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에 물이 넘치기 직전의 상황.
댐이 버티느냐 물이 넘치느냐의 팽팽한 긴장이 넘치는 순간,
댐에 자그마한 균열이 생깁니다. 
결국 물이 댐을 넘기 전에, 댐은 스스로 터지고 맙니다.
그리고는 와르르 무너집니다.

SK와 두산의 2차전은 7회까지 한치의 양보도 없는 투수전이었습니다. 세데뇨는 5이닝 무실점, 카도쿠라는 6.1이닝 1실점으로 선발 역할을 100% 해냈구요. 임태훈도 박정권에게 또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완벽하게 틀어막았죠. 윤길현 역시 삼진 2개 포함 범타로 1이닝을 무실점 호투했습니다.

이렇게 7회까지 1:1로 맞선 순간 8회초에서 두산이 2사 후 정수빈이 출루하면서 분위기를 조심스럽게 끌어가죠. 정수빈은 이종욱 타석 초구에 도루를 성공시키고, 정우람의 폭투때 3루까지 내달립니다. 이때 김성근 감독의 표정을 보니 고개를 저으며 이맛살을 찌푸리더군요. 그리고는 중견수와 우익수를 김강민과 조동화로 교체합니다. 김성근 감독의 특징이기도 한데 불리한 상황이거나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때 야수를 바꾸죠. 하지만 이종욱은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를 가르는 2루타를 뽑아 냅니다. 그 수비 좋은 조동화도 어쩔 수 없더군요. 정말 통쾌한 순간이었네요. 김성근 감독의 승부수 쪽으로 보란 듯이 카운터 펀치를 날렸으니까요. 그리고는 게임이 끝난겁니다. 이후 고영민의 투런홈런은 확인사살에 불과했구요.

인천상륙작전은 1차전 진지 구축에 성공한데 이어 2차전 승리로 상륙 개시를 감행한 셈입니다. 이제 남은건 잠실에서 인천상륙작전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만 남았네요. 플레이오프 전에 3승 1패로 올라갈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이제는 3연승으로 호랑이 잡으러 가야겠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방심하면 안되죠. 상대는 우리가 2연승하고도 4연패로 뒤집혔던 SK입니다.

1. 세데뇨
어제 포스팅에서 산업연수생 데뇨가 왠지 일을 낼 것 같다고 했었죠. 과거 리오스 출전 경기의 김을 빼기 위해 김광현을 출전시켰던 야신... 데뇨는 중간계투로 쓰기에 부족해 차라리 선발로 올린다는 달감독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모르긴해도 자존심 무지 상했을겁니다. 그런 경기에 졌으니... 게다가 달감독의 말도 거슬리지만, 본인이 직접 2, 3, 5차전을 잡겠다고 했었거든요. 어쨌든 두산 산업연수생 데뇨는 기술을 잘 배워 성과도 올리고 칭찬도 받았네요. 사장님의 평가는 어떨까요? 내년에도 남으라고 할까요..? ㅋㅋ

2. 이종욱
오늘 경기에서 가장 기쁜건 허슬심장 종박이 살아났다는 겁니다. 종박은 자타가 공인하는 허슬야구의 상징인데요. 그간 1번타자의 몫을 제대로 못해 많이 속상했습니다. 그런 종박이 결승 2루타를 날려주니 기쁨 두배네요. 게다가 1회에 보여준 화려한 주루플레이는 한국시리즈에 큰 기대를 갖게 합니다. 당연히 2차전의 Daily MVP는 종박이었구요. 종박과 고젯이 앞뒤에서 발야구를 보여주면 양키스도 막지 못합니다.

3. 고영민
고젯! 감기에 걸렸다고 하더니 정말 걸리기는 한겁니까? 그 컨디션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홈런을 날리다니요. 이럴꺼면 시즌 초반에도 감기에 한번 걸리게 해줄걸 그랬나요? 하하 역시 대단한 변태 고슨생이십니다. 달감독이 역할을 해줄 선수로 지목할 때만 해도 의례적인 코멘트겠거니 했는데, 나름 역할을 해주니 고맙네요. 수비도 탄탄하고, 야구 센스도 있고, 발도 빠르고, 펀치력까지 갖고 있으니 부러울게 없습니다. 고젯천하

4. 임태훈
애교의 볼은 참 좋습니다. 직구도 묵직하고 낮게 깔리죠. 배짱도 두둑하고 경험도 쌓여서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볼을 던질 수 있는 몇 안되는 선수 중에 한명입니다. 하지만 박정권에게 이틀 연속 맞은거 보면 야구는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 스포츠인가 봅니다. 물론 박정권이 거포란걸 부정하는건 아니구요. 잘 던지고 잘쳤습니다. 애교가 대견한건 홈런 맞고도 후속타자를 잘 잡았다는 점이네요.

