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두산이 졌습니다. 5-6으로 다 잡은 경기를 놓쳤는데요. 그리 기분이 나쁘지는 않네요. 두산은 늘 첫 경기를 졌던 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냈었기에... 또 두팬으로서의 믿음이란게 있거든요. 게다가 정재훈이 홈런을 맞았다는 것... 이것도 왠지 롯데에게 역전한 시나리오와 동일하게 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이번 플레이오프는 두산이 어쨌든 올라갈 것 같네요. 비록 전문가들은 삼성의 승리를 압도적으로 예상했지만, 전문가들의 예상을 가볍게 비웃어주는게... 또 두산의 장기 아니겠습니까? 매 경기 부담없이 최선만 다해주면 됩니다.

두산의 시리즈 승리를 긍정적으로 보는건 중간계투진의 구위가 좋다는겁니다. 특히 임태훈과 고창성은 쉽게 쳐낼 수 있는 공이 아니더군요. 아기곰은 묵직한 직구에 제구가 잡혔구요. 곱창이도 뱀직구의 화려함이 임창용을 연상케 하더라구요. 게다가 김동주와 최준석이 터졌다는 점. 상당히 희망적이죠. 역시 두산은 두목곰과 장돈건이 해줘야 강한 타선이 되죠. 고젯과 기계가 조금 부진하긴 한데,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인 만큼 분명 역할은 해주리라 믿습니다.

우리 메시아 정재훈의 트라우마가 걱정스럽긴 하지만, 워낙 백전노장이니까 자고나면 분명 좋아질겁니다. 롯데전에서는 두번이나 맞았는데요 뭐...^^ 중요한건 2차전입니다. 대구에서 1승 1패로만 올라온다면 잠실에서 바로 끝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살짝 해보네요. 여튼 올 가을은 닥치고 V4입니다.

덧글 1...
롯데와의 준플은 떨렸는데, 플레이오프는 그닥 떨리지 않네요. 두산팬들도 큰 경기 경험이 쌓여서 그런가요? 덤덤합니다.

덧글 2...
용찬이 대신 덕후가 엔트리에 올라왔습니다. 유망주에게 큰 경기 경험쌓게 해주는건 달감독님의 스타일이기도 하구요. 몸을 보니 좀 부었던거 같은데 2군이 체질인가 보네요. 8회말에 한타자 상대했구요. 공은 빠르긴 한데 높더군요. 다행히 외야플라이로 잡았습니다. 왠지 덕후가 이번 시리즈에서 깜짝 스타가 될 것 같은 느낌은... 음... 너무 앞서간건가요...?


댐에 물이 넘치기 직전의 상황.
댐이 버티느냐 물이 넘치느냐의 팽팽한 긴장이 넘치는 순간,
댐에 자그마한 균열이 생깁니다. 
결국 물이 댐을 넘기 전에, 댐은 스스로 터지고 맙니다.
그리고는 와르르 무너집니다.

SK와 두산의 2차전은 7회까지 한치의 양보도 없는 투수전이었습니다. 세데뇨는 5이닝 무실점, 카도쿠라는 6.1이닝 1실점으로 선발 역할을 100% 해냈구요. 임태훈도 박정권에게 또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완벽하게 틀어막았죠. 윤길현 역시 삼진 2개 포함 범타로 1이닝을 무실점 호투했습니다.

이렇게 7회까지 1:1로 맞선 순간 8회초에서 두산이 2사 후 정수빈이 출루하면서 분위기를 조심스럽게 끌어가죠. 정수빈은 이종욱 타석 초구에 도루를 성공시키고, 정우람의 폭투때 3루까지 내달립니다. 이때 김성근 감독의 표정을 보니 고개를 저으며 이맛살을 찌푸리더군요. 그리고는 중견수와 우익수를 김강민과 조동화로 교체합니다. 김성근 감독의 특징이기도 한데 불리한 상황이거나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때 야수를 바꾸죠. 하지만 이종욱은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를 가르는 2루타를 뽑아 냅니다. 그 수비 좋은 조동화도 어쩔 수 없더군요. 정말 통쾌한 순간이었네요. 김성근 감독의 승부수 쪽으로 보란 듯이 카운터 펀치를 날렸으니까요. 그리고는 게임이 끝난겁니다. 이후 고영민의 투런홈런은 확인사살에 불과했구요.

