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는 알려진대로 폴 고갱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고갱의 작품은 쉽게 접하면서도 그의 삶에 대해선 그리 알려진게 없는데, 이 소설을 읽어보면 고갱이란 작가의 면모를 조금은 들여다 볼 수 있다. 


프랑스 출신의 고갱은 소설속에서 런던 출신의 증권 중개인 스트릭랜드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평범한 삶을 살았던 스트릭랜드가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을 버리고 파리로 떠나면서, 소설은 추리소설같은 미궁 속으로 빠진다. 도대체 왜 그가 안빈낙도를 버리고 파리로 떠났는지 주변 사람들은 온갖 억측으로 추리해낸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맞히지 못한다. 단순하게도 그는 정말 그림을 위해 파리로 떠났기 때문이다. 그것도 47세의 나이로 말이다.  


빈 손으로 떠난 스트릭랜드는 파리에서 생활고를 겪는다. 비참한 생활을 하면서도 작가로서의 꿈을 차근히 준비한 그는 작품활동에서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주변을 고려하지 않는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이 기피하는 인물로 낙인찍히고 만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몇 사람만큼은 스트릭랜드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헌신적인 도움을 준다.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이 더크 스트로브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일단 화가인 스트로브는 스트릭랜드의 천재성을 누구보다 빨리 캐치했다. 그에게 스트릭랜드의 예술작품은 분명 존경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트로브의 예술적 빈곤함을 알아 챈 스트릭랜드는 그를 철저히 홀대했고, 그럼에도 스트로브는 스트릭랜드를 숭상했다. 그런 나머지 스트로브는 스트릭랜드에게 아내인 블란치마저 빼앗기고 블란치도 스트릭랜드의 버림을 받아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된다. 


이쯤에서 책이 시작할 무렵 글을 다시 되새겨 보자. 책에는 지위가 아닌 인간 자체로 빛나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그가 바로 스트릭랜드라고 규정했다. 아마도 서머셋 몸은 스트릭랜드의 예술을 향한 불같은 집념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열정을 형상화한 것이 달(Moon)이었을 테고, 그에 반해 세속적인 가치가 6펜스짜리 은화였을 것이다. 결국 타히티 섬에까지 가서 자신의 예술적 노력을 바쳐 불멸의 작품을 남긴 스트릭랜드의 불꽃같은 예술정신은 인류 역사에 길이 길이 남았다. 


하지만 그의 집념은 지극히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욕망의 발현에 불과하다. 그 끝이 비록 가치있는 결론을 낳았다 할지라도, 그는 가족을 버리고, 친구를 배신했으며, 철저히 주변 사람을 이용했다. 의도했건 아니건 결과적으론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셈이다. 다른 게 있다면 그는 정말 순수한 예술정신을 지녔고, 또 그만큼 자신을 학대했을 뿐이다. 나쁜 남자와 비견된다. 그에 비하면 카잔차키스의 조르바는 참으로 인간미 넘치는 나쁜 남자였다. 그는 적어도 남을 위해 눈물 흘렸던 마음을 지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나쁜 남자둘에게는 여자를 끄는 마력이 있는 듯 하다. 파리에서도 타히티 섬에서도 스트릭랜드는 여자들의 관심 대상이었으니 말이다. 


다행히 난 주변에서 스트릭랜드와 유사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예술적 소양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그런 주변 파괴적인 인격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불처럼 화려하지만 모든 걸 집어 삼키는 사람 보다 흘러가는 물처럼 주변과 융화하는 사람이 더 좋지 않을까? 조르바도 부담스럽지만 스트릭랜드는 사절이다. 



18. 

大道廢(대도폐) : 대도가 폐하면 

有仁義(유인의) : 인이니 의니 하는 것이 나서고 

慧智出(혜지출) : 지략이니 지모니 하는 것이 설치면 

有大僞(유대위) : 엄청안 위선이 만연하게 된다 

六親不和(륙친불화) : 가족 관계가 조화롭지 못하면 

有孝慈(유효자) : 효니 자니 하는 것이 나서고 

國家昏亂(국가혼란) : 나라가 어지러워지면 

有忠臣(유충신) : 충신이 생겨난다

 

19. 

絶聖棄智(절성기지) : 성스런 체함을 그만두고 아는 체함을 버리면 

民利百倍(민리백배) : 사람에게 이로움이 백 배나 더할 것이다 

絶仁棄義(절인기의) : 인을 그만두고 의를 버리면 

民復孝慈(민복효자) : 사람이 효성과 자애를 회복할 것이다 

絶巧棄利(절교기리) : 재간 부리기를 그만두고 이익보려는 마음을 버리면 

盜賊無有(도적무유) : 도둑이 없어질 것이다 

此三者以爲文不足(차삼자이위문불족) : 이 세 가지는 문명을 위하는 일이지만그 자체만으로는 부족하다 

故令有所屬(고령유소속) : 그러므로 뭔가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見素抱樸(견소포박) : 물들이지 않은 명주의 순박한을 드러내고 다듬지 않은 통나무의 질박함을 품는 것 

少私寡欲(소사과욕) : <나>중심의 생각을 적게 하고 욕심을 줄이는 것이다

 

20. 

絶學無憂(절학무우) : 배우는 일을 그만두면 근심이 없어질 것이다 

唯之與阿(유지여아) : <예>라는 대답과 <응>이라는 대답의 

相去幾何(상거기하) : 차이가 얼마이겠는가 

善之與惡(선지여악) : 선하다는 것과 악하다는 것의 

相去若何(상거약하) : 차이가 얼마이겠는가 

人之所畏(인지소외) :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不可不畏(불가불외) : 나도 두려워해야 하는가 

荒兮其未央哉(황혜기미앙재) : 얼마나 허황하기 그지없는 이야기인가 

衆人熙熙(중인희희) : 딴 사람 즐거워하기를 

如享太牢(여향태뢰) : 모두 소 잡아 제사 지내는 것처럼 하고 

如春登臺(여춘등대) : 봄철 망두에 오른 것처럼 기뻐하는데 

我獨泊兮其未兆(아독박혜기미조) : 나 홀로 멍청하여 무슨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兒之未孩(여영아지미해) : 아직 웃을 줄도 모르는 갓난아이 같기만 한다 

儽儽兮若無所歸(래래혜약무소귀) : 지친 몸이나 돌아갈 곳 없는 사람과 같다 

衆人皆有餘(중인개유여) : 세상 사람들 모두 여유 있어 보이는데 

而我獨若遺(이아독약유) : 나 홀로 빈털터리 같습니다 

我愚人之心也哉(아우인지심야재) : 내 마음 바보의 마음인가 

沌沌兮(돈돈혜) : 흐리멍텅하기만 한다 

俗人昭昭(속인소소) : 세상 사람들 모두 총명한데 

我獨昏昏(아독혼혼) : 나 홀로 아리송하고 

俗人察察(속인찰찰) : 세상 사람들 모두 똑똑한데 

我獨悶悶(아독민민) : 나 홀로 맹맹하다 

澹兮其若海(담혜기약해) : 바다처럼 잠잠하고 

飂兮若無止(료혜약무지) : 쉬지 않는 바람 같다 

衆人皆有以(중인개유이) : 사람들 모두 뚜렷한 목적이 있는데 

而我獨頑似鄙(이아독완사비) : 나 홀로 고집스럽고 촌스럽게 보인다 

我獨異於人(아독이어인) : 나 홀로 뭇사람과 다른 것은 

而貴食母(이귀식모) : 나 홀로 어머니 젖먹을을 귀히 여기는 것이다

 

21. 