5. 이용찬
2차전에서는 마무리에 실패했습니다. 한점차였던 1차전에서는 완벽한 투구를 보여줬는데요. 정작 세점차였던 2차전에서 아웃카운트 하나 잡더니, 볼넷, 안타 연속 내주고 내려갔네요. 좀더 기다려줄 알았던 달감독도 매정할 때가 있군요. 하지만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는 중요한 순간에 선수보다 팀을 먼저 생각한 것이고,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 마운드에는 이용찬이 서 있으리라 믿습니다.

6. 고창성
대신 곱창이 게임을 매조지했네요. 1, 2루 상황에서 땅볼 2개로 가볍게 잡아냈습니다. 곱창이 플레이오프에서부터 공이 살아나기 시작했기에 올라오는 순간 승리를 확신했네요. 표정도 흔들리지 않는 포커페이스여서 긴장하는 기색이 없었구요. 곱창의 시크한 무표정... 은근 매력입니다.


실질적인 한국시리즈 SK와의 첫 승부에서 두산이 승리했습니다. 첼로 레슨 끝나자마자 떨리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열어보니 고영민과 최준석이 홈런을 날렸더군요. 순간 어찌나 마음이 놓이던지... 레슨 받으면서 마음 한편은 문학에 있었더랬죠. 근데 경기를 보니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눈에 보이더군요. 미디어데이에서는 부담없이 싸우겠다고 했지만, 정작 그라운드에서의 눈빛은 양팀 선수들 모두 이글거렸습니다. 덕분에 끝까지 긴장감 넘치는 명승부를 봤습니다.

최종 스코어 3:2로 두산이 한번도 리드를 뺏기지 않았지만, 역시 SK는 롯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강적이더군요. 선수들의 기본적인 실력 뿐만 아니라, 수비, 주루 플레이 모두 흠잡을데가 없었습니다. 깜짝 4번으로 나왔던 이재원은 나이 어리지만 대담한 타격을 보여줬구요. 박정권도 거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임태훈에게 솔로홈런을 뺐었죠. 절대 방심할 수 없는 팀입니다.  

승부처는 6회말이었네요. 세데뇨가 올라오자마자 첫 타자 박정권을 볼넷으로 내보내자 김성근 감독이 대타 이호준을 내세우죠. 이에 김경문 감독도 과감하게 바로 세데뇨를 내리고 고창성으로 응수합니다. 사실 김경문 감독의 이런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든데요. 아무래도 김성근 감독이니까 내린 결단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과는 김경문 감독의 압승. 고창성이 삼진 2개와 땅볼로 가볍게 진압했습니다. 순간 김성근 감독의 얼굴은 노마크 찬스에서 안드로메다 슛을 날린 선수처럼 심각하게 굳어지더군요.
 
그리고 오늘의 MVP는 단연 금민철입니다. 선발로 나와 5이닝 1실점으로 막아 승리의 기초를 닦아줬죠. 대부분 SK 글로버에 비해 밀린다는 평가였는데, 이제는 금민철에 대해 재평가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금민철이 실질적인 두산의 에이스입니다. 그리고 계투진들도 너무 잘해줬네요. 세데뇨를 제외하고 고창성, 지승민, 임태훈, 이용찬 모두 철옹성 그 자체였습니다. 특히 이용찬의 철벽 마무리는 눈물겹네요. 삼진 하나, 안타 하나, 병살 하나로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이용찬이 이렇게만 해준다면 SK건 기아건 전혀 무섭지 않네요.

1. 금민철
준플레이오프 호투가 1회성이 아니었음을 몸소 보여줬습니다. 우모도 마음 한켠에 왠지 골든보이가 못미더웠는데요. 순간이나마 의심했던 자신을 반성합니다. 그간 골든보이를 너무 띄엄띄엄 본 것 같군요. 어쨌든 빠르다고 공이 다 좋은건 아니고, 느려도 제구력이 뒷받침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걸 증명해줬습니다. 이대로만 간다면 한국시리즈에서도 1선발은 골든보이겠죠?

2. 고영민
그라운드를 지배하는 고젯의 선제 홈런이 없었다면 경기는 어떻게 흘러갔을지 모를겁니다. 글로버의 구위가 나쁘지 않았거든요. 기계와 두목곰은 글로버에게 안타 하나도 뽑지 못했으니까요. 그런 글로버에게 고젯의 홈런은 골든보이에게도 적쟎은 힘이 되었죠. 달감독이 이번 SK전에서 가장 기대가 되는 선수로 고젯을 지목했는데요. 스승의 믿음에 뛰어난 활약으로 보답했네요.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엉망이라더니 역시 고젯은 변태 고슨생입니다.

3. 고창성
곱창이 왜 신인왕 후보인지 이번 경기에서 제대로 보여줬죠. 세데뇨의 방화를 삼진과 내야땅볼로 잘 껐습니다. 2회 이후 점수내지 못한 상태에서 첫타자 볼넷을 내줘 자칫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1.1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삼진 2개... 곱창 덕분에 주도권을 계속 장악할 수 있었습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다소 자신감없는 피칭을 하기도 했었는데, 대충 감을 잡기 위한 전초전이었나 보네요. KILL라인의 선두 곱창으로 돌아왔습니다.

