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더 무슨 말이 필요하나요?
이 정도까지 싸우고 진거라면 지더라도 여한이 없습니다.

후회없이 잘 싸웠고 한국남아의 기개를 만방에 떨쳐줬고, 감독님, 코치진, 그리고 우리 선수들 너무너무 자랑스럽습니다. 비록 회사에서 이런저런 회의로 제대로 못보고 눈팅만 해서 감동을 지대루 느끼지는 못했지만, 기사만 읽어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봉중근의 눈물을 보니 더더욱...

9회말 투아웃에서 고영민이 다르빗슈를 상대로 멋진 끝내기 안타를 날려줬다면 깜놀하며 우황청심환 찾았을텐데... 이 정도 투지만 보여줘도 행복할 뿐입니다.

김인식감독님이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들이 지배하는 야구판에 위대한 도전을 하겠다고 하셨는데요. 위대한 도전이 아쉽지만 은메달로 끝났기에 앞으로의 도전은 계속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 WBC에서 일본을 격파하기 위해 젊은 선수들이 부단히 실력을 연마하고, 또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금메달을 딴다면 위대한 도전은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되겠지요. 우리는 한국 프로야구를 열심히 응원하고 돔구장 등 인프라 투자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올해도 우모는 야구장으로 고고씽~~^^

우리 국민감독 김인식감독님, 코치, 선수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졌다고 기죽지 마세요. 내일은 금메달입니다!


흔히들 '총대를 멘다'는 말을 하는데요. 김인식감독님이 이번 WBC에서 지대루 총대를 메신 것 같네요. 우승팀 감독도 아니고 좋은 성적을 내지도 않았는데, 자기팀 대신 대표팀을 꾸린다는게 쉽지 않거든요. 게다가 한화와는 올해까지 계약기간이어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김인식감독님은 다시 한화를 맡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 점에서 김인식감독님의 대표팀 감독 수락은 과장 좀 보태서 살신성인의 수준이라 할 수 있죠.

사실 전임 김경문감독의 올림픽 금메달이 워낙 컸기 때문에, 후임을 맡는다는게 개인적으로 부담이거든요. 한껏 높아진 국민의 기대를 감안할 때, 대표팀 감독은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그래서 모감독은 우승을 했으면서도 건강을 이유로 감독직 수락을 끝까지 안했구요. 실제 건강의 문제가 있었는지는 본인만이 아실테고...

어쨌든 개인적인 여러 부담과 올림픽보다 선수구성에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감독님에게 무한한 박수를 보냅니다. 특히 빠듯한 일정으로 감기까지 걸려 목까지 쉬셨던데... 고군분투하시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합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명장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세 감독 중에 한 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머지 두명은... 흠... 개인적으로 김응용감독과 김경문감독이라고 꼽습니다.


WBC대표팀 2차 엔트리가 발표되었습니다. 김인식감독의 고뇌가 그대로 담겨있긴 한데, 아쉬운 점이 있네요. 누가 뽑혀야 했는데 안뽑혔다는 수준의 문제제기가 아니라 대표팀 구성에 대한 원초적인 의문입니다. 우선 국가대표팀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건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언제부터인가 개인사는 접어두고라도 태극마크를 달아야 하는게 정상인 것처럼 인식되어왔죠. 물론 대아(大我)를 위해 소아(小我)를 희생하는게 전통적인 충효관점에서 보면 당연한거겠죠. 하지만 미국의 경우 국가대표의 의미가 절대적인 영역은 아니거든요. 일본도 우리만큼 구속적이진 않습니다. 야구만 그런가요? 축구도 선진국의 경우 개인이나 클럽성적을 국가 대항전보다 우선시하는 풍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럼 왜 우리는 국가대표가 최고라는 명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걸까요? 아니 그런 명제에 토라도 달면 역적이 되는걸까요?

우선 민주주의를 생각해보면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정치 시스템이구요. 전체주의와 대별되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도 관습상 전체주의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는게 많죠.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국가가 보장하는 정치체제에서 국가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한다는건 넌센스죠. 그런 의미에서 김인식감독의 '국가가 있기에 야구가 있다'는 발언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사실관계를 따지면 스포츠는 국가의 영속성과는 상관없이 존재합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불편하거나 힘들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불가분의 관계는 아니거든요.

물론 김인식감독이 그런 정치적인 의미로 얘기하진 않았겠죠. 하지만 그 논리는 일제시대에 일왕에게 충성을 강요했을 때도 같은 논조였구요. 나치시대에 히틀러에게도 비슷한 톤의 충성발언이 횡행했더랬죠. 과거 아픈 기억이 있는 우리 민족으로서 과히 듣기 좋은 말은 아니네요. 너무 침소봉대한 것 같나요?

