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가 영화배우 김민선에 대한 소송을 했다고 하네요. 그간 발생한 영업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인데요. 법적으로 문외한인 제가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상식적인 선에서 판단한다면 김민선이 소송에서 질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도 최근 합리적인 판결을 많이 내리는 추세구요.

우선 수입업체가 입은 손실과 김민선의 발언이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야 하는데,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기사에는 15억원의 손실 중 3억원을 배상하라고 했다던데, 정확히 3억원의 근거를 업체는 제시해야 할 겁니다. 김민선 발언의 영향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는데 지장이 되었다는, 즉 3억원이라는 구체적 수치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할텐데, 어떻게 제시할지 궁금하네요. 게다가 당시 미국산 쇠고기의 위해성에 대해 언급한 사람이 상당히 많이 있었구요. 언론에서도 지적했었죠. 심지어 미국에서도 미국산 쇠고기의 논란도 있었다는건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김민선의 발언이 3억원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언가요? 또 하나는 김민선이 발언한 곳이 미니홈피였다는 점입니다. 정확히는 사적인 영역인 미니홈피에 올린 글을 언론이 옮긴 것인데, 이를 개인이 책임질 이유는 없다고 봐야죠. 만약 이런 이유로 문제를 삼는다면 대한민국에서 소위 공인이라는 사람들은 입닫고 미니홈피 폐쇄하고 살아야 합니다. 이런 빅브라더 사회를 우리가 살아야 하는건 아니겠죠? 그럼에도 단순히 스타라는 이유로 얼토당토 않은 손실액을 책임지라고 하는건 마녀사냥과 다를 바 없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손실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스타의 개인적 글을 기사화해서 대중을 기만(?)한 언론사가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요?

이 소송건은 법원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면 김민선으로서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다만 소수에 대한 압박방식이 신사적이지 못하다는데 씁쓸함을 느끼게 되네요. 국민적 반대가 높을 때는 잠자코 있다가 수그러들 떄쯤 본보기로 한명을 공격한다는건, 글쎄요~ 그닥 나이스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건 김민선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사안이기에 결과를 관심있게 지켜봐야겠네요. 김제동이 얘기했 듯이 우리 모두가 약자가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기억해야 할겁니다.

왜 대한민국은 자꾸 강자를 위한 사회만 지향하는지 모르겠네요. 소수에 대한 배려가 넘치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사회를 언제쯤 맞을 수 있을런지... 오늘도 하늘엔 비가 주룩주룩 내리네요.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미인도'를 봤습니다. 영화는 신윤복이 여자였고 김홍도와 강무라는 사내와 삼각관계였다는 가설을 토대로 제작되었기에, 소재가부터 무척 흥미로웠죠. 역사에 가정이 의미없다는건 교과서에나 적용되는 얘기구요. 영화에서는 꽤 괜챦은 스토리입니다. 게다가 외설스러움이 '색계'를 넘는 수위라는 얘기가 있어 한껏 기대가 컸었습니다. 음...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색계' 정도의 영화는 아니구요. 한번 볼만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센세이셔널한 소재에 비하면 긴장감은 좀 떨어지지만요.


연기는 전반적으로 괜챦았습니다. 김민선도 그렇고, 김영호도 그렇고, 김남길, 추자현도 그렇고, 평균 이상의 연기는 펼쳐줬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연기의 훌륭함에 비해 전체적으로 음... 조화라고 해야 될까요.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던데요. 배역끼리 서로 잘 안어울리는 듯한 느낌... 말로 표현하긴 뭐하지만 그런건 연출로 커버를 해야 하는건지 연기호흡을 더 맞춰야 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서두... 예를 들면, 추자현의 연기에서는 왠지 김영호를 한 때 사랑했던 팜프파탈의 이미지가 떠올라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았구요. 특히 목소리가 좀 약하지 않았나 싶네요. 흠... 그리고 신윤복을 지고지순하게 사랑했던 강무 김남길의 연기도 터프한 매력과 순정파적인 사랑 사이에서 갈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중성적인 매력의 김민선은 캐스팅이 잘된 것 같구요. 연기파 배우 김영호도 무난했던 것 같습니다.

더욱 아쉬운건 결말부분이었습니다. 시대의 금기를 넘나들던 신윤복, 김홍도, 강무 모두 철저하게 파괴되는 비극으로 끝나길 바랬는데요. 너무나 어진 왕 덕분에 한명의 희생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 한명도 사실 희생이라기 보다는 죽을 고비를 엄청나게 넘나든 후에 맞은 어이없는 죽음이었죠. 신윤복의 희생적 사랑을 강조하다보니 강한 여운의 맛을 없앴다고 봐야 하나요? 

그에 비해 '색계'의 결말은 안타까움을 넘어 허무함까지 느끼게 해줬죠. 그래서 영화에 대한 여운이 오랫동안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거구요. '미인도'가 어차피 영화적 상상에 기반한 픽션이라면 좀더 과감해질 필요도 있었을텐데요. 이래저래 아쉽습니다.

만약에 말이죠. 이렇게 결말을 지었다면 어땠을까요? 신윤복을 독차지하고 싶은 김홍도가 거제도로 귀양가는 강무를 중간에 사살하고, 김홍도를 되찾고 싶은 팜프파탈 설화의 간계로 신윤복은 왕에게 고초를 당하다 죽고, 또 이를 비관한 김홍도가 자살하는 걸로 끝맺었다면 말이죠. 그리고 신윤복과 김홍도의 그림 속에 세명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퍼즐맞추기처럼 숨어있다는 가설로 스토리를 꾸몄다면...? 관객들로 하여금 정말 신윤복과 김홍도의 그림에 진실이 숨어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극대화시켜 더 큰 화제와 흥행몰이를 하지 않았을라나요. 마치 '다빈치 코드'처럼...

흠... 18세기 센세이셔널한 신윤복의 그림에 어울리지 않은 평범한 결론이어서 아쉬움에 지껄여 봤습니다.
  
덧글...
영화를 영화로만 봐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괜히 어줍쟎게 분석하려는 버릇이 있어서 자꾸 한마디 하게 되네요. 혹시 영화관계자가 이 포스팅을 보면 기분나쁘게 읽진 않았음 해요. 이렇게 좋은 영화를 두고 극우파 지모씨같은 사람이 딴지거는 것도 귀챦을텐데 말이죠. 영화는 전반적으로 좋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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