4. 임태훈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걱정, 그리고 기대되는게 임태훈과 김재현의 승부였습니다.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김재현에게 얻어맞은 홈런이 임애교나 팬들에게 큰 상처였거든요. 그런 안좋은 기억을 야신도 모를리 없죠. 8회 첫타자로 대타 김재현을 내더군요. 김재현이야 뭐 전성기가 지나긴 했지만, 여전히 배트 스피드가 수준급이어서 임애교의 묵직한 직구도 제대로 걸리기만 하면 넘어갑니다. 그런 김재현을 삼진으로 잡았네요. 순간 오늘 승리예감이 들었던건 우모만은 아니었을겁니다.

5. 이용찬
오늘 경기의 가장 마음 졸였던 순간이 9회말이었습니다. 마무리 이용찬이 정상호를 6구만에 헛스윙으로 잡을 때만 해도 이제 됐구나 싶었는데, 대타 박정환에게 중전안타를 맞자 심장박동이 무한질주를 하더군요. 야신은 대주자 조동화로 바꿨구요. 거기 타자는 타점을 기록했던 백전노장 박재홍인지라 긴장감은 더했죠. 그 위기의 순간에도 다행히 이용찬은 자기 공을 던지더군요. 결국 박재홍의 타구는 고젯에게 굴러가 병살이 되었구요. 게임은 끝났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는 이용찬... 멋있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꼭 북경올림픽 쿠바전을 연상시키네요. 여기서 만약... 만약이라는 가정을 해보면요. 만약 이용찬이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면 플레이오프는 오늘 경기와 상관없이 SK에게 90% 이상 넘어갔을겁니다. 용찬아 고맙다!

6. 김동주, 김현수
팀의 기둥인 두 선수가 나란히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기계는 2삼진까지 보너스로 받았구요. 기계가 삼진당하더라도 힘껏 스윙하겠다고 하더니... 이런거였나...? 싶네요. 두목곰은 진리니까 패스구요. 어쨌든 이겨도 기계와 두목곰이 허무하게 무너지니 마냥 기쁘지만은 않네요. 기계, 두목곰 화이팅해주삼!

덧글...
이렇게 큰 경기에서 담대하게 잘 뛰어준 금민철, 이용찬, 임태훈이 몇살인지 아시나요? 86년생, 88년생, 빠른 89년생입니다. 아... 너무 배불러요~


WBC 2라운드 첫 경기에서 멕시코를 8:2로 눌렀습니다. 우리 선수들 잘 치고 잘 던지고 이길만 했습니다만, 사실 멕시코에 진다는게 더 이상한게 아닐까 싶네요. 우리의 상대는 일본과 쿠바, 미국이지 멕시코는 아니죠. 그렇다고 멕시코가 못한다는건 아니지만, 적어도 큰 봉우리를 보고 산에 올라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다들 잘 싸웠지만, 그 중에서도 고영민선수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네요. 뭐 팬심이라 어쩔 수 없죠.^^ 그동안 2루 주전을 정근우에게 내줘서 자존심이 상했을 범 한데, 오늘의 활약으로 계속 스타팅에 이름을 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페레즈에게 뽑은 뜬금포도 그렇지만 특히 3루 도루, 기습번트 등 고영민만의 재치넘치는 플레이가 인상적이네요. 역시 우리팀 사기올리고 상대팀 의욕을 떨어뜨리는데는 재기넘치는 허슬플레이가 딱입니다.


오늘 고영민이 친 홈런을 보면 그의 평소 타격 스타일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고영민은 기본적으로 맞추는 센스는 갖고 있는 선수긴 합니다. 작년 LG전에서 옥스프링에게 동점타를 쳤을 때가 대표적인데요. 옥스프링이 던진 공은 스트라이크 존에서 뚝 떨어지는 볼이었죠. 근데 그 공을 무릎을 땅에 대다시피해서 툭 쳐내서 안타를 만든게 고제트입니다. 타고난 야구센스라고 해야할까요? 컨택능력은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점이 게스히팅에 의존한다는 겁니다. 김현수가 들어오는 어떤 공이든 쳐내는 스타일이 아니라, 고영민은 미리 예측하고 기다리는 유형이거든요. 그래서 하나 걸리면 오늘처럼 넘어가는거구요. 아니면 뭐... 스윙입니다. 쿨럭...

지금은 SK로 간 안쌤도 비슷한 유형인데 머리도 좋아야 하지만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 그리고 야구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가능한 타법입니다. 오늘 홈런은 상대분석이라기 보다 흐름상 직구로 들어올 것이라는 예단이 맞아떨어진게 아닌가 싶네요.

덤으로 아래에 고젯의 몸개그도 보시면 기분 뽀샤시해지실 듯...*^^* 김태균의 그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야구센스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고제트이기에... 다시 보기 쉽지 않은 rare 영상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누가 인터뷰에서 왜 넘어졌는지, 넘어진 후에 코치랑 무슨 얘기했는지, 심정은 어땠는지... 물어봤음 좋겠군요. 흠... 류중일 코치가 괜챦내고 하자 X팔리다고 하지 않았을까나..?