孔德之容(공덕지용) : 위대한 덕의 모습은 

惟道是從(유도시종) : 오로지 도를 따르는 데서 나온다 

道之爲物(도지위물) : 도라고 하는 것은 

惟恍惟惚(유황유홀) : 황홀할 뿐이다 

惚兮恍兮(홀혜황혜) : 황홀하기 그지 없지만 

其中有象(기중유상) : 그 안에 형상이 있다 

恍兮惚兮(황혜홀혜) : 황홀하기 그지 없지만 

其中有物(기중유물) : 그 안에 질료가 있다 

窈兮冥兮(요혜명혜) : 그윽하고 어둡지만 

其中有精(기중유정) : 그 안에 알맹이가 있다 

其精甚眞(기정심진) : 알맹이는 지극히 참된 것으로서 

其中有信(기중유신) : 그 안에는 미쁨이 있다 

自古及今(자고급금) : 예부터 이제까지 

其名不去(기명불거) : 그 이름 없은 적이 없다 

以閱衆甫(이열중보) : 그 이름으로 우리는 만물의 시원을 볼 수 있다 

吾何以知衆甫之狀哉(오하이지중보지상재) : 내가 무엇으로 만물의 시원이 이러함을 알 수 있었겠는가 

以此(이차) : 바로 이 때문이다

 

22. 

曲則全(곡즉전) : 휘면 온전할 수 있고 

枉則直(왕즉직) : 굽으면 곧아질 수 있고 

窪則盈(와즉영) : 움푹 파이면 채워지게 되고 

幣則新(폐즉신) : 헐리면 새로워지고 

少則得(소즉득) : 적으면 얻게 되고 

多則惑(다즉혹) : 많으면 미혹을 당하게 된다 

是以聖人抱一爲天下式(시이성인포일위천하식) : 그러므로 성인은 <하나>를 품고 세상의 본보기가 된다 

不自見故明(불자견고명) : 스스로를 드러내려 하지 않기에 밝게 빛나고 

不自是故彰(불자시고창) : 스스로 옳다 하지 않기에 돋보이고 

不自伐故有功(불자벌고유공) : 스스로 자랑하지 않기에 그 공로를 인정받게 되고 

不自矜故長(불자긍고장) : 스스로 뽐내지 않기에 오래간다 

夫唯不爭(부유불쟁) : 겨루지 않기에 

故天下莫能與之爭(고천하막능여지쟁) : 세상이 그와 더불어 겨루지 못한다 

古之所謂曲則全者(고지소위곡즉전자) : 옛말에 이르기를, 휘면 온전할 수 있다고 한 것이

豈虛言哉(개허언재) : 어찌 빈말이겠는가 

誠全而歸之(성전이귀지) : 진실로 온전함을 보존하여 돌아가시오

 

23. 

希言自然(희언자연) : 말을 별로 하지 않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故飄風不終朝(고표풍불종조) : 회오리 바람도 아침 내내 볼 수 없고 

驟雨不終日(취우불종일) : 소낙비도 하루 종일 내릴 수 없다 

孰爲此者(숙위차자) : 누가 하는 일인가 

天地(천지) : 하늘과 땅이다 

天地尙不能久(천지상불능구) : 하늘과 땅도 이처럼 이런 일을 오래 할수 없는데 

而況於人乎(이황어인호) : 하물며 사람이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故從事於道者(고종사어도자) : 그러므로 도에서 일을 따르는 사람은 

道者同於道(도자동어도) : 도는 도에서 하나가 되고 

德者同於德(덕자동어덕) : 덕은 덕에서 하나가 된다 

失者同於失(실자동어실) : 잃음을 따르는 사람은 잃음과 하나가 됩니다 

同於道者(동어도자) : 도와 하나된 사람 

道亦樂得之(도역락득지) : 역시 그를 얻었음을 기뻐하고 

同於德者(동어덕자) : 덕과 하나된 사람 

德亦樂得之(덕역락득지) : 역시 그를 얻었음을 기뻐하고 

同於失者(동어실자) : 잃음에서 하나된 사람 

失亦樂得之(실역락득지) : 역시 그를 얻었음을 기뻐할 것이다 

信不足焉有不信焉(신불족언유불신언) : 신의가 모자라면 불신이 따르게 마련이다

 

24. 

企者不立(기자불립) : 발끝으로 서는 사람은 단단히 설 수 있고 

跨者不行(과자불행) : 다리를 너무 벌리는 사람은 걸을 수 없다 

自見者不明(자견자불명) : 스스로를 드러내려는 사람은 밝게 빛날 수 없고 

自是者不彰(자시자불창) : 스스로 의롭다 하는 사람은 돋보일 수 없고 

自伐者無功(자벌자무공) : 스스로 자랑하는 사람은 그 공로를 인정받지 못하고 

自矜者不長(자긍자불장) : 스스로 뽐내는 사람은 오래갈 수 없다 

其在道也(기재도야) : 도의 입장에서 보면 

曰餘食贅行(왈여식췌행) : 이런 일은 밥찌꺼지 군더더기 같은 행동으로 

物或惡之(물혹악지) : 모두가 싫어하는 것이다 

故有道者不處(고유도자불처) : 그러므로 도의 사람은 이런 일에 집착하지 않는다

 

25. 

有物混成(유물혼성) : 분화되지 않은 완전한 무엇 

先天地生(선천지생) : 하늘과 땅보다 먼저 있었다 

寂兮寥兮(적혜요혜) : 소리도 없고 형체도 없고 

獨立不改(독립불개) : 무엇에 의존하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고 

周行而不殆(주행이불태) : 두루 편만하여 계속 움직이나 없어질 위험이 없다 

可以爲天下母(가이위천하모) : 가히 세상의 어머니라 하겠다 

吾不知其名(오불지기명) : 나는 그 이름을 모른다 

字之曰道(자지왈도) : 그저 <도>라 불러 본다 

强爲之名曰大(강위지명왈대) : 구태여 명명하라 한다면 <크다>고 하겠다 

大曰逝(대왈서) : 크다고 하는 것은 끝없이 뻗어 간다는 것 

逝曰遠(서왈원) : 끝없이 뻗어 간다는 것은 멀리 멀리 나가는 것 

遠曰反(원왈반) : 멀리 멀리 간다는 것은 되돌아가는 것이다 

故道大(고도대) : 그러므로 도도 크고 

天大(천대) : 하늘도 크고 

地大(지대) : 땅도 크고 

王亦大(왕역대) : 임금도 크다 

域中有四大(역중유사대) : 세상에는 네 가지 큰 것이 있는데 

而王居其一焉(이왕거기일언) : 사람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人法地(인법지) : 사람은 땅을 본받고 

地法天(지법천) : 땅은 하늘을 본받고 

天法道(천법도) : 하늘은 도를 본받고 

道法自然(도법자연) : 도는 <스스로 그러함>을 본받는다

26. 

重爲輕根(중위경근) : 무거운 것은 가벼운 것의 뿌리이다 

靜爲躁君(정위조군) : 조용한 것은 조급한 것의 주인이다 

是以聖人終日行(시이성인종일행) : 그러므로 성인은 하루 종일 다닐지라도 

不離輜重(불리치중) : 짐수레를 떠나지 않는다 

雖有榮觀(수유영관) : 화려한 경관이 있을지라도 

燕處超然(연처초연) : 의연하고 초연할 뿐이다 

柰何萬乘之主(내하만승지주) : 만 대의 전차를 가진 나라의 임금이 

而以身輕天下(이이신경천하) : 어찌 세상에서 가볍게 처신할 수 있겠는가 

輕則失本(경즉실본) : 가볍게 처신하면 그 근본을 잃게 되고 

躁則失君(조즉실군) : 조급하게 행동하면 임금의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27. 

善行無轍迹(선행무철적) : 정말로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은 달린 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善言無瑕謫(선언무하적) : 정말로 잘하는 말에는 흠이나 티가 없다 

善數不用籌策(선수불용주책) : 정말로 계산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계산기가 필요없다 

善閉無關楗而不可開(선폐무관건이불가개) : 정말로 잘 닫힌 문은 빗장이 없어도 열리지 않는다 

善結無繩約而不可解(선결무승약이불가해) : 정말로 잘 맺어진 매듭은 졸라매지 않아도 풀리지 않는다 

是以聖人常善求人(시이성인상선구인) : 그러므로 성인은 언제나 사람을 잘 도와 주고 

故無棄人(고무기인) : 아무도 버리지 않는다 

常善救物(상선구물) : 물걸을 잘 아끼고 

故無棄物(고무기물) : 아무것도 버리지 않는다 

是謂襲明(시위습명) : 이를 일러 밝음을 터득함이라 한다 

故善人者(고선인자) : 그러므로 선한 사람은 

不善人之師(불선인지사) : 선하지 못한 사람의 스승이요 

不善人者(불선인자) : 선하지 못한 사람은 

善人之資(선인지자) : 선한 사람의 감이다 

不貴其師(불귀기사) : 스승을 귀히 여기지 못하는 사람이나 

不愛其資(불애기자) : 감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雖智大迷(수지대미) : 비록 지혜롭다 자처하더라도 크게 미혹된 상태이다 

是謂要妙(시위요묘) : 이것이 바로 기막힌 신비이다


28. 