인천상륙작전은 1차전 진지 구축에 성공한데 이어 2차전 승리로 상륙 개시를 감행한 셈입니다. 이제 남은건 잠실에서 인천상륙작전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만 남았네요. 플레이오프 전에 3승 1패로 올라갈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이제는 3연승으로 호랑이 잡으러 가야겠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방심하면 안되죠. 상대는 우리가 2연승하고도 4연패로 뒤집혔던 SK입니다.

1. 세데뇨
어제 포스팅에서 산업연수생 데뇨가 왠지 일을 낼 것 같다고 했었죠. 과거 리오스 출전 경기의 김을 빼기 위해 김광현을 출전시켰던 야신... 데뇨는 중간계투로 쓰기에 부족해 차라리 선발로 올린다는 달감독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모르긴해도 자존심 무지 상했을겁니다. 그런 경기에 졌으니... 게다가 달감독의 말도 거슬리지만, 본인이 직접 2, 3, 5차전을 잡겠다고 했었거든요. 어쨌든 두산 산업연수생 데뇨는 기술을 잘 배워 성과도 올리고 칭찬도 받았네요. 사장님의 평가는 어떨까요? 내년에도 남으라고 할까요..? ㅋㅋ

2. 이종욱
오늘 경기에서 가장 기쁜건 허슬심장 종박이 살아났다는 겁니다. 종박은 자타가 공인하는 허슬야구의 상징인데요. 그간 1번타자의 몫을 제대로 못해 많이 속상했습니다. 그런 종박이 결승 2루타를 날려주니 기쁨 두배네요. 게다가 1회에 보여준 화려한 주루플레이는 한국시리즈에 큰 기대를 갖게 합니다. 당연히 2차전의 Daily MVP는 종박이었구요. 종박과 고젯이 앞뒤에서 발야구를 보여주면 양키스도 막지 못합니다.

3. 고영민
고젯! 감기에 걸렸다고 하더니 정말 걸리기는 한겁니까? 그 컨디션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홈런을 날리다니요. 이럴꺼면 시즌 초반에도 감기에 한번 걸리게 해줄걸 그랬나요? 하하 역시 대단한 변태 고슨생이십니다. 달감독이 역할을 해줄 선수로 지목할 때만 해도 의례적인 코멘트겠거니 했는데, 나름 역할을 해주니 고맙네요. 수비도 탄탄하고, 야구 센스도 있고, 발도 빠르고, 펀치력까지 갖고 있으니 부러울게 없습니다. 고젯천하

4. 임태훈
애교의 볼은 참 좋습니다. 직구도 묵직하고 낮게 깔리죠. 배짱도 두둑하고 경험도 쌓여서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볼을 던질 수 있는 몇 안되는 선수 중에 한명입니다. 하지만 박정권에게 이틀 연속 맞은거 보면 야구는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 스포츠인가 봅니다. 물론 박정권이 거포란걸 부정하는건 아니구요. 잘 던지고 잘쳤습니다. 애교가 대견한건 홈런 맞고도 후속타자를 잘 잡았다는 점이네요.

5. 이용찬
2차전에서는 마무리에 실패했습니다. 한점차였던 1차전에서는 완벽한 투구를 보여줬는데요. 정작 세점차였던 2차전에서 아웃카운트 하나 잡더니, 볼넷, 안타 연속 내주고 내려갔네요. 좀더 기다려줄 알았던 달감독도 매정할 때가 있군요. 하지만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는 중요한 순간에 선수보다 팀을 먼저 생각한 것이고,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 마운드에는 이용찬이 서 있으리라 믿습니다.

6. 고창성
대신 곱창이 게임을 매조지했네요. 1, 2루 상황에서 땅볼 2개로 가볍게 잡아냈습니다. 곱창이 플레이오프에서부터 공이 살아나기 시작했기에 올라오는 순간 승리를 확신했네요. 표정도 흔들리지 않는 포커페이스여서 긴장하는 기색이 없었구요. 곱창의 시크한 무표정... 은근 매력입니다.