이제 수요일 일본과의 승자조 경기가 다가오네요. 적어도 국가대표의 야구경기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최고의 게임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가장 다이내믹하고 극적인 경기를 펼쳐주기 기대합니다.

덧글...
두산베어스 내야는 안그래도 포화상태인데요. 고영민의 이런 플레이는 경쟁률을 더욱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겠죠? 직접적으로는 김재호, 최주환이 가일층 분발해야겠네요. 김동주, 고영민은 거의 붙박이고 유격수와 1루수만 낙점이 안된 상태지 않나 싶습니다. 경쟁하는 선수들이야 피말리겠지만, 응원하는 팬들은 신바람이 난다능...^^


4차전까지 2승 2패로 5차전에 왔다면, 두 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벼랑까지 온 셈입니다. 분위기상 5차전의 승자가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차지할 확률이 높다고 봤을 때, 오늘 경기에서의 총력전은 당연한 수순이었죠. 이번 플레이오프의 진검승부는 바로 5차전이었습니다. 역시 두 팀은 전통의 라이벌답게 명승부를 펼쳐줬네요.

오늘은 경기 전에 이상하게 긴장이 되지 않더군요. 1차전 때는 많이 긴장되었는데, 5차전은 그냥 페넌트레이스 때랑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두산 선수들도 가벼운 스윙을 보여 큰 경기 부담감에서 벗어난게 아닌가 싶구요. 경기가 누적되면서 이제 몸이 완전히 풀렸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모두 4차전 대승의 효과입니다.

오늘 라인업에서 주목할만한건 진갑용의 복귀였는데요. 현재윤이 아무리 화이팅이 넘친다해도 역시 진갑용의 안정감에는 미치지 못하죠. 어제 현재윤이 3타수 무안타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기도 했구요. 이런 선동렬감독의 선택에 진갑용은 어긋나지 않은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1. 수비에서 갈린 양팀의 운명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7회말 이종욱의 다이빙캐치였습니다. 6:4의 불안한 리드 상황에서 맞은 2사 만루 위기. 진갑용이 친 타구가 빗맞으며 바가지안타로 이어지지 않나 싶던 순간에, 우리의 이종욱은 멋진 다이빙캐치로 타구를 잡아냈죠. 만약 놓쳤다면 공은 뒤로 빠지고 2사였기에 주자들은 모두 들어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이 수비는 3점짜리 수비였습니다. 과거 손시헌을 두고 10승급 투수와도 바꾸지 않을 유격수라고 했는데, 이종욱도 그에 필적하지 않나 싶네요. 국내에서는 수비범위로 보나 주력으로 보나 어느 외야수와도 비교를 거부합니다.


반면 삼성은 김재걸의 에러로 초반에 2점을 내줬죠. 박진만과 함께 가장 믿음직스러운 김재걸이 어이없이 평범한 볼을 놓치면서 초반 흐름은 두산으로 훌러덩 넘어가 버렸습니다. 삼성으로서는 다행히 그 상황에서 마무리 지었지만 만약 이 공을 제대로 처리했다면 오늘 경기는 알 수 없는 미궁속으로 빠졌을겁니다. 게다가 박진만까지 기록되지 않은 실책을 했죠. 4회초 무사 2루에서 고영민의 타구를 잡았다 놓치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는데요. 비록 안타로는 기록되었지만 박진만을 감안하면 잡아줬어야 했죠. 왠지 탄탄했던 삼성 내야가 갑자기 구멍이 커보였던 순간이었습니다.

2. 고영민과 진갑용의 배틀 2회전
4회초 무사 1, 3루에서 고영민과 진갑용은 다시 배틀 2회전을 갖습니다. 1루주자 고영민이 리드를 많이 하자 진갑용이 바로 견제구를 날리죠. 타이밍상 완전 아웃이었습니다. 박석민이 공을 잡고 난 후에야 고영민이 손을 뻗어 왔으니까요. 근데 고제트의 재치는 여기서 발합니다. 박석민이 터치하려고 뻗은 글러브를 넘어지면서 얼굴을 뒤로 젖혀 피했던거죠. 박석민이 당황해서 다시 태그를 해서, 결국은 아웃이 되었습니다만, 고제트는 절대 그냥 죽는 법이 없다는걸 또 보여줬죠. 솔직히 슬로우비디오로 봤을 때 터치가 되었는지 잘 모르겠던데요. 근데 1루심은 과감하게 팔을 휘둘러 버리더군요. 보고 휘두른건지 그냥 냅다 휘두른건지는 잘 모르겠자만... 하여간 세입되었다면 진기명기감이었는데 에구 야속해라...

고영민은 다른건 몰라도 야구센스 하나는 국내 최고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주루 플레이도 그렇고 타격도 그렇고 영리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죠. 그래서 고제트라는 별명도 참 제격이라고 느껴지구요. 어쨌든 진갑용은 고영민과의 배틀 1회전 패배를 깨끗이 설욕했습니다.