知其雄(지기웅) : 남성다움을 알면서 

守其雌(수기자) : 여성다움을 유지하라 

爲天下谿(위천하계) : 세상의 협곡이 될 것이다 

爲天下谿(위천하계) : 세상의 협곡이 되면 

常德不離(상덕불리) : 영원한 덕에서 떠나지 않고 

復歸於孀兒(복귀어영아) : 갓난아기의 상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知其白(지기백) : 흰 것을 알면서 

守其黑(수기흑) : 검은 것을 유지하라 

爲天下式(위천하식) : 세상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爲天下式(위천하식) : 세상의 본보기가 되면 

常德不忒(상덕불특) : 영원한 덕에서 어긋나지 않고 

復歸於無極(복귀어무극) : 무극의 상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知其榮(지기영) : 영광을 알면서 

守其辱(수기욕) : 오욕을 유지하라 

爲天下谷(위천하곡) : 세상의 골짜기가 될 것이다 

爲天下谷(위천하곡) : 세상의 골짜기가 되면 

常德乃足(상덕내족) : 영원한 덕이 풍족하게 되고 

復歸於樸(복귀어박) : 다듬지 않은 통나무 상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樸散則爲器(박산즉위기) : 다듬지 않은 통나무를 쪼개면 그룻이 된다 

聖人用之(성인용지) : 성인은 이를 사용하여 

則爲官長(즉위관장) : 지도자가 된다 

故大制不割(고대제불할) : 정말로 훌륭한 지도자는 자르는 일을 하지 않는다


29. 

將欲取天下而爲之(장욕취천하이위지) : 세상을 휘어잡고 그것을 위해 뭔가 해보겠다고 나서는 사람들 

吾見其不得已(오견기불득이) : 내가 보건대 필경 성공하지 못하고 만다 

天下神器(천하신기) : 세상은 신령한 기물 

不可爲也(불가위야) : 거기다가 함부로 뭘 하겠다고 할 수 없다 

爲者敗之(위자패지) : 거기다가 함부로 뭘 하겠다고 하는 사람 그것을 망치고 

執者失之(집자실지) : 그것을 휘어잡으려는 사람 그것을 잃고 말 것이다 

故物或行或隨(고물혹행혹수) : 그러므로 만사는 다양해서 앞서가는 것이 있는가 하면 뒤따르는 것도 있고 

或歔或吹(혹허혹취) : 숨을 천천히 쉬는 것이 있는가 하면 빨리 쉬는 것도 있고 

或强或羸(혹강혹리) : 강한 것이 있는가 하면 약한 것도 있고 

或挫或隳(혹좌혹휴) : 꺾이는 것이 있는가 하면 떨어지는 것도 있다 

是以聖人(시이성인) : 따라서 성인은 

去甚去奢去泰(거심거사거태) : 너무함, 지나침, 극단 등을 피한다

30. 

以道佐人主者(이도좌인주자) : 도로써 군주를 보좌하는 사람은 

不以兵强天下(불이병강천하) : 무력을 써서 세상에 군림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其事好還(기사호환) : 무력을 쓰면 반드시 그 대가가 돌아오게 마련이어서 

師之所處(사지소처) : 군사가 주둔하던 곳엔 

荊棘生焉(형극생언) : 가시엉겅퀴가 자라나고 

大軍之後(대군지후) : 큰 전쟁 뒤에는 

必有凶年(필유흉년) : 반드시 흉년이 따르게 된다 

善有果而已(선유과이이) : 훌륭한 사람은 목적만 이룬 다음 그만둘 줄 알고 

不敢以取强(불감이취강) : 감히 군림하려 하지 않는다 

果而勿矜(과이물긍) : 목적을 이뤘으되 자랑하지 않고 

果而勿伐(과이물벌) : 목적을 이뤘으되 뽐내지 않고 

果而勿驕(과이물교) : 목적을 이뤘으되 교만하지 않는다 

果而不得已(과이불득이) : 목적을 이뤘으나 할 수 없어서 한 일 

果而勿强(과이물강) : 목적을 이뤘으되 군림하려 하지 않는다 

物壯則老(물장즉로) : 무엇이나 기운이 지나치면 쇠하게 마련 

是謂不道(시위불도) : 도가 아닌 까닭이다 

不道早已(불도조이) : 도가 아닌 것은 얼마 가지 않아 끝장이 난다


31. 

夫佳兵者(부가병자) : 훌륭하다는 무기는 

不祥之器(불상지기) : 상서롭지 못한 물건 

物或惡之(물혹악지) : 사람이 모두 싫어한다 

故有道者不處(고유도자불처) : 그러므로 도의 사람은 이런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君子居則貴左(군자거즉귀좌) : 군자가 평소에는 왼쪽을 귀히 여기고 

用兵則貴右(용병즉귀우) : 용병 때는 오른쪽을 귀히 여긴다 

兵者不祥之器(병자불상지기) : 무기는 상서롭지 못한 물건 

非君子之器(비군자지기) : 군자가 쓸 것이 못 된다 

不得已而用之(불득이이용지) : 할 수 없이 써야 할 경우 

恬淡爲上(념담위상) : 조용함과 담담함을 으뜸으로 여기고 

勝而不美(승이불미) : 승리하더라도 이를 미화하지 않는다 

而美之者(이미지자) : 이를 미화한다는 것은 

是樂殺人(시락살인) : 살인을 즐거워하는 것이다 

夫樂殺人者(부락살인자) : 살인을 즐거워하는 사람은 

則不可得志於天下矣(즉불가득지어천하의) : 세상에서 큰 뜻을 펼 수 없다 

吉事尙左(길사상좌) : 길한 일이 있을 때는 왼쪽을 높이고 

凶事尙右(흉사상우) : 흉한 일이 있을 때는 오른쪽을 높인다 

偏將軍居左(편장군거좌) : 둘째로 높은 장군은 왼쪽에 위치하고 

上將軍居右(상장군거우) : 제일 높은 장군은 오른쪽에 위치한다 

言以喪禮處之(언이상례처지) : 이는 상례로 처리하는 까닭이다 

殺人之衆(살인지중) : 많은 사람을 살상하였으면 

以哀悲泣之(이애비읍지) : 이를 애도하는 것 

戰勝以喪禮處之(전승이상례처지) :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이를 상례로 처리해야 한다


32. 

道常無名(도상무명) : <도>는 영원한 실재 이름 붙일 수 없는 무엇인데 

樸雖小(박수소) : 다듬지 않은 통나무처럼 비록 보잘것 없어 보이지만 

天下莫能臣也(천하막능신야) : 이를 다스릴 자 세상에 없다 

侯王若能守之(후왕약능수지) : 임금이나 제후가 이를 지킬 줄 알면 

萬物將自賓(만물장자빈) : 모든 것이 저절로 순복할 것이요 

天地相合(천지상합) : 하늘과 땅이 서로 합하여 

以降甘露(이강감로) : 감로를 내릴 것이요 

民莫之令而自均(민막지령이자균) : 명령하지 않아도 백성이 스스로 고르게 될 것이다 

始制有名(시제유명) : 다듬지 않은 통나무가 마름질을 당하면 

名亦旣有(명역기유) : 이름이 생깁니다 

夫亦將知止(부역장지지) : 이름이 생기면 멀출 줄도 알아야 한다 

知止可以不殆(지지가이불태) : 멈출 줄을 알면 위태롭지 않는다 

譬道之在天下(비도지재천하) : 이를테면 세상이 도로 돌아감은 

猶川谷之於江海(유천곡지어강해) : 마치 개천과 계곡의 물이 강이나 바다로 흘러듦과 같다


33. 

