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한국무용 공연을 봤습니다. 그동안 한국사람이면서도 서양문화인 뮤지컬만 주로 봐왔던데 일말의 양심의 가책이 있었는데요. 언젠가 한번 봐야지 봐야지 했었는데, 이번 주말에 그 소원을 풀었습니다. 국립극장에서 하는 '코리아 환타지'라는 공연인데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작품은 한국 정서를 여러 장르의 춤으로 표현했더군요. 


이 작품은 어느 각도에서 보면 공연소개에서 나오듯, 전통춤과 신무용, 창작춤까지 아우르는 한국춤 미학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구요. 또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한국춤을 여러 시각에서 해석하다보니 좀 산만한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마치 올림픽 개최지 선정지에서 벌어지는 한국 전통 소개 프로그램 느낌이랄까...

전통문화의 퓨전화에 대한 기대를 갖고 봤다면 괜챦았을텐데, 우모가 기대했던 전통공연은 그냥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공연을 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솔직히 그리 재밌던 공연은 아니었습니다. 도쿄에서 봤던 가부끼 공연처럼 그냥 있는 그대로의 전통이 한국에서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죠. 투덜대는 우모에게 와이프는 어느 나라의 전통이든지 원형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 하나라는 이해할 듯 말 듯한 얘기로 전통의 구분이 큰 의미없다고 하더라만...

흠... 어쨌든 다음에는 퓨전이 아닌 가급적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공연을 볼까 합니다. 명창의 흥보가 완창이라든가, 조금은 지루할 수 있는 승무같은...

국립극장에는 상당히 많은 관객들이 왔더군요. 외국인도 꽤 있었구요. 남녀노소 다양한 계층이 있어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에 적쟎이 놀랐습니다. 특히 무용 전공하는 듯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진지한 눈빛은 인상적이었구요. 이런 관심들이 있는 한 전통문화의 저변은 계속 확대되리라 믿어봅니다.

덧글...
공연이 춤 중심이다 보니 음악은 거의 테입에 의존하더군요. 심지어 립싱크까지 있어서 당황스러웠다능... 하여간 앞으로는 완전 100% 라이브로 공연하는 작품도 보고 싶습니다.



며칠전 누나가 점프 공연 티켓을 준다고 했다. 스카이라이프 5주년 기념으로 스카이라이프 직원 가족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맙게도 아기곰은 누나가 맡아준다고 하니 정말 간만에 찾은 기회다.(이제는 맡겨도 될만큼은 컸다.^^ 기특한 놈... ) 동영상 작업하느라 금요일 밤새우다시피 해서 피곤했지만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전용 공연장은 종로에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종로거리를 걸어보는 듯~ 버스타고 지나가긴 했지만 직접 걸어본건 얼마만인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학부 시절에는 제집 드나들 듯 다녔는데...

조금 일찍 서둘러서인지 공연은 40분이나 남았다. 공연장 대기석은 비좁아서 밖에서 커피 한잔 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카페에서 와이프랑 차 한잔 한지도 꽤 오래 됐다. 엄니랑은? 언제 마신 적이 있었나..?? 바로 옆에 제법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자리를 잡았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손님들로 꽉 차서 창밖을 바라보는 자리에 나란히 셋이 앉았다. 녹차라떼와 스트로베리 라떼, 빵쪼가리 몇개. 깔끔한 맛에 기분이 좋아졌다. 대충 허기도 채우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객석은 직원 가족들로 꽉 찼다.

소복같이 흰 한복을 입은 할아버지가 90도 꺽어진 허리를 지팡이에 의지한채 객석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관객이 아닌 배우다. 벌써 퍼포먼스가 시작된 것이다. 관객에게 업어달라고 하는가 하면 의자사이를 헤집고 다녀 관객들을 전부 일어서게 하기도 했다. 그래도 흥겨운건 이 할아버지가 뭔가 퍼포먼스를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역시 여기저기서 웃음이 흘러 나온다. 사탕 나눠주던 할아버지가 무대에서 사라지자 퍼포먼스의 막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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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는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격찬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꼭 한번 보고 싶었다. 무술과 코미디를 버무린 퍼포먼스라... 요새 같이 회사일 바쁘고 힘들땐 딱이다. 그냥 웃고 즐기면 그걸로 오케이다.

이 퍼포먼스의 가장 큰 매력은 각각의 캐릭터가 살아 움직인다는 점이다. 재미있지만 무서운 할아버지, 50대 가장인 아빠, 주책스러운 엄마, 예쁜 딸, 술꾼이자 말썽꾸러기인 삼촌, 그리고 안경만 벗으면 괴력을 발휘하는 청년.(소개에는 son in law로 나온다) 모두 태권도와 태껸, 쿵후고수이면서 각각의 캐릭터에 어울리는 무술을 구사한다. 특히 말썽꾸러기 삼촌 캐릭터는 취권의 성룡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임창정의 미워할 수 없는 악동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시종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스토리는 간단하다. 무술고수 집안에 어리버리한 도둑 2명이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소동이 이야기의 전부인 셈. 워낙 대사가 큰 의미없는 Non-verbal이라 이야기의 흐름 보다는 장면 하나하나의 상황이 중심이라 그냥 즐기면 된다.

공연 중간에 할아버지 고수가 진정한 무술고수를 찾아야 겠다고 객석으로 내려왔다. 왠지 느낌이 와이프가 선택될 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와이프가 복도쪽에 앉아 있어서 불려나가기는 좋아서... 근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지명한 사람은 바로 나였다. ㅜ.ㅜ 무대위로 올라오란다. 에휴.. 오늘 내가 관객앞에서 웃음꺼리로 되고 마는구나...

그래도 당황하지 않은척 뚜벅뚜벅 올라갔다. 무대위는 점프를 많이 하는 퍼포먼스 특성상 굉장히 푹신했다. 객석쪽은 빛때문에 보기 힘들었다. 차라리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할아버지는 내가 무술의 고수인 만큼 실력을 보이랜다. 대련이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폼이나 잡자. 모 늘 그렇듯이 내가 하는 시늉만 하면 배우들이 다 알아서 액션을 취해준다. 관객들은 그 상황이 재미있는지 배꼽을 잡는다. 이번에는 내 몸을 검색하겠다며 배우들이 뒤지는척 하더니 도끼니, 뻰찌니, 칼이니 이런걸 마구 쏟아낸다. 역시 고수라나 뭐라나...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게 시간은 지나가고 내게 수고했다며 공연 브로셔를 줬다. 살까 했었는데 잘됐다.

공연은 끝나고 배우들은 마지막 점프를 하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무대인사에서 안경쓴 청년과 딸은 결혼예복을 나란히 입고 나오기도 했다. 제일 눈길 가는 배우는 삼촌역이었다. 익살스러운 동작과 연기력, 그리고 잠프실력도 제일 출중했다. 순간 의문이 들었다. 점프에 캐스팅 된 배우들은 무술을 배우는걸까 아니면 무술 잘하는 사람들중 배우로 캐스팅 하는걸까? 그러기엔 너무 무술도 잘하고 연기도 잘해서...

점프는 한국적이라기 보다는 아시아적인 이미지를 많이 담고 있다. 파란눈의 외국인이 보기에는 중국 퍼포먼스로 본다해도 큰 무리가 없지 않나 싶다. 아무래도 이소룡, 성룡의 영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좀더 한국 고유의 이미지를 넣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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