3. 나는 김현수다
김현수가 초반 부진했을 때 제2의 조성환이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었죠. 롯데의 패배는 조성환의 물먹은 타격이 컸고, 김경문감독도 이를 우려해 타순을 조정하기도 했었습니다. 박진만은 '김현수 시프트'로 안타성 공을 거푸 잡아내기도 했었죠. 하지만 김현수는 역시 김현수더군요. '김현수 시프트'에 대비해야 하는거 아니냐는 질문에 빠질 때까지 그쪽으로 계속 치겠다고 했네요. 그런 도전정신,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너무 맘에 듭니다. 도저히 스무살의 청년이라고는 믿기 어렵죠. 이런 김현수의 배짱이 있기에 두산의 미래는 밝습니다.

결국 김현수는 오늘 5타수 3안타 1홈런의 불방망이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은 배영수를 강판시키는 결정타가 되었구요. 중반 흐름을 확실히 두산으로 가져왔죠. 김현수는 예의도 바릅니다. 전날 차우찬 투수를 강타하는 타구를 날려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다고 하네요. 늘 이번 시즌 목표가 전경기 출장이라고 말하던 김현수를 생각한다면 무리도 아니지 싶구요. 참고로 김현수는 올해 유력한 MVP 후보입니다. 우리 현수좀 뽑아도~~

4. 아쉬운 이재우의 9회 등판
1이닝을 남기고 2점차로 이기고 있었다 해도 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이재우는 9회에 올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물론 김경문감독이 투수진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결단을 내렸겠지만, 이재우는 이미 50개에 육박하는 공을 던져 힘이 빠진 상태였거든요. 주자없는 깨끗한 상황에서 임태훈에게 물려주는 것과 무사 1, 2루에서 임태훈을 올리는 것은 느낌는 부담의 무게가 확연히 다르거든요.

그래도 우리의 아기곰 임태훈이 박진만을 우익수 플라이로, 진갑용을 삼진으로, 김창희를 내야 플라이로 잘 처리하면서 게임을 매조지했습니다. 임태훈의 강철심장이 고마웠지만, 지켜보는 저는 오늘 경기에서 처음으로 심장이 오그라드는 경험을 해야 했죠. 김경문감독의 경기는 언제 봐도 재밌다는 허구연해설자의 조크도 그닥 반갑지 않았습니다.

뽀너스 #1. 오늘의 MVP
불안하지만 랜들도 잘해줬고, 홈런친 김동주도 훌륭했고, 김현수도 플레이오프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이종욱의 다이빙캐치를 넘지는 못하지 싶네요. 이종욱의 환상적인 수비가 여러번 나오면서 두산은 중반 이후 느슨해진 타선의 힘을 메울 수 있었습니다. 승리를 건진 이종욱의 다이빙캐치에 MVP를 주고 싶네요. 그런데 KBO는 김현수에게 MVP를 줬다는군요. 저랑은 한번도 맞질 않는군요.^^

덧글 1...
김경문감독이 오니손 투수 원용묵을 KS 대비 엔트리 명단에 넣었습니다. 원용묵이 요미우리 1군과의 경기에서 호투를 한게 픽업 이유라 하네요. 이승엽을 삼구 삼진으로 잡았던게 컸네요. 하지만 원용묵에 대한 기억은 그닥 많지 않습니다. 늘 1군 보다는 2군에 있었고, 1군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이 별로 없었거든요. 어쩌면 그렇기에 원용묵이 SK를 상대로 깜짝 활약을 해주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너무 설레발인가요? 아직 삼성을 한번 더 이겨야 하는데 말이죠. 원용묵 대신 내려간 선수는 이성렬이군요. 아쉽겠지만 와신상담하며 좀더 기량을 가다듬기 바랍니다.  

덧글 2...
내일과 모레는 전국적으로 비 예보가 있다고 하는데요. 안왔으면 합니다. 아니 오더라도 경기를 취소하지 않았음 하구요. 하루빨리 플레이오프를 매듭지었으면 싶군요.


어제 꿈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네요. 요즘 포스트시즌이 되니 머리 속이 야구로 가득 차서 가끔 꿈에서도 상황별 작전을 짜곤 한답니다. 덕분에 자다가 웃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기분 나빠하기도 하죠. 그러다 어제는 이런 꿈을 꿨습니다.

두산이 4:0으로 지고 있는데, 만루찬스에서 김현수가 등장합니다.
김현수는 싹쓸이 3루타를 쳐서 역전시키죠.
그리고 나머지 타자들도 삼성 마운드를 두들겨 대역전승을 거두는... 그런 꿈을...

믿어지시나요? 오늘 플레이오프와 거의 유사한 장면을 마치 데자뷰처럼 꿈속에서 본겁니다. 실제로 오늘 경기에서 0:4에서 5:4로 뒤집는 순간 온 몸에 돋는 그 소름은 정말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겁니다. 갑자기 달인의 말씀이 불현듯 스치는군요. '데자뷰 본 적 있어요? 없으면 말을 마세요~' 흠... 하여간 나도 이런 희귀한 경험을 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에 희한하기도 했답니다.