知人者智(지인자지) : 남을 아는 것이 지혜라면 

自知者明(자지자명) : 자기를 아는 것은 밝음이다 

勝人者有力(승인자유력) : 남을 이김이 힘있음이라면 

自勝者强(자승자강) : 자기를 이김은 정말로 강함이다 

知足者富(지족자부) : 족하기를 아는 것이 부함이다 

强行者有志(강행자유지) : 강행하는 것이 뜻있음이다 

不失其所者久(불실기소자구) : 제자리를 잃지 않음이 영원이다 

死而不亡者壽(사이불망자수) : 죽으나 멸망하지 않는 것이 수를 누리는 것이다


34. 

大道氾兮(대도범혜) : 큰 도가 넘쳐 있음이여 

其可左右(기가좌우) : 이쪽 저쪽 어디에나 

萬物恃之而生而不辭(만물시지이생이불사) : 온갖 것이 이에 의지하고 살아 가더라도 이를 마다하지 않고 

功成不名有(공성불명유) : 일을 이루고도 자기 이름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衣養萬物而不爲主(의양만물이불위주) : 온갖 것 옷입히고 먹이나 그 주인 노릇하려 하지 않는다 

常無欲(상무욕) : 언제나 욕심이 없으니 

可名於小(가명어소) : 이름하여 <작음>이라 하겠다 

萬物歸焉(만물귀언) : 온갖 것 다 모여드나 

而不爲主(이불위주) : 주인 노릇하려 하지 않으니 

可名爲大(가명위대) : 이름하여 <큼>이라 하겠다 

以其終不自爲大(이기종불자위대) : 그러므로 성인은 스스로 위대하다고 하지 않는다 

故能成其大(고능성기대) : 그러기에 위대한 일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35. 

執大象(집대상) : 위대한 형상을 굳게 잡으십시오 

天下往(천하왕) : 세상이 모두 그대에게 모여들 것이다 

往而不害(왕이불해) : 그대에게 모여들어 해받음이 없을 것이다 

安平太(안평태) : 오직 안온함과 평온함과 평화만이 깃들 것이다 

樂與餌(락여이) : 음악이나 별미로는 

過客止(과객지) : 지나는 사람 잠시 머물게 할 수 있으나 

道之出口(도지출구) : 도에 대한 말은 

淡乎其無味(담호기무미) : 담박하여 별맛이 없다 

視之不足見(시지불족견) : 도는 보아도 보이지 않고 

聽之不足聞(청지불족문) : 들어도 들리지 않지만 

用之不足旣(용지불족기) : 써도 다함이 없다


36. 

將欲歙之(장욕흡지) : 오므리려면 

必固張之(필고장지) : 일단 펴야 한다 

將欲弱之(장욕약지) : 약하게 하려면 

必固强之(필고강지) : 일단 강하게 해야 한다 

將欲廢之(장욕폐지) : 폐하게 하려면 

必固興之(필고흥지) : 일단 흥하게 해야 한다 

將欲奪之(장욕탈지) : 빼앗으려면 

必固與之(필고여지) : 일단 줘야 한다 

是謂微明(시위미명) : 이것을 일러 <미묘한 밝음>이라 한다 

柔弱勝剛强(유약승강강) : 부드럽고 약한 것이 굳세고 강한 것을 이깁니다 

魚不可脫於淵(어불가탈어연) : 물고기가 연못에서 나와서는 안됨같이 

國之利器(국지리기) : 나라의 날카로운 무기도 

不可以示人(불가이시인) : 사람들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


37. 

道常無爲而無不爲(도상무위이무불위) : 도는 언제든지 억지로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안 된 것이 없다 

侯王若能守之(후왕약능수지) : 임금이나 제후가 이를 지키면 

萬物將自化(만물장자화) : 온갖 것 저절로 달라집니다 

化而欲作(화이욕작) : 저절로 달라지는데도 무슨 일을 하려는 욕심이 생기면 

吾將鎭之以無名之樸(오장진지이무명지박) : 이름없는 통나무로 이를 누른다 

無名之樸(무명지박) : 이름없는 통나무로 

夫亦將無欲(부역장무욕) : 욕심을 없애노니 

不欲以靜(불욕이정) : 욕심이 없으면 고요가 찾아들고 

天下將自定(천하장자정) : 온누리에 평화가 깃들 것이다


노자를 굉장히 낭만적으로 해석하는 패턴이 있다. 무릉도원이 문명의 이기를 버리고 속세를 떠나 유유자적하는 삶으로 해석하는 것이 그 것이다. 하지만 그런 해석은 현대의 힐링과 합쳐져 현실 참여 의지를 억누르고 자기 만족적인 수동적인 삶으로 인도하곤 한다. 개인의 문제를 수양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건 개인적으론 나무랄 수 없으나, 이로 인해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도외시하는 건 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도덕경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당시 춘추와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피폐해진 민중의 현실을 벗어나 도피하고 싶은 처절한 이야기가 곳곳에 배어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도덕경은 당시의 제후와 제자백가들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일갈하는 내용임에도, 마치 문명을 부정하는 안빈낙도로 해석하는 것은 고전을 제대로 읽는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자체가 이 글모음의 긴 생명력을 증명해주는 게 아닐까 싶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그리 두꺼운 책이 아니다. 오가며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내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번역의 한계 때문인진 몰라도 카뮈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채긴 쉽지 않다. 


우선 뫼르소라는 난해한 인물이 등장한다. 어머니 장례식에서 보여주는 행태나 재판에서의 자기 변호 방식 등으로 보아 뫼르소는 보통 사람은 아니다. 여기에서 '보통이 아니다'라는 단어는 비범하다기 보다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마치 20세기초 프랑스에서 살았음직한 일베충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을 보면 일베충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그는 일베충이 아니다. 그는 이방인이자, 부조리 인간일 뿐이다. 


우선 뫼르소는 제목 그대로 이방인이다. 뫼르소는 어머니 장례식에서 슬퍼하기 보다 자신의 욕구를 멈추지 않았으며, 태양이 뜨겁다는 이유로 살인을 저질렀고, 이런 행위에 대해 관습적인 대처를 하지 못했다. 아니 그로서는 자신의 행위를 합리적으로 설명했으나, 아무도 그 의견을 이해해주지 않았다는 게 정확하겠다. 심지어 그는 죽음을 앞둔 시점 사제와의 만남에서도 신과 화해하지 않았다. 어쩌면 뫼르소로선 존재하지 않는 신과 화해할 것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관습과 괴리된 그를 품어줄 제도는 없었고, 그는 제도의 틀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말았다. 오직 그가 바라는 죽음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형대에 오르는 것 뿐. 아마도 그 사형대만이 관습과 뫼르소가 유일하게 합의한 지점이 아닐까 싶다. 인간은 자기행위의 총합이라는 사르트르의 말을 적용하면, 관습과 융화될 수 없는 사고의 누적분이 바로 뫼르소인 셈이다. 어떤 글에는 작가인 카뮈마저 이방인의 삶을 살았다던데, 그렇다면 카뮈는 이방인을 그린 게 아니라, 자신을 그린 셈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카뮈는 뫼르소를 이방인으로도 부조리의 인간(L'homme absurde)이라고도 정의했다. 여기서 부조리의 의미는 부조리한 상태를 늘 의식하며 살아가는 인간을 뜻한다. 합리성을 지향하는 인간이 불합리한 외부세계와 끊임 없이 부딪치는 감정, 그 황당함이 뫼르소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다. 뫼르소는 장례식에서 행해지는 여러 관습적 절차가 합리적이지 않았을 뿐이고, 아랍인을 살해한 이유가 뜨거운 햇살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태도는 불합리한 외부세계의 눈에 소시오패스처럼 비쳤을 뿐이다. 완전히 도덕적이지도 완전히 부도덕적이지도 않은 '부조리'를 의식하는 부조리 인간이었던 것이다. 


한 가지 법률적으로 이해가지 않는 건 살인혐의로 기소된 뫼르소에게 가해지는 검사의 심문이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어머니 장례식장에서의 행태가 아랍인을 살해한 혐의와 아무 관련 없는데도, 심문은 줄곧 뫼르소의 행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 사형을 언도한다. 마치 어머니 장례식에서 그런 정신 나간 짓을 할 정도라면(A), 아랍인을 고의로 살해했을 것이다(B) 라는 취지다. 하지만 A와 B는 뫼르소의 인식을 판단하는 추론일 뿐, 사건의 연속성과는 어떤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뫼르소의 변호인은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재판관들도 뫼르소를 단죄하고 말았다.