실질적인 한국시리즈 SK와의 첫 승부에서 두산이 승리했습니다. 첼로 레슨 끝나자마자 떨리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열어보니 고영민과 최준석이 홈런을 날렸더군요. 순간 어찌나 마음이 놓이던지... 레슨 받으면서 마음 한편은 문학에 있었더랬죠. 근데 경기를 보니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눈에 보이더군요. 미디어데이에서는 부담없이 싸우겠다고 했지만, 정작 그라운드에서의 눈빛은 양팀 선수들 모두 이글거렸습니다. 덕분에 끝까지 긴장감 넘치는 명승부를 봤습니다.

최종 스코어 3:2로 두산이 한번도 리드를 뺏기지 않았지만, 역시 SK는 롯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강적이더군요. 선수들의 기본적인 실력 뿐만 아니라, 수비, 주루 플레이 모두 흠잡을데가 없었습니다. 깜짝 4번으로 나왔던 이재원은 나이 어리지만 대담한 타격을 보여줬구요. 박정권도 거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임태훈에게 솔로홈런을 뺐었죠. 절대 방심할 수 없는 팀입니다.  

승부처는 6회말이었네요. 세데뇨가 올라오자마자 첫 타자 박정권을 볼넷으로 내보내자 김성근 감독이 대타 이호준을 내세우죠. 이에 김경문 감독도 과감하게 바로 세데뇨를 내리고 고창성으로 응수합니다. 사실 김경문 감독의 이런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든데요. 아무래도 김성근 감독이니까 내린 결단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과는 김경문 감독의 압승. 고창성이 삼진 2개와 땅볼로 가볍게 진압했습니다. 순간 김성근 감독의 얼굴은 노마크 찬스에서 안드로메다 슛을 날린 선수처럼 심각하게 굳어지더군요.
 
그리고 오늘의 MVP는 단연 금민철입니다. 선발로 나와 5이닝 1실점으로 막아 승리의 기초를 닦아줬죠. 대부분 SK 글로버에 비해 밀린다는 평가였는데, 이제는 금민철에 대해 재평가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금민철이 실질적인 두산의 에이스입니다. 그리고 계투진들도 너무 잘해줬네요. 세데뇨를 제외하고 고창성, 지승민, 임태훈, 이용찬 모두 철옹성 그 자체였습니다. 특히 이용찬의 철벽 마무리는 눈물겹네요. 삼진 하나, 안타 하나, 병살 하나로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이용찬이 이렇게만 해준다면 SK건 기아건 전혀 무섭지 않네요.

1. 금민철
준플레이오프 호투가 1회성이 아니었음을 몸소 보여줬습니다. 우모도 마음 한켠에 왠지 골든보이가 못미더웠는데요. 순간이나마 의심했던 자신을 반성합니다. 그간 골든보이를 너무 띄엄띄엄 본 것 같군요. 어쨌든 빠르다고 공이 다 좋은건 아니고, 느려도 제구력이 뒷받침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걸 증명해줬습니다. 이대로만 간다면 한국시리즈에서도 1선발은 골든보이겠죠?

2. 고영민
그라운드를 지배하는 고젯의 선제 홈런이 없었다면 경기는 어떻게 흘러갔을지 모를겁니다. 글로버의 구위가 나쁘지 않았거든요. 기계와 두목곰은 글로버에게 안타 하나도 뽑지 못했으니까요. 그런 글로버에게 고젯의 홈런은 골든보이에게도 적쟎은 힘이 되었죠. 달감독이 이번 SK전에서 가장 기대가 되는 선수로 고젯을 지목했는데요. 스승의 믿음에 뛰어난 활약으로 보답했네요.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엉망이라더니 역시 고젯은 변태 고슨생입니다.

3. 고창성
곱창이 왜 신인왕 후보인지 이번 경기에서 제대로 보여줬죠. 세데뇨의 방화를 삼진과 내야땅볼로 잘 껐습니다. 2회 이후 점수내지 못한 상태에서 첫타자 볼넷을 내줘 자칫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1.1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삼진 2개... 곱창 덕분에 주도권을 계속 장악할 수 있었습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다소 자신감없는 피칭을 하기도 했었는데, 대충 감을 잡기 위한 전초전이었나 보네요. KILL라인의 선두 곱창으로 돌아왔습니다.