서론은 이만 각설하고 경기평으로 들어갑니다. 오늘 경기를 보면서 느낀건 삼성은 역시 전통의 강팀이라는거죠. 초반이긴 했지만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이, 더군다나 오늘처럼 큰 경기에서 베테랑이나 신인급이나 집중할 수 있다는건 아무 팀이나 할 수 있는건 아니거든요. 앞으로 두산이 1승했다고 방심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1. 이대수의 도루실패로 초반 분위기를 빼앗기다
솔직히 '2루심의 오심으로 초반 분위기를 빼앗기다'라고 쓰고 싶었습니다. 분명 오심이었거든요. TV 카메라에 잡힌 슬로우비디로는 분명 이대수의 발이 먼저 닿았습니다. 하지만 심판도 인간이고, 두산도 오심으로 득을 볼 수 있기에 굳이 오심으로 제목을 뽑진 않겠습니다. 다만 이 도루 실패로 초반 분위기는 삼성으로 넘어갔죠. 저는 작년 한국시리즈 때 박경완의 도루저지로 두산의 발야구가 빛을 발하지 못했던 경험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구요. 가슴이 아렸습니다.

그리고 넘어간 분위기는 이어진 3회의 대량실점으로 연결되었죠. 아무리 이대수의 도루실패가 아쉬웠다고는 하지만, 선발투수가 에이스 김선우였다는걸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렵네요. 게다가 만루상황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채 이혜천에게 마운드를 넘겼습니다. 앞으로 한국시리즈까지 감안한다면 김선우의 부진은 우울한 시그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이혜천은 최형우를 밀어내기 데드볼로 실점한 이후 그럭저럭 잘 막아서 4점으로 마무리했는데요. 그나마 기복이 심한 이혜천을 고려한다면 연타를 맞지 않은게 행운이라 할 수 있겠죠?

2. 천부적인 타격 DNA를 타고난 고영민
삼성으로 넘어간 분위기를 두산으로 돌린건 4회 고영민의 3루타였습니다. 2사 1루에서 낙차큰 슬라이더를 커트하듯 쳐낸 것이 우익선상을 가른거죠. 휘둘렀다기 보다 컨택만 했다고 보는게 정확한 표현일 정도로 욕심없이 밀었구요. 포스트시즌에서는 페넌트레이스와은 또 다른 타격을 해야 한다는걸 몸소 보여준 셈이죠. 흡사 이치로의 컨택히트를 보여주는 듯 알흠다웠습니다.^^ 검객이 사과를 자르듯 춤추는 타법은 앞으로 고영민이 얼마나 성장할지 가늠하기 어렵게 하네요. 흔히들 고영민을 두고 '세계 최초의 2익수'다, '이종욱을 능가하는 도루센스를 지녔다'고 하는데요. 이젠 '천부적인 타격 DNA를 보유했다'는 수식어도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고영민의 안타가 오늘 경기에서 의미있는건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노볼이라는 불리한 상황에서 안타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거의 이닝이 마무리되는 분위기였는데 거의 볼로 떨어지는 낙차 큰 변화구를 받아쳤죠. 예전에 LG와의 경기에서 옥스프링을 9회 내려버린 안타와 똑같았습니다. 덕분에 두산은 흐름을 탔고, 배영수는 1점을 더 내준 후 정현욱으로 강판되었습니다.

3. 김경문의 숨겨둔 비수, 롱릴리프 정재훈
이혜천이 위기상황을 어느 정도 수습하자 김경문감독은 이혜천을 내리고 정재훈을 투입하더군요. 정재훈이 누군가요? 아무리 작가라고도 놀림받지만 두산의 마무리입니다. 초강수를 둔거죠. 저는 정재훈을 올리는 모습을 보고 '역시 김경문은 선수파악이 무서우리만치 정확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재훈은 터프세이브 상황에서 그닥 좋은 성적을 올리진 못했더랬죠. 대신 선발에서는 괜챦은 기량을 보이기도 했구요. 결국 정재훈을 포스트시즌에서 어떻게 쓸 것인가가 핵심포인트 중에 하나였는데, 김경문은 그를 롱릴리프로 선택한겁니다. 그리고 주자가 없는 편안한 상황에서 올려 정재훈을 배려했구요.

김경문의 히든카드는 성공했습니다. 2.2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잘 버텼구요. 중반 이후 승기를 잡을 수 있도록 확실한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또 마무리 이재우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네요. 이어 등판한 이재우도 2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으로 역시 수훈을 세웠습니다. 이로써 집단 마무리체제 첫 날 가동 이상무입니다. 뉴스에서는 돌려막기라고 하더군요. ^^

4. 이종욱의 발야구는 박진만도 춤추게 한다
두산팬들은 이종욱을 흙강아지라고 부르는데요. 늘 그라운드를 안방처럼 뒹굴고 허슬플레이를 펼쳐 팬들은 제발 안타 못쳐도 좋으니 살살하라고 부탁할 정도이기 때문이죠. 오늘도 어김없이 흙강아지의 진면목을 발휘했네요. 특히 7회말의 플레이는 왜 이종욱이 허슬심장인가를 잘 보여주네요. 선두타자로 나와 볼넷을 얻어 찬스를 만들구요. 김동주의 짧은 외야 플라이 때 허를 찌르는 언더베이스로 결승득점을 뽑아냅니다. 작년 한국시리즈 1차전과 똑같은 상황을 재현한거죠. 그리고 그 틈을 타 오재원, 김현수도 한 베이스씩 더 진루하구요. 다른 팀이었다면 그저 만루는 그대로면서 아웃카운트만 늘어났을텐데 말이죠. 그 이후 삼성 수비는 완전히 무너지게 됩니다. 단연 '이종욱 효과'입니다.