참고로 상단은 어떤 출판사 표지에 등장한 사진이다. 처음엔 배우나 모델인줄 알고 사진에서 뫼르소의 반항기를 느껴보기도 했다. 그러나 알베르 카뮈의 실제 모습임을 알고선, 역시 뫼르소는 카뮈의 분신이었구나 싶었다. 고뇌가 담긴 눈빛과 깊게 패인 주름살, 영락 없는 이방인의 모습이다.  



노자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면서도 그 폭이 넓다. 논어는 정확하게 왕에 대한 충성, 부모에 대한 공경을 정의하지만 도덕경은 그렇지 않다. A=a가 아니라, A≠B, A≠C 즉, A가 아닌 다른 것들을 나열하여 A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도덕경에 등장하는 도라는 개념이 언어로 규정되는 순간 도가 아니게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게 도덕경의 매력이자 마력인 듯 하다. 


12. 

五色令人目盲(오색령인목맹) : 섯 가지 색깔로 사람의 눈이 멀게 되고 

五音令人耳聾(오음령인이롱) : 다섯 가지 음으로 사람의 귀가 멀게 되고 

五味令人口爽(오미령인구상) : 다섯 가지 맛으로 사람의 입맛이 고약해진다 

馳騁畋獵令人心發狂(치빙전렵령인심발광) : 말달리기 사냥하기로 사람의 마음이 광분하고 

難得之貨令人行妨(난득지화령인행방) : 얻기 어려운 재물로 사람의 행동이 그르게 된다 

是以聖人爲腹(시이성인위복) : 성인은 배를 위하고 

不爲目(불위목) : 눈을 위하지 않는다 

故去彼取此(고거피취차) : 그러므로 후자는 뒤로하고 전자를 취한다

 

13. 

寵辱若驚(총욕약경) : 수모를 신기한 것처럼 좋아하고 

貴大患若身(귀대환약신) : 고난을 내 몸처럼 귀하게 여기십시오 

何謂寵辱若驚(하위총욕약경) : 수모를 신기한 것처럼 좋아한다 함은무엇을 두고 하는 말인가 

寵爲下(총위하) : 낮아짐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得之若驚(득지약경) : 수모를 당해도 신기한 것 

失之若驚(실지약경) : 수모를 당하지 않아도 신기한 것 

是謂寵辱若驚(시위총욕약경) : 이것을 일러 수모를 신기한 것처럼 좋아한다고 한다 

何謂貴大患若身(하위귀대환약신) : 고난을 내 몸처럼 귀하게 여긴다 함은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인가 

吾所以有大患者(오소이유대환자) : 고난을 당하는 까닭은 

爲吾有身(위오유신) :내 몸이 있기 때문 

及吾無身(급오무신) : 내 몸이 없어진다면 

吾有何患(오유하환) : 무슨 고난이 있겠는가 

故貴以身爲天下(고귀이신위천하) : 내 몸 바쳐 세상을 귀히 여기는 사람 

若可寄天下(약가기천하) : 가히 세상을 맡을 수 있고 

愛以身爲天下(애이신위천하) : 내 몸 바쳐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 

若可託天下(약가탁천하) : 가히 세상을 떠맡을 수 있을 것이다

 

14. 

視之不見(시지불견) : 보아도 보이지 않는 것을 

名曰夷(명왈이) : 이름하여 <이>라 하여 보자 

聽之不聞(청지불문) : 들어도 들리지 않는 것을 

名曰希(명왈희) : 이름하여 <희>라 하여 보자 

搏之不得(박지불득) : 잡아도 잡히지 않는 것을 

名曰微(명왈미) : 이름하여 <미>라 하여 보자 

此三者(차삼자) : 이 세 가지로도 

不可致詰(불가치힐) : 밝혀 낼 수 없는 것 

故混而爲一(고혼이위일) : 그래서 세 가지가 하나로 혼연 일체를 이룬 상태 

其上不皦(기상불교) : 그 위라서 더 밝은 것도 아니고 

其下不昧(기하불매) : 그 아래라서 더 어두운 것도 아니다 

繩繩不可名(승승불가명) : 끝없이 이어지니 무어라 이름 붙일 수도 없다 

復歸於無物(복귀어무물) : 결국, <없음>의 세계로 돌아간다 

是謂無狀之狀(시위무상지상) : 이를 일러 <모양 없는 모양>이고 

無物之象(무물지상) : <아무것도 없음의 형상>이라 한다 

是謂惚恍(시위홀황) : 이것을 <황홀>이라 하겠다 

迎之不見其首(영지불견기수) : 앞에서 맞아도 그 머리를 볼 수 없고 

隨之不見其後(수지불견기후) : 뒤에서 좇아도 그 뒤를 볼 수 없다 

執古之道(집고지도) : 태고의 도를 가지고 

以御今之有(이어금지유) : 오늘의 일을 처리하라 

能知古始(능지고시) : 태고의 시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是謂道紀(시위도기) : 이를 일컬어 <도의 실마리>라 한다

 

15. 

古之善爲士者(고지선위사자) : 도를 체득한 훌륭한 옛사람은 

微妙玄通(미묘현통) : 미묘현통하여 

深不可識(심불가식) :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夫唯不可識(부유불가식) : 그 깊이를 알 수 없으니 

故强爲之容(고강위지용) : 드러난 모습을 가지고 억지로 형용을 하라 한다면 

豫焉若冬涉川(예언약동섭천) : 겨울에 강을 건너듯 머뭇거리고 

猶兮若畏四隣(유혜약외사린) : 사방의 이웃을 대하듯 주춤거리고 

儼兮其若容(엄혜기약용) : 손님처러 어려워하고 

渙兮若氷之將釋(환혜약빙지장석) : 녹으려는 얼름처럼 맺힘이 없고 

敦兮其若樸(돈혜기약박) : 다듬지 않은 통나무처럼 소박하고 

曠兮其若谷(광혜기약곡) : 계곡처럼 트이고 

混兮其若濁(혼혜기약탁) : 흙탕물처럼 탁하다 

孰能濁以靜之徐淸(숙능탁이정지서청) : 누가 탁한 것을 고요히 하여 점점 맑아지게 할 수 있을까 

孰能安以久動之徐生(숙능안이구동지서생) : 누가 능히 가만히 있던 것을 움직여 점점 생동하게 할 수 있을까 

保此道者(보차도자) : 도를 체득한 사람은 

不欲盈(불욕영) : 채워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夫唯不盈(부유불영) : 채워지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故能蔽不新成(고능폐불신성) : 멸망하지 않고 영원히 새로워진다

 

16. 

致虛極(치허극) : 완전한 비움에 이르게 하고 

守靜篤(수정독) : 참된 고요함을 지키라 

萬物竝作(만물병작) : 온갖 것 어울려 생겨날 때 

吾以觀復(오이관복) : 나는 그들의 되돌아감을 눈여겨 본다 

夫物芸芸(부물운운) : 온갖 것 무성하게 뻗어 가나 

各復歸其根(각복귀기근) : 결국 모두 그 뿌리로 돌아가게 된다 

歸根曰靜(귀근왈정) : 그 뿌리로 돌아감은 고요함을 찾음이다 

是謂復命(시위복명) : 이를 일러 제 명을 찾아감이라 한다 

復命曰常(복명왈상) : 제 명을 찾아감이 영원한 것이다 

知常曰明(지상왈명) : 영원한 것을 아는 것이 밝아짐이다 

不知常(불지상) : 영원한 것을 알지 못하면 

妄作凶(망작흉) : 미망으로 재난을 당한다 

知常容(지상용) : 영원한 것을 알면 너그러워진다 

容乃公(용내공) : 너그러워지면 공평해진다 

公乃王(공내왕) : 공평해지면 왕같이 된다 

王乃天(왕내천) : 왕같이 되면 하늘같이 된다 

天乃道(천내도) : 하늘같이 되면 도같이 된다 

道乃久(도내구) : 도같이 되면 영원히 사는 것이다 

沒身不殆(몰신불태) : 몸이 다하는 날까지 두려울 것이 없다


17. 

