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심심챦게 김현수가 1루를 봅니다. 좌익수로 뛰다가 대타작전으로 인해 외야수가 한명 넘쳐날 경우, 김현수가 1루로 보직변경되는데요. 1루에 서있는 모습이 좀 어색하긴 합니다만, 그런대로 잘 막아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김현수가 '외야 + 1루수'의 옵션을 가질 경우, 김경문 감독은 좀더 쥘 수 있는 카드가 많아지게 되죠. 어떤 선수의 멀티포지션보다 훨씬 파급효과가 큰게 바로 김현수의 1루 겸업입니다.
 
우선 민병헌을 쓸 수 있는 여지가 커집니다. 알다시피 외야 선발은 김현수, 이종욱, 임재철인데요. 워낙 탄탄한 멤버들이다 보니 두산 발야구 트리오의 주역인 민병헌이 비집고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경기 후반에 중요한 승부처라면 대주자로 민병헌만한 선수는 찾기 힘들죠. 민병헌을 대주자로만 쓰고 내리기에 아까운 수비력을 갖췄는데요. 이럴 때 김현수의 1루수 변경은 민병헌을 외야로 돌리면서 공격력도 유지할 수 있는 선택이 됩니다.

또 하나는 최준석, 오재원, 이원석의 파이팅을 유발하죠. 어느 팀 어느 선수든 김현수와 포지션이 겹치면 백업 전락을 각오해야 합니다. 근데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경쟁이 취약한 1루에 안주했던 최준석, 오재원, 이원석은 이제 긴장해야 할겁니다. 언제 민병헌의 포텐셜이 터져 좌익수를 꿰차면 엉겁결에 1루를 내줘야 할겁니다. 당장 내년부터 현실화될지도 모르죠. 특히 오재원은 그 첫 희생자가 될 확률이 높구요. 최준석에게는 방망이에, 이원석에게는 글러브에 밀리거든요. 오재원이 2008년 한국시리즈의 위용을 회복하지 않는 한 두산 선발 라인업에 이름 올리기는 쉽지 않을겁니다. (재원아... 형이 격하게 아끼니까 좀 열심히 해라~)

이래저래 두산에서 선수생활하기 참 힘듭니다. 지금으로서는 이종욱, 손시헌, 김동주 빼고는 아무도 포지션 붙박이 보장받지 못하죠. 국가대표 2루수 고영민마저 주전자리는 김재호에게 뺐긴 상황이니 뭐... 팬들은 좋습니다만, 선수들은 참 스트레스가 극심할 것 같습니다.

덧글...
그나저나 1루 베이스에 키크고 덩치 좋은 김현수가 서있으니, 예전 OB베어스의 미남 스타 김형석을 연상케 하네요. OB의 우울했던 시절 그나마 중장거리포로 클린업 트리오의 한 축을 맡으면서, 1루에서 훤칠하고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주자의 기를 죽여줬던 김형석... 김현수의 1루 안착이 천부적인 타격감을 더욱 살릴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키워볼 수 있겠네요. 그렇게 되면 김현수가 김형석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되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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