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건축학개론'을 참 재미있게 봤었다. 탄탄한 스토리에 90년대 초반의 아련한 추억이 잘 버무러져 꽤나 여운이 길었던 영화였다. 특히 마지막 한가인(서연 역할)이 김동률 노래를 들으며 바라보는 제주 앞바다는 너무나도 인상적이어서, 바로 제주행 티켓을 끊고 달려가고 싶을 정도였다. 역시나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영화 속의 그 집은 카페로 개조해 오픈했단다. 카페 주인은 물론 영화사인 명필름. 


위치는 대략 쇠소깍에서 2~3km 떨어진 작은 마을. 카페 이름은 서연의 집. 현무암이 지천에 깔린 바닷가 앞에 바로 위치해 있었다. 화면 속에서는 꽤나 운치있어 보이는 그 바닷가 풍경이, 막상 찾아갔을 땐 좀 척박해 보였다. 아무래도 검고 날카로운 현무암이 주는 시각적 효과 때문이리라. 먼곳에 주차하고 천천히 걸어가는데, 그 느낌이 한가인을 찾아가는 엄태웅의 심정이랄까? 우습지만 그랬다. 아마 그런 느낌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꽤 많을게다. 스토리의 여운이 깊었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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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띄는건 엄태웅이 선물했던 건축모형과 수지가 들었던 전람회 CD와 CD플레이어. 슬쩍 미소가 그려진다. 생각보다는 건물이 작았지만, 바다를 향한 큰 창이 협소함을 채워준다. 창가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니 왠지 한가인이 어디선가 나올 듯 하다. 가장 궁금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1층의 옥상부분을 잔디로 연결해 설계의 묘미를 알게 해준 부분. 역시나 생각보다는 작았지만 그 때의 느낌을 전달받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화장실이나 복도 벽 등 여러 곳에 영화의 한장면을 떠올리는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어 볼거리는 충분했다. 밖에 수돗가도 챙겨보니 서연의 손자국도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구경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조용히 커피를 마시고 앉아 있기엔 좀 불편했다. 카페라기 보다 영화 로케이션 장소 이미지가 강해서.. 게다가 정원도 여기저기 공사를 하고 있어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좀더 주변이 정비되고 사람들 발걸음이 뜸한 가을이 되면 훨씬 운치있지 않을까 싶다. 


카페 서연의 집(064-764-7894)

https://twitter.com/cafedeseoy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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