太上不知有之(태상부지유지) :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사람들에게 그 존재 정도만 알려진 지도자 

其次親而譽之(기차친이예지) : 그 다음은 사람들이 가까이하고 칭찬하는 지도자 

其次畏之(기차외지) : 그 다음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지도자 

其次侮之(기차모지) : 가장 좋지 못한 것은 사람들의 업신여김을 받는 지도자 

信不足焉(신불족언) : 지도자에게 신의가 모자라면 

有不信焉(유불신언) : 사람들의 불신이 따르게 된다 

悠兮其貴言(유혜기귀언) : 훌륭한 지도자는 말을 삼가고 아낀다 

功成事遂(공성사수) : 지도자가 할 일을 다하여 모든 일 잘 이루어지면 

百姓皆謂我自然(백성개위아자연) : 사람들은 말하기를 <이 모두가 우리에게 저절로 된 것이다>고


이쯤 읽으면 도덕경은 통치철학으로 해석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특히나 16장과 17장은 하나로 해석하는 것이 무리 없다. 춘추전국시대 중국 패권을 노리는 왕들과 제자백가들에게는 왕의 자격론이 중요했을 테고 노자의 도덕경은 그들의 논리적 무기가 충분히 되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16장에 왕(王)이 명문화되었음에도 신분으로서의 왕이 아닌 서열로서의 왕으로 해석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런 것이 또 도덕경의 매력이니까.


모임에서 들은 얘기가 있다. 

"지배계층의 주관이 피지배계층의 객관이다."

"현자는 없다. 다만 현자를 알아보는 현자만 있을 뿐."


정말 도덕경에서도 찾을 수 없는 명언이 아닌가 싶다. 특히 현자는 없다는 말은 고전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깊이 새겨야 할 말이 아닐까. 



도덕경을 음미하면서 느끼는 건 노자는 틀이 없다는 점이다. 후대 사람들이 여러 해석으로 틀을 만들지만, 그건 노자를 보는 게 아니라 노자를 통해 자신을 보는 것일 뿐이다. 노자가 실존인물이건 아니건, 그의 사상은 정치 철학에 가까워 보인다. 그것도 그 시대 왕과 제자백가들의 정치적 논박에 사용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6. 

谷神不死(곡신불사) : 계곡의 신은 결코 죽지 않는다 

是謂玄牝(시위현빈) : 그것은 신비의 여인 

玄牝之門(현빈지문) : 여인의 문은 

是謂天地根(시위천지근) : 하늘과 땅의 근원 

綿綿若存(면면약존) : 끊어길 뜻하면서도 이어지고 

用之不勤(용지불근) : 써도 써도 다할 줄을 모른다

 

7. 

天長地久(천장지구) : 하늘과 땅은 영원하니 

天地所以能長且久者(천지소이능장차구자) : 하늘과 땅이 영원한 까닭은 

以其不自生(이기불자생) : 자기 스스로를 위해 살지 않기 때문이다 

故能長生(고능장생) : 그러기에 참된 삶을 사는 것이다 

是以聖人後其身而身先(시이성인후기신이신선) : 성인도 마찬가지 자기를 앞세우지 않기에 앞서게 되고 

外其身而身存(외기신이신존) : 자기를 버리기에 자기를 보존한다 

非以其無私邪(비이기무사사) : 사사로운 나로 하지 않기에 

故能成其私(고능성기사) : 진정으로 나를 완성하는 것 아니겠는가

 

8. 

上善若水(상선약수) : 가장 훌륭한 것은 물처럼 되는 것이다 

水善利萬物而不爭(수선리만물이불쟁) : 물은 온갖 것을 위해 섬길 뿐 그것들과 겨루는 일이 없고 

處衆人之所惡(처중인지소악) : 모두가 싫어한 낮은 곳을 향하여 흐를 뿐이다 

故幾於道(고기어도) : 그러기에 물은 도에 가장 가까운 것이다 

居善地(거선지) : 낮은 데를 찾아가 사는 지혜 

心善淵(심선연) : 심연을 닮은 마음 

與善仁(여선인) : 사람됨을 갖춘 사귐 

言善信(언선신) : 믿음직한 말 

正善治(정선치) : 정의로운 다스림 

事善能(사선능) : 힘을 다한 섬김 

動善時(동선시) : 때를 가린 움직임 

夫唯不爭(부유불쟁) : 겨루는 일이 없으니 

故無尤(고무우) : 나무람을 받을 일도 없다

 

9. 

持而盈之(지이영지) : 넘치도록 가득 채우는 것보다 

不如其已(불여기이) : 적당할 때 멈추는 것이 좋다 

揣而銳之(췌이예지) : 너무 날카롭게 벼리고 갈면 

不可長保(불가장보) : 쉽게 무디어집니다 

金玉滿堂(금옥만당) : 금과 옥이 집에 가득하면 

莫之能守(막지능수) : 이를 지킬 수가 없다 

富貴而驕(부귀이교) : 재산과 명예로 교만해짐은 

自遺其咎(자유기구) : 재앙을 자초한다 

功遂身退(공수신퇴) : 일이 이루어졌으면 물러나는 것 

天之道(천지도) : 하늘의 길이다

 

10. 

載營魄抱一(재영백포일) : 혼백을 하나로 감싸안고 

能無離乎(능무리호) :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할 수 있겠는가 

專氣致柔(전기치유) : 기에 전심하여 더없이 부드러워지므로 

能瓔兒乎(능영아호) : 갓난아이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滌除玄覽(척제현람) : 마음의 거울을 깨끗이 닦아 

能無疵乎(능무자호) : 티가 없게 할 수 있겠는가 

愛民治國(애민치국) :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다스림에 

能無知乎(능무지호) : “무위”를 실천할 수 있겠는가 

天門開闔(천문개합) : 하늘 문을 열고 닫음에 

能無雌乎(능무자호) : 여인과 같을 수 있겠는가 

明白四達(명백사달) : 밝은 깨닭음 사방으로 비춰 나가 

能無爲乎(능무위호) : 무지의 경지를 이룰 수 있겠는가 

生之畜之(생지축지) : 낳고 기르시오 

生而不有(생이불유) : 낳았으되 가지려 하지 마시오 

爲而不恃(위이불시) : 모든 것 이루나 거기 기대려고 하지 마시오 

長而不宰(장이불재) : 지도자가 되어도 지배하려 하지 마시오 

是謂玄德(시위현덕) : 이를 일컬어 그윽한 덕이라 한다

 

11. 

