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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티켓이 있다고 해서 갑작스레 뮤지컬을 봤습니다. 황정민이 출연한 뮤지컬 '나인(Nine)'인데요. 연기력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황정민이 어떻게 변신할까 궁금했었습니다. 사실 전 전문 뮤지컬 배우가 아닌 연예인이 뮤지컬 하는 것에 대해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 반반씩 갖고 있거든요. 조승우는 참 좋았던 케이스였는데, 허XX나 유XX 등은 성량도 딸리고 대사 전달력이 분명치 않아 이해하는데 힘들었던 기억이 있죠. 일단 황정민은 좋은 쪽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뮤지컬은 일단 노래를 잘해야 하는데 황정민은 생각보다 훨씬 더 노래를 잘 하더군요. 목소리도 굵고 꽤 커서 무슨 대사를 하는지 또렷했구요. 듣기에도 편안했습니다. 연기도 물론 잘하구요.

근데 결정적으로 뮤지컬은 그닥 재미없더군요. 원작의 한국적으로 해석하는 힘이 아쉬웠습니다. 뮤지컬은 이탈리아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자전적 영화 '8과 1/2'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주연해서 유명해졌는데 황정민이 바로 그 귀도 역을 맡았죠.

남자주인공 귀도는 9세에서 정신적 성장이 멈추어 버린 듯한 천재 영화감독의 방황을 그린 작품입니다. 영화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디어는 풍부하지만 현실은 상당히 피곤한 사람이죠. 아내에게도 이혼을 요구당하는 몽환적인 캐릭터입니다. 아내와의 화해를 위해 떠난 스파여행에서 바람피웠던 여자들이 등장하여 일은 더욱 꼬여만 가다 제작하는 영화도 망하고 와이프 루이사, 애인 칼라도 떠나고 홀로 남게 됩니다.




흡사 남자의 성장영화 같기도 하구요. 사랑과 전쟁을 뮤지컬화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바람을 피운 남자의 최후를 그린 권선징악적 성격도 엿보이네요. 근데 귀도가 그렇게 카사노바 행각을 벌이게 된 사실과 과거 어린 시절의 귀도가 카톨릭학교에서 겪었던 성적 충격의 연관성이 그리 잘 표현되어 있지 않아 연결고리 구실을 잘 못합니다. 결정적으로 스토리가 설득적이지 못해 재미가 없구요. 그래서인지 관객들의 호응도 그닥 밋밋했습니다.

저는 재미없는건 잘 참는데 부자연스러운건 못견디거든요. 근데 웃기려고 했던 대사와 시츄에이션이 그렇지 못할 때 느끼는 관객으로서의 당혹감이란... 좀 거시기 합니다. 그래서 그랬나요? 앵콜도 없었구요. 공연장을 나가는 관객들도 심드렁한 표정이더군요. 같이 봤던 후배도 그닥 재미있어 하진 않았구요. 그저 황정민을 가까이서 봤다는걸로 위안을 삼더군요. 황정민이 다른 뮤지컬을 한다면 기꺼이 볼 의향이 생겼습니다. 조승우만큼은 아니어도 충분히 뮤지컬을 해도 괜챦은 배우라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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