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계획했던 해수욕장은 협재해수욕장이었다. 숙소에서도 가깝고 인터넷에서 본 평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숙소 주인 아주머니가 협재 보다 금능을 권하신다. 외지인들은 협재로 많이들 가는데 실제 제주도 사람들은 금능을 더 좋아한다고. 많이들 정보를 갖고 오지만 아무래도 인터넷에서 얻는 정보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현지에서 듣는 생생한 정보가 훨씬 유익할 때가 많다. 결국 금능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사람들은 많았다. 그렇다고 주차할 곳을 못찾을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적당히 붐비는 해변이 놀기에 적당했다. 그러나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나선 꼬마곰은 정작 바다에 들어가기 무서워 했다. 또 어디선가 들은 어설픈 정보 탓이다. 해파리 때문에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본 모양이다. 아니라고, 걱정안해도 된다고 해도 맛무가내다. 그냥 해변가에서 모래놀이나 하겠단다. 제주도까지 와서 바다에 안들어가는게 억울하긴 하지만, 억지로 들여보낸다고 좋을건 없어 보였다. 


한참을 모래성 쌓는 놀이를 하자, 꼬마곰도 이젠 물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눈치다. 모르는 척 쓰윽 데리고 들어가니 얕으막한 바닷물이 맘에 드는 모양이다. 연신 물장구 놀이다. 역시 애들은 애들이다. 해파리 없다는걸 몸소 확인하니 남은건 신나는 물놀이 뿐. 자세히 보니 금능해수욕장은 수십미터 정도를 걸어나가도 수심이 허리에도 안온다. 게다가 중간에 모래로 만들어진 섬도 있다. 꼬마곰과 걸어서 모래섬까지 가서 또 한참을 놀았다. 이만하면 꼬마곰을 파도치는 곳으로 데려가도 좋겠다 싶었다. 모래섬에서 2~30미터를 걸어 나가면 파도가 꽤 높게 치는 지점이 나온다. 사람들이 모여 덮쳐오는 파도를 즐기고 있었다. 사실 거기쯤 가야 바다에서 수영하는 맛이 난다. 해파리는 무서워하는 꼬마곰이 신기하게 파도엔 무덤덤하다. 덕분에 꼬마곰과 정말 신나게 파도놀이를 했다. 얼마나 재밌는지 꼬마곰은 웃다 웃다 배아파 할 정도다. 해안가에 앉아있는 엄마까지 굳이 불러 파도놀이에 동참시킨다. 꼬마곰 때문에 잡은 제주도 여행일정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일단 꼬마곰이 바다수영에 대한 기억을 갖게 되었고, 바닷물과 파도에 대한 경험도 했다. 게다가 해파리에 대한 쓸 데없는 걱정도 날려 버릴 수 있었다. 이만하면 만족스러운 금능해수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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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문제는 그 다음에 터졌다. 해수욕을 끝내고 수영복을 갈아 입던 중 꼬마곰의 염증이 터져 피가 흘렀던 것. 갑작스런 일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샤워를 마치고 해양경찰서에서 응급조치를 한 후 병원 응급실에서 마무리 치료를 했다. 계획에 없던 사태가 벌어졌지만 그래도 잘 참아준 꼬마곰이 대견했다. 한바탕 소란을 피웠던 해프닝이지만 훗날 즐겁게 얘기할 수 있는 추억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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