4. 임태훈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걱정, 그리고 기대되는게 임태훈과 김재현의 승부였습니다.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김재현에게 얻어맞은 홈런이 임애교나 팬들에게 큰 상처였거든요. 그런 안좋은 기억을 야신도 모를리 없죠. 8회 첫타자로 대타 김재현을 내더군요. 김재현이야 뭐 전성기가 지나긴 했지만, 여전히 배트 스피드가 수준급이어서 임애교의 묵직한 직구도 제대로 걸리기만 하면 넘어갑니다. 그런 김재현을 삼진으로 잡았네요. 순간 오늘 승리예감이 들었던건 우모만은 아니었을겁니다.

5. 이용찬
오늘 경기의 가장 마음 졸였던 순간이 9회말이었습니다. 마무리 이용찬이 정상호를 6구만에 헛스윙으로 잡을 때만 해도 이제 됐구나 싶었는데, 대타 박정환에게 중전안타를 맞자 심장박동이 무한질주를 하더군요. 야신은 대주자 조동화로 바꿨구요. 거기 타자는 타점을 기록했던 백전노장 박재홍인지라 긴장감은 더했죠. 그 위기의 순간에도 다행히 이용찬은 자기 공을 던지더군요. 결국 박재홍의 타구는 고젯에게 굴러가 병살이 되었구요. 게임은 끝났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는 이용찬... 멋있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꼭 북경올림픽 쿠바전을 연상시키네요. 여기서 만약... 만약이라는 가정을 해보면요. 만약 이용찬이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면 플레이오프는 오늘 경기와 상관없이 SK에게 90% 이상 넘어갔을겁니다. 용찬아 고맙다!

6. 김동주, 김현수
팀의 기둥인 두 선수가 나란히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기계는 2삼진까지 보너스로 받았구요. 기계가 삼진당하더라도 힘껏 스윙하겠다고 하더니... 이런거였나...? 싶네요. 두목곰은 진리니까 패스구요. 어쨌든 이겨도 기계와 두목곰이 허무하게 무너지니 마냥 기쁘지만은 않네요. 기계, 두목곰 화이팅해주삼!

덧글...
이렇게 큰 경기에서 담대하게 잘 뛰어준 금민철, 이용찬, 임태훈이 몇살인지 아시나요? 86년생, 88년생, 빠른 89년생입니다. 아... 너무 배불러요~


두산이 자랑하는 KILL 라인이 최근 부진에 빠졌죠. 우선 이재우는 컨디션 저하로 2군에 내려갔구요. 이용찬은 마인드 문제인지 뭔지 하여간 불안하기 짝이 없는 투구를 하고 있습니다. 고창성은 방어율은 좋지만 최근에는 많이 얻어맞고 있죠. 그나마 임태훈이 잘 버텨줬는데, 지금은 혹사로 인해 많이 지쳤네요. 한마디로 지.리.멸.렬. 상태입니다.

선발이 강한 팀이 좋으냐? 마무리가 강한 팀이 좋으냐? 라고 누가 묻는다면 장기전에는 선발 강한 팀이 유리하고, 한국시리즈처럼 단기전에는 마무리가 강한 팀이 무섭다고 대답하겠습니다. 이닝이터 선발이 많으면 많을수록 로테이션이 원활하고, 중간 계투들의 체력을 덜 소비시키니까 리그전에서는 빛을 발하죠. 하지만 마무리는 초긴박한 순간에 한점을 지켜내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겨내기에, 단기전같은 빅게임에서 절대 유리합니다. 현재 선발왕국인 기아가 1등을 달리는 것과 SK가 정대현이라는 특급 마무리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것은 전혀 무관한 얘기가 아니죠. 하지만 그렇게 구분을 한다는거지 반드시 그런건 아니구요. 선발이냐 마무리냐 라는 질문 자체가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반증입니다.


