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대표'에 대한 칭찬이 많길래 주말에 관람했습니다. 인기 때문인지 예매하는데 애먹었습니다. 좀 늦은 시간에 예매하긴 했지만, 집 주변의 왠만한 극장은 매진이더군요. 결국 와이프와 각각 다른 자리에서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것도 남들이 취소한거 겨우 겨우 끊었네요.

내용은 스키점프 대표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했구요. 캐릭터들의 독특한 성격을 중간중간 재미있게 가미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시간가는줄 모르게 재밌게 봤네요. 특히 후반부엔 CG 기술 활용한 화면으로 짜릿한 기분마저 느끼게 해줬죠. 우리나라 CG 기술도 이만하면 꽤 괜챦지 싶네요. 다른 대회 관중들의 모습을 합성한 것도 그렇고, 캠캣이라는 카메라로 스키점프하는 모습을 생동감있게 전달한 것도 수준급입니다. 덕분에 스키점프라는 생경한 스포츠에 대한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네요.

사실 스포츠를 소재로한 영화는 긴박한 순간을 재현하는데 어설픈 모습을 보여주기 마련입니다. 가령 권투라든가 야구라든가 하는 경기를 리얼하게 화면에 담아내려면, 어느 정도 과장스러운 몸짓이나 슬로우 비디오로 연기의 어색함을 커버할 수 밖에 없죠. 그래서 때론 영화속의 경기장면에 실소를 자아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스키점프는 몸과 몸이 부딪친다기 보다는 스피드가 메인인 관계로 영화적으로 표현하기에 그닥 어렵지 않죠. 마치 카레이싱 경기와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어쨌든 스키점프는 다른 경기에 비해서 카메라 친화적인 종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런 요소를 CG를 통해 제대로 구현했구요.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장면은 바로 이런 다이내믹한 스키점핑 장면들이었습니다. 마치 실제로 올림픽 중계를 보고 있는 듯한, 아니 좀더 극적으로 표현한 영상미는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죠.


그리고 각각 국가대표 선수들의 사연은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극적 감동을 더했네요. 인간시대를 보는 느낌이랄까... 원래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이나, 가족끼리 서로 힘이 되어주는 스토리를 꽤 좋아하죠. 우모도 그렇구요. 그래서 이 영화는 한국사람이라면 좋아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아쉬운건 영화의 감동을 배가하기 위해 막판에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은 좀 과잉감정이지 않았나 싶네요. 국가주의를 너무 강조한것 같아 불편하기도 했구요. 적당한 선에서 여백의 미를 주는게 어땠을까 싶네요. 그리고 영화 도입부에 각 인물간의 관계도 억지스런 부분이 보여 아쉬웠습니다. 캐릭터와 연계된 이야기를 매끄럽게 풀어나갔으면 완성도가 훨씬 높았을텐데요. 헌태와 흥철이가 티격태격하는 모습, 흥철이와 수연이가 애정을 키워가는 것, 헌태와 미국대표 주장과의 싸움 등은 다소 비약된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어쨌든 이 영화는 추천할 만 합니다. 비록 주인공들이 소망했던 아파트나 병역면제같은 목표는 주어지지 않았지만, 현실속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너희들이 진정한 국가대표라는 방코치의 말처럼 태극마크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구요.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맛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두번 보는 사람들도 많고 관련 팬카페들도 생겼다는데요. 충분히 수긍이 갑니다. 국가대표 흥행대박을 기대해도 좋지 싶네요.

덧글...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들은 현재 독일에서 FIS컵에 참가중이라고 하네요. 영화속의 이름과 똑같은 강칠구 선수가 동메달을 획득했구요. 지금까지는 그냥 흘려넘겼을 뉴스였는데... 기쁘네요, 축하합니다.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영화만 흥행되고 실제 주인공들의 현실은 개선되지 않는 그런 상황은 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내년 동계올림픽은 또 하나의 감동적인 우생순 신화가 나왔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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