가 의외의 인물로 터뜨리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처음부터 범인은 야비한 모습을 드러내죠. 다만 그 범인을 어떻게 누가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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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은 범인이 누구인지 알기에 영화 속에서 경찰과 검찰이 짚는 헛다리 수사에 가슴을 졸이고 보게 되고, 진실에 가장 근접해 있는, 하지만 악인이라 할 수 있는 포주 엄중호(김윤석 역)에 동질감을 느끼게 되죠. 그래서 이 영화는 다른 스릴러물과 조금은 다른 구성이라 할만합니다.

영화의 매력은 영화의 프레임을 강렬한 캐릭터 한명에만 몰입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사건의 중심은 살인마 지영민(하정우 역)에 맞춰져 있지만, 사회의 먹고 먹히는 정글의 법칙도 놓치지 않습니다. 경찰들의 비리, 전직 경찰과 현직 경찰들의 불온한 의리관계, 경찰을 주무르는 무능한 검찰, 정치권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경찰, 그리고 민생탐방이랍시고 시장에서 어슬렁 거리는 서울시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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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눈에는 이 모든 것이 우리 사회를 이루는 하나의 구성요소임을 담담히 그려내죠. 그래서 관객으로 하여금 사회의 부조리한 부패한 시스템 전체를 답답하게 인식하게 합니다. 그리고 서울시장의 얼굴에 인분을 뿌리는 약간 정신을 살짝 놓은 시민에 관객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됩니다.

이런 오밀조밀한 영화를 만든 감독이 알고보니 신인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영화감독 나홍진의 프로필은 별로 볼게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대단하게 느껴지는군요.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되네요. 그리고 김윤석과 하정우 연기는 영화의 화룡점정을 놓습니다. 김윤석이야 원래 연기 잘하는 배우로 알고 있었는데요. 하정우는 솔직히 초면이네요. 근데 알고보니 탤런트 김용건의 아들이라는군요. 피는 못속이는가 봅니다. 사이코 살인마역을 무리없이 소화해낸거 보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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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건 영화에서 살인마 지영민과 망원교회와의 관계가 약간 모호하게 그려졌다는 겁니다. 분명 영화의 흐름상 교회의 장로 집을 살인공장으로 삼았고, 망원동의 밤풍경에 빨간 십자가가 두드러지게 보인 것이 거대한 공동묘지를 연상케 한다는점, 살인 방식이 십자가에 박혀 죽은 예수의 이미지와도 일맥상통한 장면이 있었음에도 더 이상 뚜렷한 언급없이 넘어간 것은 많이 아쉽네요. 결국 살해동기는 성불구자의 변태적인 성욕채우기로 밖에 볼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뭔가가 하나 더 있을 법한 뉘앙스는 잔뜩 뿌려놓고 슬그머니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영화의 세세한 부분까지 사실적으로 그리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창에서 뛰쳐 나온 김미진(서영희 역)의 머리가 비교적 멀쩡한 상태라는 것, 살해된지 오래된 시체들이 발굴되었을 때 썩은 부분이 거의 없었던 점, 그리고 마찬가지로 어항 속에 있던 머리가 물에 불은 듯한 느낌이 없었던 점 등은 스릴러의 특성을 더욱 강하게 극대화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유감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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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볼 때 꽤 괜챦은 영화임에 틀림없습니다. 꼭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단, 비위가 상하거나 잔인한 장면에 과도한 반응을 보이시는 분은 삼가시는게 좋을꺼 같네요.

곁다리로 디렉터스 스페셜 올립니다.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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