무너진 삼성 수비의 정점은 박진만이 찍습니다. 계속된 찬스에서 2루주자 김현수는 고영민의 유격수 땅볼 때 홈을 쇄도하는데요. 박진만이 공을 더듬는 사이 김현수는 냅다 홈으로 뛴거죠. 박진만은 그냥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구요. 아마 이번 시리즈에서 삼성이 가장 아쉬워할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욱이 박진만의 어이없는 실책이었기에, 그들의 영웅 박진만이 이렇게 무너질 줄은 몰랐을겁니다. 아울러 김현수도 이젠 발야구의 기본을 마스터한 듯 보이네요. 물론 모두 허슬심장 '이종욱 효과'입니다.

5. 그리고 명실상부한 스타로 탄생한 오재원
제가 누차 포스팅에서 얘기했듯이 오재원이 살아야 두산 타선의 짜임새가 완성됩니다. 오늘 오재원은 그의 첫 포스트시즌에서 제가 기대한 만큼의 훌륭한 플레이를 보여줬네요. 많이 긴장했을텐데 동점 안타를 뽑아냈구요. 도루도 하나 추가했습니다. 견고한 수비는 물론이구요. 특히 관중들을 흥분시키는 짜릿한 환호동작은 그의 스타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죠. 스타는 중요한 순간에 안타도 쳐야 되지만, 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터프한 매력이 있어야 됩니다. 적어도 두산에서는 그래야만 하죠. 그런 면에서 오재원은 홍성흔의 대를 이을만한 스타 플레이어가 될 자질이 충분합니다.


오재원이 잘 해야 하는 또 하나의 근거는 바로 안경현인데요. 우리의 안쌤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빠진건 오재원이라는 예비스타의 존재 때문이죠. 안쌤을 존경하는 그리고 그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활약을 보고 싶어하는 수많은 두산팬들을 위해서라도 오재원은 잘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김동주가 일본으로 진출하면 생길 내야의 공백도 오재원이 잘 메워줘야 하구요. 하지만 지금까지는 잘 싸워줬구요. 이번 포스트시즌을 계기로 오재원은 두산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뽀너스 #1. 그래서 뽑은 오늘의 MVP는 이종욱!
오늘 모든 선수들이 정말 잘 싸워줬습니다. 묵묵히 안방을 지켰던 채상병, 가을의 사나이답게 멋진 활약을 펼쳐준 이대수, 큰 경기에 강한 할매 전상렬, 안타는 없지만 존재감만으로도 든든한 김동주, 역시 안타는 없었지만 늘 화이팅이 넘치는 홍성흔, 부진이 아쉽지만 그래도 우리의 에이스인 김선우 등 다 주어진 역할을 잘 해줬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종욱은 오늘의 MVP로 뽑히기에 손색이 없네요. 비록 실제로는 오재원이 뽑혔지만, 이종욱은 허슬플레이로 결승득점을 뽑았고, 과감한 베이스러닝으로 삼성수비진을 농락했고, 4타수 3안타 1타점이라는 최고의 성적을 거뒀기에 제 마음대로 이종욱을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이종욱의 야구하는 자세는 야구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치열함을 가르쳐주는 것 같아 늘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의 성실함과 열정을 보고 있노라면 이종욱은 제게 이렇게 묻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혼신의 힘을 다해 오늘을 살고 있는가?' 라고... 그래서 저의 두산 져지는 39번 이종욱입니다.

오늘 승리로 두산은 중요한 고지를 선점했습니다. 한국시리즈 진출이 좀더 가까워졌죠. 하지만 마음을 놓으면 안됩니다. 삼성은 결코 그냥 물러나는 나약한 팀이 아니며, 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의 방심이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오늘의 승리는 그저 8승 중 1승을 챙겼을 뿐이라고 생각해야 됩니다.

鬪魂 V4!


한국이 일본을 준결승에서도 물리쳤습니다. 다들 1점차 승부일꺼라 했지만 6:2로 두 말할 필요없는 깨끗한 완승을 거뒀죠. 덕분에 일본의 호시노 감독은  입치로에 이어 혀시노로 불리게 되었구요. 김경문감독은 명장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올림픽 결승진출을 해냈으니까요.  