두산을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는 여러가지가 있죠. Hustle DOO, 허슬플레이, 발야구, 우동수 트리오, 뚝심의 야구, 창조적 야구, 그리고 KILL 라인까지... 이 모든게 살아야 두산이 올해 우승할텐데요. 그중에서도 KILL 라인의 부활은 절대적입니다. 두산은 진필중, 김경원을 제외하곤 전통적으로 시원한 마무리를 가져본 적이 없죠. 덕분에 매번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험을 하곤 하는데요. 이용찬이 그 전통을 깨주길 바랬습니다. 아직 희망이 깨진건 아니지만, 한국시리즈 9회 마지막 순간에 과감하게 그를 마운드에 올리기에는 주저스러운 것도 사실이네요. 뒷문의 화룡점정인 마무리가 확실해야 나머지 그림이 그려지는데 참 쉽지 않은 숙제입니다.

하여간 우리 중간 계투진들... 남은 기간 체력관리 잘하면서 동시에 순위도 올려줘야 하는데요. SK, 기아 등 강팀과 맞붙는 이번주 투혼을 발휘해주길 기원합니다. 위에 KILL 라인의 삼진 퍼레이드 보면서 부활의 소망을 걸어보죠. 생각 같아서는 삼계탕이라도 돌리고 싶건만...


두산이 잘나가는 배경에 신인왕을 노리는 4인방이 있죠. 이용찬, 홍상삼, 정수빈, 고창성이 그 주인공들인데요. 덕분에 두산은 마무리 부재, 김명제 부진, 이종욱 부상, 중간 피로도 증가 등의 고민을 덜었습니다. 이 4명이 없었다면 두산은 틀림없이 시즌을 참 힘들게 끌고 갔을텐데요. 화수분의 전통은 이들이 이끌어갑니다. 두산 4인방 외 경쟁자라면 롯데의 김민성 정도가 유일하겠네요. 초반에 안치홍과 김상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밀리는 상황이구요. 올해 신인왕은 단연코 두산 집안잔치입니다. 참고로 우모가 생각하는 수상 가능성은 위에 적은 이용찬, 홍상삼, 정수빈, 고창성의 순서와 동일하네요.

아무래도 신인왕을 타자가 차지하기는 힘들죠. 타자가 차지하려면 기본 3할이 되지 않는한 쉽지 않구요. 타이틀이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죠. 반면 투수는 중간에서 어느 정도 역할만 해줘도 수상할 수 있습니다. 임태훈이 중간에서 준수한 성적으로 김현수를 제치고 따낸 바 있죠. 그만큼 투수는 타자에 비해 임팩트있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올해 정수빈이 신인왕을 차지하기란 만만치 않을겁니다. 이종욱이 곧 컴백한다는 것도 그렇고, 두산의 외야수 뎁쓰도 북극 빙산만큼 두터워서 변수가 많죠.

하지만 투수쪽은 성대적으로 넉넉치 않은 자원이기에, 홍상삼, 이용찬, 고창성이 자신의 페이스를 잃어버리지 않는한 역할이 줄어들진 않을겁니다. 그렇다면 타이틀의 무게감에 따라 갈리는데요. 예상컨대 홍상삼이 10승을 올린다면 이옹찬이 세이브왕을 차지하지 않는 한 신인왕은 홍상삼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발투수로서 10승을 거둔다는건 의미있는 수치거든요. 세이브 1위는 8명의 투수 중에서 경쟁하는거지만, 선발투수 10승은 각팀 5선발 즉 40명중에서 경쟁하는거니까 좀더 인상에 깊이 각인되죠. 하지만 홍상삼이 10승에 미달하고 이용찬이 세이브왕을 기록한다면 당연히 이용찬에게 영광은 돌아갈겁니다. 반면 고창성의 홀드 기록은 선발승이나 세이브에 비해 아무래도 임팩트가 딸리는게 사실입니다. 임태훈처럼 투수에서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상태에서 호성적을 낸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죠.

하여간 누가 받든 간에 우리 새끼들이니 맘 푹놓고 경쟁을 즐기면 되겠네요. 당연히 누가 받든 상관없구요. 임태훈과 김현수가 경쟁하면서 커나갔듯이 그런 전통을 이어갔으면 좋겠네요. 보기만 해도 너무 배불러서...^^;;

덧글...
삼성과의 원정 3연전을 모두 휩쓸었네요. 싸대기동맹이라는게 무색할 정도로 무한 각목질을 해댔더군요. 그래서 기쁘면서도 좀 미안하네요. 고창성 기용도 선동렬감독이 추천했다고 하던데... 흠... 그래도 삼성에게는 4강본능이 있으니 곧 올라오리라 믿습니다.