三十輻共一(삼십폭공일) : 설른 개 바퀴살이 한 군데로 모여 바퀴통을 만드는데 

當其無(당기무) : 그 가운데 아무것도 없음 때문에 

有車之用(유차지용) : 수레의 쓸모가 생겨납니다 

埏埴以爲器(연식이위기) :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데 

當其無(당기무) : 그 가운데 아무것도 없음 때문에 

有器之用(유기지용) : 그릇의 쓸모가 생겨납니다 

鑿戶牖以爲室(착호유이위실) : 문과 창을 뚫어 방을 만드는데 

當其無(당기무) : 그 가운데 아무것도 없음 때문에 

有室之用(유실지용) : 방의 쓸모가 생겨납니다 

故有之以爲利(고유지이위리) : 그러므로 있음은 이로움을 위한 것이지만 

無之以爲用(무지이위용) : 없음은 쓸모가 생겨나게 하는 것이다


6장을 해석하는데 참으로 다양한 시각이 있다. 에로티시즘에서 페미니즘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에로티시즘도 페미니즘도 노자가 의도한 바로 볼 순 없다. 그건 현세 사람들의 의도가 개입된 해석일 뿐이다. 2,500년 전 시대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예를 들면 지금으로부터 수 백년이 흐른 서기 2500년에 이성을 반대하는 반이성주의가 생겨났으며, 반이성주의가 21세기의 스티브 잡스를 반이성주의의 태두라고 주장한다 가정해보자. 그 근거는 스티브 잡스가 얘기한 "Stay foolish, stay hungry"다. 어딘지 어색하지 않은가?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를 근거로 반이성주의로 해석하는 건 자유지만, 그렇다고 스티브 잡스가 얘기한 진의를 왜곡해선 안된다. 스티브 잡스는 그저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장에서 젊은이들에게 항상 낮은 자세로 연구하고 도전하라는 연설을 했을 뿐이다. 그가 수 백년 후에나 등장할 반이성주의의 흐름을 예견했을리 만무하다. 그래서 인문학 해석은 시대배경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도덕경 1장에서 9장까지는 도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고, 10장은 그런 도를 너가 과연 실천할 수 있겠는가? 하고 묻고 있다. 당시의 시대를 대입하면 화자는 노자, 청자는 왕이나 제자백가, 즉 글을 읽을 수 있는 정치집단이었을 것이다. 결국 후대의 다양한 해석과는 상관없이 도덕경은 정치철학일 확률이 높다. 노자가 공자를 가르쳤다는 얘기도 도덕경에 권위를 부여하기 위한 스토리텔링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자와 장자로 대표되는 도가는 분명 매력적인 구석이 있다. 무위자연이라는 말처럼 물처럼 흘러가는 자연스러운 상태를 지향하기에 현실참여를 권장하는 유가와는 대비되는 면이 있다. 이 때문에 도가는 현실도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내가 해석한 노자의 도덕경은 꼭 그렇지는 않다. 유가의 성인처럼 정치를 하면 안된다는 훈계 자체가 현실에 참여를 하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1장.

道可道非常道(도가도비상도) : 도를 도라고 말하면 그것은 늘 그러한 도가 아니다 

名可名非常名(명가명비상명) : 이름을 이름 지으면 그것은 늘 그러한 이름이 아니다 

無名天地之始(무명천지지시) : 이름이 없는 것을 천지의 처음이라고 하며 

有名萬物之母(유명만물지모) : 이름이 있는 것을 만물의 어미라 한다 

故常無欲以觀其妙(고상무욕이관기묘) : 그러므로 늘 욕심이 없으면 그 묘함을 알고

常有欲以觀其徼(상유욕이관기요) : 늘 그 욕심이 있으면 그 자장자리만 본다 

此兩者同(차량자동) : 그런데 이 둘은 같은 것이다 

出而異名(출이이명) : 사람의 앎으로 나와 이름만 달리했을 뿐이다 

同謂之玄(동위지현) : 그 같은 것을 일컬어 현묘하다고 한다

玄之又玄(현지우현) : 현묘하고 또 현묘하다 

衆妙之門(중묘지문) : 모든 묘함이 이 문에서 나오지 않는가

 

2장. 

天下皆知美之爲美(천하개지미지위미) : 하늘 아래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다고 알고 있다 

斯惡已(사악이) : 그러나 추한 것은 추한 것이다

皆知善之爲善(개지선지위선) : 하늘 아래 사람들이 선한 것이 선하다고만 알고 있다 

斯不善已(사불선이) : 그런데 그것은 선하지 않은 것이다 

故有無相生(고유무상생) : 그러므로 있음과 없음은 서로 생하고 

難易相成(난이상성) : 어려움과 쉬움도 서로 이루며 

長短相較(장단상교) : 길고 짧음은 서로 겨루며 

高下相傾(고하상경) : 높음과 낮음도 서로 기울며 

音聲相和(음성상화) : 노래와 소리는 서로 어울리며 

前後相隨(전후상수) : 앞과 뒤는 서로 따른다 

是以聖人處無爲之事(시이성인처무위지사) : 그러므로 성인은 무위로써 이를 처리하고 

行不言之敎(행불언지교) : 말로 하지 않는 가르침을 수행해야 한다 

萬物作焉而不辭(만물작언이불사) : 모든 일 생겨나도 마다하지 않고 

生而不有(생이불유) : 모든 것을 이루나 가지려 하지 않고 

爲而不恃(위이불시) : 할 것 다 이루나 거기에 기대려 하지 않고 

功成而弗居(공성이불거) : 꿈을 쌓으나 그 공을 주장하지 않는다 

夫唯弗居(부유불거) : 공을 주장하지 않기에 

是以不去(시이불거) : 이룬 일이 허사로 돌아가지 않는다

 

3장. 

不尙賢(불상현) : 훌륭하다는 사람 떠받들지 말라 

使民不爭(사민부쟁) : 사람들 사이에 다투는 일 없어질 것이다 

不貴難得之貨(불귀난득지화) : 귀중하다는 것 귀히 여기지 말라 

使民不爲盜(사민불위도) : 사람 사이에 훔치는 일 없어질 것이다 

不見可欲(불견가욕) : 탐날 만한 것 보이지 마시라 

使民心不亂(사민심불란) : 사람의 마음 산란해지지 않을 것이다 

是以聖人之治(시이성인지치) : 그러므로 성인이 다스리게 되면 사람들은 

虛其心(허기심) : 마음은 비우고 

實其腹(실기복) : 배는 튼튼하게 하며 

弱其志(약기지) : 뜻은 약하게 하고 

强其骨(강기골) : 뼈는 튼튼하게 한다 

常使民無知無欲(상사민무지무욕) : 항상 사람들로 지식도 없애고 욕망도 없애고 

使夫智者不敢爲也(사부지자불감위야) : 지혜롭다고 하는 자들로 하여금 감히 무엇을 한다고 하지 못하게 한다 

爲無爲則無不治(위무위칙무불치) : 무위를 실천하면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다

 

4장. 

道沖(도충) : 도는 텅 비어있다

而用之或不盈(이용지혹불영) : 그러나 아무리 퍼내어 써도 고갈되지 않는다 

淵兮(연혜) : 그윽하도다

似萬物之宗(사만물지종) : 만물의 으뜸 같구나 

挫其銳解其紛(좌기예해기분) : 날카로운 것을 무디게 하고 얽힌 것을 풀어 주고 

和其光同其塵(화기광동기진) : 빛을 부드럽게 하고 티끌과 하나가 된다 

湛兮(담혜) : 맑고 또 맑아라

似或存(사혹존) : 저기 존재하는 것 같다 

吾不知誰之子(오불지수지자) : 나는 그가 누구의 아들인지 알 수 없지만 

象帝之先(상제지선) : 하느님보다 먼저 있었음이 틀림없다

 

5장. 

天地不仁(천지불인) : 천지는 인자하지 않다 

以萬物爲芻狗(이만물위추구) : 모든 것을 짚으로 만든 강아지처럼 취급한다 

聖人不仁(성인불인) : 성인은 인자하지 않는다 

以百姓爲芻狗(이백성위추구) : 백성들을 모두 짚으로 만든 강아지처럼 취급한다 

天地之間, 其猶槖籥乎(천지지간 기유탁약호) : 하늘과 땅 사이는 풀무의 바람통과 같다

虛而不屈(허이불굴) : 비어 있으나 찌그러지지 없고 

動而愈出(동이유출) : 움직일수록 더욱더 내뿜는다 

多言數窮(다언수궁) : 말이 많으면 궁지에 몰리는 법 

不如守中(불여수중) : 중심을 지키는 것보다 좋은 일은 없다


1장과 2장은 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도란 무엇이다 라고 명확히 정의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도라고 오해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배제하는 기법으로 설명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설명법이기도 하다. 일단 언어로 설명이 되는 순간 그것은 언어의 틀에 갇혀 본질과는 다른 의미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김춘수의 꽃이 꽃으로 명명되는 순간 꽃의 본질과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도가가 정명사상과 배치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불가에서도 비슷한 문맥이 등장한다.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연꽃 한송이를 드는 것으로 대신 설법하는 염화미소처럼 말로 설명하는 순간 본질이 아닌 언어에 새롭게 정의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노자는 도라고 하는 순간 도는 도가 아니라고 첫 말문을 연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도는 우주의 진리에 가깝지 않나 싶다. 분명 유가에서 말하는 도와는 다른 훨씬 더 큰 개념이다. 