우선 김경문감독의 올림픽 야구 대표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던 박동희기자를 비롯한 일부 안티 두산 기자들, 그리고 죄없는 임태훈에게 욕지거리를 했던 일부 몰지각한 기아 팬들, 그리고 김경문 감독에게 트집잡기 욕하기에 골몰했던 일부 엘지팬들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해줘서 김감독님에게 감사하고 싶네요.

김경문감독이 안경현, 홍성흔과 충돌하면서 두산팬들조차 안티 달감독이 많아졌던게 사실이지만... 그리고 프랜차이즈를 홀대하는 듯한 모습에 나조차도 격분했던 것이 사살입니다. 하지만 김감독님의 운영방향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수긍을 해왔었구요. 어쨌든 올림픽을 통해 그간의 팬으로서 입었던 마음고생을 다 보상받은 듯한 느낌입니다.


이번에 얻은 성과 중에 가장 큰건 대표팀의 세대교체입니다. 그동안 이종범, 구대성, 이승엽, 박재홍 등을 필두로 국제대회에서 버텨왔는데요. 이번에는 이들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웠죠. 이제 확실히 세대교체를 이뤘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자랑스러운 두산선수들이 있습니다.

우선 타자로는 김현수, 정근우, 이종욱, 이대호, 이용규, 고영민 등이 대표팀의 확실한 기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김현수는 이승엽을 능가할꺼라는 국내외 야구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칭찬이 줄을 이었죠. 부드러운 폼에 안정된 폼, 탁월한 컨택능력에 파워까지 보강한다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타자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정근우는 얄밉지만 참 야구 성실히 하는 선수구요. 송구능력에서 좀 떨어지지만 분명 힘을 갖춘 선수임에 틀림없습니다. 이종욱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리드오프구요. 발야구의 선봉입니다. 그리고 고영민은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한방 능력을 갖춘 뛰어난 2루수임을 부인할 수 없죠. 김경문감독의 말처럼 대한민국 2루수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껍니다.

투수로는 김광현, 류현진, 권혁, 윤석민 등이 눈에 뜨이네요. 특히 김광현은 경험만 쌓는다면 류현진을 능가할 잠재력이 넘치는 재목으로 보입니다. 현재로선 류현진이 우위지만요.


정리를 해보니 세대교체의 중심은 역시 두산, SK 선수들이네요. 역시 1, 2위를 다투는 팀은 우연이 아니라 선수의 실력이 뒷받침해주기 때문이란걸 증명해줍니다. 그간 어떤 팀 팬들은 두산선수가 듣보잡이다, 운빨로 경기한다, 못생겼다, 심지어 자기들한테만 강하다 등 어이없는 헐뜯기를 했었는데요.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자기팀과 제대로 수준차이를 느꼈으리라 봅니다.

아울러 김경문감독에 대한 비난도 정리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적어도 김경문 감독에 대한 비난을 하려면 그간 역대 대표팀 감독의 성적과 비교를 한 후에 해야 이성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특히 김재박감독은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일본 사회인야구팀에게도 졌고, 대만에게도 깨지지 않았나요? 이번 올림픽을 그가맡았다면 어땠을까요? 끔찍합니다. ㅡㅡ;;

어쨌든 두산의 꿈나무들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더욱 성장했으리라 봅니다. 앞으로도 허슬두의 팀컬러를 더욱 발전시켜서 명문구단의 이미지를 굳혔으면 하네요. 밥 안먹어도 배부른... 기분 좋은 밤입니다. ^^


두산베어스의 클린업은 우동수에 대한 향수가 있죠. 우즈-김동주-심정수로 이어지는 가공할 핵폭탄급의 클린업이 등장하면 투수들은 기가 죽었더랬죠. 김동주는 리그를 대표하고, 심정수는 삼성의 대표타자, 그리고 우즈는 일본의 대표 용병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그 위력이야 뭐 두말할 나위 없겠죠.

요새는 고동수 트리오가 뜨고 있습니다. 고영민-김동주-김현수로 이어지는 타선인데요. 고영민과 김현수의 눈부신 성장이 있기에 가능한 타선입니다. 고영민은 테이블 세터의 성격이 강한 타자구요. 김현수는 작년까지 2번타자를 맡았었죠. 근데 무럭무럭 성장해서 어느덧 클린업을 맡겨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든든합니다. 이게 바로 두산의 강점인데요. 꾸준히 성장하는 선수가 있다는건 팬으로서는 참 행복한 일입니다.

최준석이나 홍성흔이 제 컨디션을 찾으면 어떻게 될런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두산의 장래를 생각하면 이 두 선수가 제몫을 해주는게 바람직하다고 보이네요.

특히 김현수는 파워를 키우고 홈런수를 늘리면 두산에 부족했던 왼손 거포의 갈증을 해결해줄꺼라 믿습니다. 생각해 보니 두산의 왼손거포는 김형석 이후 딱히 없었네요. 그리고 고영민은 호타준족의 계보를 이었으면 합니다. 수비야 뭐 이미 국가대표급이고, 타율만 좀더 올리고 홈런수를 잠실에서 20개 이상 쳐준다면 더 바랄게 없을꺼 같네요. 잠실구장 20-20클럽은 남다른 의미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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