하지만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기는 현실이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데릭 지터가 미국대표팀을 뛰지 않는다고 매국노로 낙인찍는 집단 히스테리는 없거든요. 지터가 미국대표팀 선발을 거부한게 잘했다는건 아닙니다. 또 굳이 잘못했다고 할 수도 없죠. 다만 지터같은 선수도, 도미니카 대표팀으로 뛰는 A-Rod도 개인 선택의 결과라고 너그러이 봐줄 수 있는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거구요. 그게 바로 개인의 행복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의 사회의 모습인데, 우리는 너무 경직되어 있다는 점 인정해야 합니다.

김인식감독은 개인적인 이유를 들어 대표팀 차출을 거부한 박찬호, 이승엽을 또 굳이 리스트에 올려놨습니다. 박찬호나 이승엽이 그간 국가에 봉사하지 않은 선수들도 아닌데, 여전히 대아(大我)는 소아(小我)에 우선한다는 전체주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싶네요. 이렇게 뽑아 놓으면 어떻게든 뛴다고 본거겠죠. 결국 박찬호와 이승엽은 울며 겨자먹기로, 혹은 불타는 애국심으로 출전할지 모릅니다. 근데 그렇게 출전하는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WBC 4강 성적이 우리네 삶의 질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모르지만, 분명 우리 사회가 거부할 수 없는 집단주의 관습에 쩔어있는건 확실해 보입니다. 이에 대한 비판기사조차 찾을 수 없으니 말입니다. 문제의식조차 낯선 사회의 경직성, 사실 이게 더 무섭네요.

그리고 언제까지 박찬호, 이승엽이 한국야구를 떠받들어야 하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소수의 엘리트 선수들이 뛰어난 활약을 펼쳐 올림픽 금메달만 따면 야구수준이 세계1위가 되는건가요? 북경에서 금메달을 따왔건만 아직도 KBO 총재는 여권핵심부에서 임명해야 되고, 지방 야구장은 붕괴직전의 위험속에 있고, 8개 구단 체제도 아슬아슬하고, 야구만 배워온 대다수 선수들은 프로에 지명받지 못하면 바로 사회 무능력자로 전락하는 정글같은 현실에서 야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성과위주의 엘리트 스포츠에만 집중해온 폐해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더 늦기 전에 말입니다.

곰꼬리...
괜히 국가를 위해 고생하시는 김인식감독님의 예를 들었지만, 글의 논조는 김인식감독님을 비판하고자 한건 아니었다는거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미디어데이에서 김인식감독님이 허허실실 전법을 들고 나왔습니다. 전쟁 나가는 장수가 이렇게 엄살을 부리는게 언제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물론 지금까지의 전력이나 상황으로 봐서는 두산이 우위에 있는 것만은 분명하죠. 하지만 출정하는 장수가 질 것을 미리 기정사실화 하는 듯한 모습은 좀 의외네요. 아무래도 허(虛)허(虛)실(實)실(實) 전법이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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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빨간 볼의 김감독님, 예전 성룡 주연의 영화, 취권에 나왔던 스승님이 떠오르네요. 얼굴도 비슷하시구요. 그분도 항상 술에 취해 얼굴이 발그레한 상태를 유지하셨는데, 허(虛)허(虛)실(實)실(實) 전법으로 연전연승을 거뒀었죠. 혹시 어제 취권 보고 주무신건 아니죠, 감독님?

감독님, 아무리 그러셔도 두산은 방심하지 않습니다.



내일입니다. 2007년 플레이오프 첫 경기가 내일입니다. 경기라기 보다는 전쟁이라고 봐야죠. 1년 동안 흘린 땀방울을 거두는 날이니까요. 오늘은 하루종일 플레이오프 생각을 머리속에서 지우기 힘들던데요. ㅋㅋㅋ 그놈의 두산이 뭔지 말이죠.

오늘 미디어 데이에서 김인식 감독님은 허허실실 전법을 들고 나오셨드만요. 두산을 이기기 힘들다고 하시면서. 특유의 사람좋은 웃음에서 그런 말씀하시니 내일 이겨야 되나 하는 방심까지 들더군요. 그래도 우리 홍캡틴 한마디 하네요. 이번이 우승의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고 최선을 다하겠다고요. 역시 홍주장 믿음직스럽습니다.

내일 전쟁에서 꼭 승리하기를 기원합니다.
두산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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