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게는 공 하나, 크게는 게임 하나가 꽤 오랜 기간동안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때 만약 이랬다면 결과는 엄청 달라졌을텐데 하는 아쉬움 같은건데요.
이런건 결과론에 근거한 말장난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나비효과'처럼 큰 반향을 불러오기도 하죠.

(나비효과 1) 김형석의 홈런..!
사건은 1986년 9월 17일에 벌어집니다.
OB베어스와 롯데자이언츠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도 공 한개로 엄청난 운명이 갈리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9회말까지 점수는 3:1, 투수는 최동원, 타자는 김형석이었죠. 최동원은 19승째를 거둔 당대 최고의 투수였는데요. 중요한 길목에서 그만 김형석에게 동점 투런홈런을 맞고 맙니다. 이 홈런에 숨겨진 엄청난 의미를 마운드에서 어이없어 하는 최동원도 그 순간엔 미처 몰랐을겁니다. 
 

우선 이 홈런 한방으로 OB는 승리를 가져갑니다. 4:3으로 역전하게 되구요. 최동원은 이 홈런 한방으로 20승 투수의 꿈이 물거폼되죠. 그리고 이 경기의 승리로 OB는 반경기차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작은 기적을 이룹니다. MBC청룡이 해태를 이기고 나서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는데요. OB가 지기만 하면 플레이오프에 올라가기에 홈런의 충격이 남달랐죠. 또 이 홈런으로 최일언은 가까스로 승률왕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애꿎게도 선동렬은 다승과 평균자책점, 승률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트리플 크라운을 뺏기고 말았죠.

김형석의 홈런 한방으로 벌어진 엄청난 결과였습니다.

이런 '나비효과'는 또 있었습니다.

(나비효과 2) 김동주를 뽑은 주사위..!
1998년 두산과 LG의 주사위 던지기에서 김동주는 두산으로 LG는 조인성을 지명하게 된 것이었는데요. 이 역시 엄청난 파생효과를 몰고오게 되죠. 김동주는 고등학교 시절에 좌재현 우동주라고 할 만큼 김재현과 라이벌이었는데요. 김재현이 LG로 간 이상 두산으로 가고 싶어했다고 하네요. 더욱이 대학 3년 선배인 심재학과 사이가 별로 안좋아서 두산행을 원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어쨌든 두산으로 가게된 김동주 때문에 조인성은 LG로 입단했구요. LG는 포지션 중복을 우려해 99년에 홍성흔 대신 김상태를 지명하죠. 당연히 두산은 홍성흔이었구요. 참고로 두산의 고졸 우선 지명은 구자운이었고, LG는 김광삼이었습니다. 지금도 LG팬들은 이 때의 픽을 무척 아쉬워하는데요. 두산으로서는 10년 농사를 이 때 다 지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쾌거였습니다.


김동주는 우동수 트리오를 이루며 프로야구 사상 최강의 클린업트리오를 이루게 되구요. 홍성흔은 최고 포수의 자리에 오르게 되죠. 덕분에 우승도 2차례 하면서 명문구단으로 발돋움 하죠. 덤으로 한지붕 두가족 LG를 98년 이후 10년간 보약으로 삼게 된 것 역시 김동주와 홍성흔의 공이 상당하구요.

이렇게 공 하나 혹은 선택 하나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오는 '나비효과'가 며칠 전에도 발생한 것 같네요.  
바로 롯데전에서 코르테스에게 뽑은 유재웅의 홈런입니다.

(나비효과 3) 유재웅의 홈런..?
사직대첩 3연전을 시작하기 전 롯데의 기세는 한마디로 후덜덜이었죠. 올림픽 브레이크 이후 연승만 거듭했으니까요. 반면 두산은 SK에게 연패하면서 분위기는 가라앉은 상태였구요. 그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맞은 첫게임은 9회초까지 5:3으로 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재웅은 마무리로 올라온 롯데의 수호신 코르테스에게 동점홈런을 뺏아 기어코 6:5로 승리하게 하죠. 그리고 첫 경기 극적인 승리 이후 여세를 몰아 두산은 사직대첩 3연전을 모두 스윕해 버렸습니다.

이 유재웅의 홈런 하나가 또 후폭풍을 가져올것만 같은 느낌인데요. 
유재웅의 홈런이 없었을 경우를 가정해 보면요.

만약 유재웅의 홈런이 없었다면... 음... 분위기상 두산은 3연패에 몰렸을게 거의 확실하구요. 이번 시즌을 3위로 마감할 확률이 높았을겁니다. 그리고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나는 삼성에게는 올시즌 유난히 약한 모습을 많이 보여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죠. 게다가 두산은 포스트시즌 직전까지 하루도 쉬지 않는 강행군을 펼쳐야 하거든요.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결국 삼성에게 지지 않을까 싶구요. 대신 체력을 비축한 2위 롯데가 두산과의 혈투 끝에 올라온 삼성을 맞아 가볍게 이기고, 부산팬들의 광적인 응원을 업고 SK마저 꺽고 우승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렇담 유재웅의 홈런으로 파급된 '나비효과'는 어떤걸까요?

일단 두산은 이번 3연전 스윕으로 편안한 2위 수성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체력도 비축할 수 있구요. SK를 꺽을 좀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게 되었죠. 롯데는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게 되구요. 삼성과의 대결에서 상처뿐인 승리 혹은 어이없는 패배를 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그 근거로는 경험부족이 큰 이유라 할 수 있구요. 어쨌든 가을야구를 이뤘다는 만족감에 목표의식을 잃은 결과라 할 수 있겠죠. 

반면 두산은 SK에게 설욕전을 펼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게 됩니다. 한번 분위기를 타면 무섭게 타오르는 두산 뚝심야구의 특성상 최초로 용병 한명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우승을 일궈내는 기적을 연출하지 않을까 기대되네요. 올해 김경문감독에게 좋은 일이 계속 생기는 기운도 일조를 하구요.  

지금까지 유재웅의 홈런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가정해 예상해 봤습니다. 네, 물론 예상일 뿐이죠. 하지만 왠지 빅게임이었던 만큼 양팀에게 남기는 후유증 역시 적지 않을꺼란 예감이 강하게 드는건 어쩔 수 없네요. 올시즌 끝나고 예감이 맞는지 안맞는지 한번 지켜봐야겠네요. 므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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