이겨도 찝찝한 경기가 있다면 져도 기분좋은 경기가 있죠. 전자의 경우 이겼다기보다는 상대방이 진 경기일테고, 후자의 경우 지더라도 납득할만한 경기를 보였을 때의 느낌일텐데요. 오늘 SK와의 경기는 아쉽게 비겼지만 그닥 기분 나쁘지 않은 경기였네요. 8회부터 경기를 봐서 그 전까지의 흐름은 모르구요. 8회부터 보면 두산이 상당히 탄탄한 경기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SK에 대한 두려움없는 플레이가 눈에 확 들어오던데요?

우선 임태훈의 빵빵 내리꽂는 공은 속이 후련한 느낌을 주고요. 고창성의 담대한 모습도 맘에 드네요. 주자가 있을 때 흔들리기는 했지만, 이용찬의 윽박지르는 공도 좋았구요. 2안타 2볼넷 2타점의 민병헌도 괜챦았습니다. 그리고 정수빈... 정수빈을 빼놓을 수 없죠. 정수빈의 침착성과 선구안은 도무지 고졸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 그 자체더군요. 이승호에게 투스트라이크 원볼에 몰렸으면서도 볼 세개를 골라내서 기어이 출루하고 말았죠. 이승호의 유인구가 절대 컨트롤이 안된 것이 아니었는데도, 정수빈은 흔들리지 않더라구요. 정수빈의 안정된 폼이 후천적 노력의 결과라면, 선구안은 아무래도 선천적인 유전자 덕분이 아닌가 싶네요. 하여간 경기경험을 계속 샇는다면 이종욱의 대를 잇는 허슬플레이어 나올꺼 같습니다.

경기는 9회가 하이라이트였네요. 우선 9회초 SK가 2점 내면서 앞서 나갔는데요. 임태훈이 방심한 틈을 타 박경완이 3루 도루를  성공시키고 나서 분위기는 이상하게 돌아갔죠. 흔들린 임태훈은 정근우의 2루 도루에 이어 박재상에게 결승타를 내주고 말았죠. 안타맞은건 그렇다치더라도 박재상에게 2루까지 출루를 허용한건 중계플레이에 미스가 아니었나 싶고... 하지만 두산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바로 9회말 원아웃에서 김동주가 안타치고 나가자, 이원석이 대주자로 나갔구요. 김현수의 안타와 에러를 틈타 1루주자 이원석이 홈까지 밟는 센스를 보여줬죠. 그리고 최준석의 볼넷 이후 유재웅의 동점타로 6:6 연장으로 끌고 갔습니다. 민병헌이 끝내기 안타를 칠 수 있었는데, 나주환의 호수비로 무산된게 아쉬웠네요.

경기는 12회 연장전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무승부지만 사실상 패배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양팀 모두 패자였네요.

덧글1 ...
안쌤이 붉은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잠실구장에 섰네요. 12회말 대수비로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2군에서 고생을 많이 해서인지 얼굴이 새까맣고 깡 말랐더군요. 에혀... 하여간 SK유니폼의 안쌤이 아직은 낯서네요.

덧글 2...
11회말 금민철이 타석에 올라왔습니다. 고창성 타석이었는데, 더이상 바꿔줄 선수가 없자, 그나마 타격감이 좋은(?) 금민철을 왼쪽 타석에 세웠는데요. 4구만에 삼진으로 물러났습니다. 고등학교때 투수들이 타격연습도 한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성영훈이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는데... 하여간 상당히 보기 힘든 희귀한 장면이었습니다.

덧글 3...
오늘도 박재홍에 대한 야유는 이어지네요. 개인적으로 공필성코치에게 사과했는지는 모르지만, 박재홍의 무개념 행동으로 상처받았던 팬들에게는 일언반구도 없다는게 그 이유겠죠. 그런 박재홍이 이용찬에게 데드볼을 맞았습니다. 이용찬은 바로 모자벗고 인사했구요. 나이는 어리지만 이용찬이 더 어른스러워보였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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