일단 위의 해석은 대부분 통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의를 달고 싶은 것은 2장과 3장의 성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이다. 문장 구조로 보면 위에서 도에 대해서 설명을 한 후, 是以를 붙이고 성인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다. 즉 是以를 영어의 Therefore에 해당한다고 볼 때, 'A=a 是以 B=b'의 구조는 'A=a이므로 B=b여야 한다'로 해석하는 게 합리적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도덕경의 성인은 유가에서 말하는 성인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성인을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이러이러해야 한다고 성인의 자격을 거론한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런 의미로 3장을 노자의 우민정치로 해석하는데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성인에 대한 자격론은 5장에서도 드러난다. 성인은 편애하지 않는다라고 해석하기도 하나, 인하지 않다, 인자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5장의 첫 글을 보면 천지는 인자하지 않다고 하는데, 만약 천지가 인자하다면 홍수나 가뭄 등의 자연재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즉 자연은 인자하지 않기 때문에 만물을 무심하게 대한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댓구법으로 이어지는 성인도 인자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성인이 갖춰야 할 덕목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는 정치는 이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제자백가가 넘쳐나는 춘추전국시대에 도가가 바라보는 정치관이기도 하고, 유가에 대한 디스로 보여지기도 하다. 도가의 이상적인 정치란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보다는 모든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할 일을 찾아가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해석에 따라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도가의 사상은 정치적으로는 아나키즘, 경제적으로는 자유방임주의에 가까워 보인다. 



독서 좀 한다는 사람들이 한 번씩 언급하는 책이 있다. 바로 '그리스인 조르바'다. 원래 시류에 편승하는 듯한 책엔 큰 흥미를 느끼지 않지만, 조르바를 그런 책으로 분류할 순 없다. 오히려 조르바는 한 번 읽어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감마저 들었다. 그래서 주문했고 다 읽어냈다.


소설은 예상과 달리 큰 재미는 없었다. 살아온 배경이나 성향 등 공통점이라곤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두 사람이 일상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에서 인생의 묵직한 주제까지 옥신각신 주고 받는 얘기가 울림이 있진 않았다. 또한 주인공 조르바가 실존인물이라는 팩트도 크게 와닿지 않았다. 오히려 책을 읽는 내내 왜 이 책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풀기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조르바라는 인물이 가진 성향에 큰 매력을 느끼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그걸 풀기 위해선 조르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선 조르바는 세상이 정해놓은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 누군가 도덕관념이나 윤리의식을 들먹이면 "그딴거 개나 줘버려~" 라고 소리질러댔을 것이다. 그렇다고 천성이 나쁜 사람도 아니다. 다소 보는 입장에 따라 거칠다고 할지언정 말이다. 오히려 꽤나 인간적인 성품을 지녔다. 매사에 솔직하고 직선적이다. 그래서 뒤끝이 없다. 이 정도의 성격의 소유자라면 동네 어딘가에서 한 두명은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르바의 진정한 매력은 자신만의 뚜렷한 관점이 있다는 것이다. 정제된 언어로 표현되는 철학은 아니지만, 투박한 행동으로 보여지는 삶에 대한 자세가 매우 진중하다. 무학의 깨달음이라는 건 조르바에게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평소 끔찍하리만치 여성비하적인 언어와 막돼먹은 행동을 퍼붓지만, 정말 여성을 보호해야 할 때 용기있게 나서는 조르바의 모습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것이 이 소설 속 화자인 카잔차키스의 캐릭터와 대비되어 더욱 극적으로 비쳤을 것이다. 


조르바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아마 두 가지 부류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조르바와 정반대 지점에 서있는, 이를테면 카잔차키스와 비슷한 그룹. 이들은 모범적으로 성장하고, 많이 배워, 풍족한 삶을 살고 있지만, 가벼운 인생에 대한 갈증 또한 갖고 있다. 많이 움켜쥔 사람일수록 손을 가볍게 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아마 조르바를 보면서 원초적인 질투심이나 동경심을 많이 품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조르바와 비슷하지만 같지 않은 부류다. 이들은 자신의 삶을 조르바가 대변해준다고 믿는다. 아마도 주위 시선에 조르바를 언급하면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은 어느 정도 미화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조르바와 같진 않다. 그런 사람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에 조르바가 많았다면 '그리스인 조르바'는 이렇게까지 큰 반향을 일으키진 않았을 것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면, 조르바 삶의 지향점은 종교와 이념에서 탈피한 인간의 영역과 일치한다. 호메로스, 베르그송, 니체, 붓다 등을 연구하는 카잔차키스가 놓쳤던 부분, 즉 인간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 조르바에게는 본능적으로 내면화되어 있는 것이다. 육체를 영혼의 부산물로 생각하는 공허함 역시 조르바는 단호히 거부한다. 어떤 거창한 이론적 배경으로 논쟁하는 게 아닌, 자연스럽게 알게 된 무학의 깨달음으로 가볍게 무력화시킨다. 그런 그에게 이념 역시 그러하다. 혹자는 아무 때나 무례한 언어를 남발하는 조르바를 불편해 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르바의 솔직함에 대해 좀 더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아니 인간의 다양한 스펙트럼에 관대해지자. 꼰대처럼 굴지 말고.  


덧글.

영화 '희랍인 조르바'에서 조르바는 안소니 퀸이 연기했다. 이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아마 조르바의 느낌을 보여주는데 안소니 퀸만한 배우는 없었을 것이다. 거친 마초의 육체와 고뇌하는 주름살을 표현하기엔 그가 딱이다. 만약 국내영화로 만든다면 조르바 역으로 김어준을 추천한다. 연기만 뒷받침된다면 그 이상의 선택은 없다.



읽긴 읽어야 하는데 읽지 못한 고전, '단테의 신곡'을 숙제하듯 읽어냈다. 예상했던대로 '단테의 신곡'은 중세시대에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다분히 기독교를 위한, 기독교에 의한, 중세 기독교의 책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인다면 자신을 위로하며 응원하는 장치가 숨어있다고 할까? 영원한 연인 베아트리체를 배치한 것도 그 중 하나다.

 

'단테의 신곡'은 몇 가지 측면에서 센세이셔널하다. 우선 작가가 직접 소설 속에 등장한다. 이런 형식이 '단테의 신곡' 이전에 있었는지 모르지만, 획기적인 구성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이 소설은 지옥과 연옥, 천국에 처한 사람의 실명이 언급되는 상당히 정치적인 책이다. 단테의 의도에 따라 자신과 자신이 속한 정파와 친척들은 미화되고 반대쪽 인물들은 악으로 규정된다. 단순한 소설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무서울 정도로 단순화되는 선과 악의 구분은 지금까지도 서방세계 가치관에 녹아있다.

 

 

동시에 이 책은 지배계층에 종교적 정당성을 제공한다. 농노에게는 귀족을 향한, 왕과 귀족에게는 교황과 성직자를 향한 존경과 순종을 강요한다. 이를 거부할 경우 무시무시한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는 매우 효과적으로 먹혀들었다. 일종의 공포 마케팅인 셈이다. 현실세계의 불만을 사후세계의 안녕으로 잠재울 수 있다는 것, 나아가 현실세계의 충직한 복종을 이끌어낸다는 건 종교가 아니고선 불가능에 가깝다.

 

돌아 보면 묵직한 종교의 힘은 당대 황제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로마교황인 그레고리우스 7세가 신성로마제국 황제 하인리히 4세에게 파문을 내린 카노사의 굴욕도 중세라면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제 아무리 황제라 한들 사후에 지옥으로 떨어진다는데 어찌 눈밭에 서있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한 이 책은 기독교에 대해 대중들이 갖고 있는 의문을 해소하는데 상당한 부분을 할애한다. 예수 강림 이전의 사람들이 죽으면 천국에 가는지 지옥으로 가는지, 심지어 아담이 왜 귀양살이를 하게 되는지 등에 대해 풀어주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얼마 전 앙코르와트 벽면에서 봤던 지옥의 모습이 머릿 속에 맴돌았다. 혀를 뽑고, 유리가루에 짓이기는 등 불교와 힌두교에서 그린 지옥 역시 서양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기 위해 공포 마케팅을 쓰는 통치방식 역시 비슷했다. 동양과 서양은 그렇게 그렇게 근대에 이르렀으며 점점 종교의 그늘에서 벗어난 셈이다.

 

책을 덮으며 덧붙인다면, 드러나지 않았을 때 가장 극대화되는 공포심을 이겨내는 방법은 과연 있을지, 인간에게 사후세계는 과연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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