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롯데가 뜰꺼라고 예상해서 얼추 맞췄었는데요. 올해의 다크호스 팀으로는 단연 히어로즈를 꼽고 싶네요. 히어로즈는 구단의 빈약함 때문에 저평가받고 있는 대표적인 팀인데요. 2000년대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의 역사, 맏형 김시진감독의 취임, 올해는 해보자는 의욕으로 뭉친 선수단을 봤을 때 돌풍의 팀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합니다. 과거 야구명가의 재현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성급한 예상도 아깝지 않네요.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히어로즈를 예전 삼미급으로 보기도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작년에 히어로즈에 지면 무척 창피하게 생각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창피하게 생각해야 할 팀은 LG였고 히어로즈는 악조건에서도 7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LG팬들이 히어로즈를 폄하하는 글을 쓰는거 보면 야구를 제대로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히어로즈는, 물론 전신 현대의 기록이지만, 2000년, 2003년, 2004년 한국시리즈 우승한 2000년대의 강자이구요. 비록 구단의 사정상 박진만, 심정수 등을 내놓고 기울기 시작했지만 우승경험을 했던 선수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국가대표 뽑을 때도 항상 2~3명은 선정되구요. 타팀에서 데려오고 싶은 선수들 명단엔 히어로즈 선수들이 꼭 끼곤 하죠. 절대 히어로즈는 당연히 이겨야 하는 팀은 아니라는 점,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올시즌 히어로즈가 돌풍의 핵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김시진감독입니다. 한 시즌에 감독에 의해 승패가 좌우되는 경기는 10경기 미만이지만, 선수단을 강철부대, 혹은 당나라 군대로 만드는건 전적으로 감독의 역량이기에 그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작년 이광한감독은 히어로즈의 역사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의 야구만을 고집했기에 선수단을 장악할 수 없었죠. 구단의 후려치기를 다독여줄 수 있는 공감대도 선수들과 없었구요. 그저 이광한감독은 구단에 의해 임명된 감독이었을 뿐, 선수들을 움직이는 리더십을 갖고 있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김시진감독은 다릅니다. 정민태 투수코치, 최고참 전준호, 김동수 등이 모두 따르는 맏형이구요. 현대가 힘들었을 때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동료였습니다. 그런 그가 지휘봉을 잡았으니 히어로즈 선수들의 눈엔 불똥이 이글거릴겁니다. 히어로즈를 근성의 팀으로 만든다고 했으니 분명 달라지겠죠.

또 하나는 선수들 면면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1번 전준호, 2번 이택근, 3번 클락, 4번 브룸바, 5번 송지만, 6번 이숭용으로 이어지는 타선은 어느 팀과 견주어도 해볼만 하죠. 여기에 수준급 유격수 강정호가 버티고 있고, 황재균이 업그레이드되고, 장영석 등의 신인들이 내야에서 커준다면 훌륭한 라인업 구성이 가능하죠. 김동수를 대체할 수 있는 포수의 성장이 좀 시급한 문제이긴 하네요. 

그리고 투수진도 화려하진 않지만 꽤 괜챦습니다. 왼손 에이스 장원삼에 마일영, 김수경까지 리그 상위권의 선발진이 건재하고, 이정호라는 포텐셜이 있습니다. 오재영, 이현승도 쓸 만하네요. 특히 장원삼, 마일영은 두산으로서 탐낼만한 왼손이라는 점에서 무척 군침이 돕니다. 어떻게 우리랑 트레이드해줬음 좋겠는데... (히어로즈 팬들께는 죄송~) 다만 작년 다카스의 선전으로 뒷문이 든든했는데, 마무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정민태투수코치의 판단이 기대됩니다. 황두성이 깔끔하긴 한데 선발로도 쓸 수 있는 자원인지라...

그리고 구단의 지원이 좋아진 점도 상위권 도약을 점치게 하죠. 아직 탄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구단에서 돈을 풀기 시작했다는 점, 선수들의 연봉이 올라가기 시작했다는게 선수들의 사기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리라 생각합니다.

일단 히어로즈를 올시즌 쓰나미급 폭풍을 몰고올지는 시범경기는 최소한 치러봐야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김시진감독을 중심으로 야구판을 뒤흔들 수 있는 폭발력이 있다는 점에서 올시즌 태풍의 핵이 될꺼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무엇보다 모래알처럼 제각각이었던 팀 분위기만큼은 바로잡을 수 있기에, 김시진감독의 의리를 믿기에, 히어로즈의 올시즌은 4강권으로 도약할 수 있으리라 예상해봅니다.


김경문 감독님 WBC 감독직은 안맡으시는게 좋겠어요.
요모조모 따져봐도 그닥 매력적인 타이밍은 아니네요.
히딩크가 미련없이 한국을 떠난 이유를 잘 복기해보시길...

김경문감독이 그동안 노코멘트로 일관했던 WBC 감독직에 대해 완곡하나마 거부의사를 밝혔다고 하네요. 정말 다행입니다. 혹시나 WBC 준비로 두산 감독직에 소홀함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재계약이 된다면 두산에 집중하고 싶다고 발언했다는군요. 당연한 얘기입니다. 그리고 두산도 어서 김경문감독과 재계약을 하기 바라구요.


그리고 하총장님!
김경문감독은 이제 전설로 남겨두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나요?

행여나 WBC에 실패해서 국민감독을 하루 아침에 안주꺼리로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김경문감독에게는 이 정도까지 요구한게 적정하다고 보구요. 다른 감독에게 기회를 주는게 순리라고 봅니다. 균등한 기회분배의 차원에서도 그렇고요. 이참에 아예 전임감독을 도입하는게 낫지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김시진감독에게 기회를 줘보는게 어떨까 싶어요. 능력도 출중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히어로즈 창단 이후 상처받은 자존심을 세울 수도 있구요. 전통의 명가 현대유니콘스의 사령탑이었고, 투수 출신인 만큼 절묘한 투수운용에도 일가견이 있으니 적역이라고 봅니다만...(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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