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거북할 수도 있겠지만, 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경기였습니다. 며칠 전 포스팅에서 단기전에서는 공격보다는 수비가 우선인데, 롯데는 수비가 약하고 만원경기 승률이 낮아 승산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었는데요. 결국 롯데는 가을야구의 초보티를 벗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롯데 선수들은 8년만에 첫 포스트시즌 경기를 사직구장 만원 관중앞에서 경기한게 불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차라리 부담이 덜한 대구에서 시작했더라면 타격이 이처럼 크진 않았을텐데요.

롯데 선수 중에서 경기를 이끌어 가야 할 선수는 강민호였습니다. 동시에 가장 아쉬운 선수였죠. 강민호는 송승준을 안정적으로 리드해야 할 의무, 가르시아의 뒤에서 타점을 올려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네요. 송승준의 구위가 부담감 때문에 많이 무디긴 했지만, 강민호의 투수리드 또한 불안정햇습니다. 도루견제도 미숙했구요. 강민호는 경험의 미숙을 자신감으로 풀어낼 것이라고 허구연은 말했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아직 포수 강민호는 가야 할 길이 먼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이대호와 김주찬의 어이없는 주루 플레이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네요. 김주찬의 안타 후 2루까지 내쳐 달린건 삼성의 탄탄한 수비력을 무시했다고 밖에 볼 수 없구요. 결국 본헤드 플레이로 따라가는 1타점의 의미를 스스로 퇴색시켰죠. 이대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펜스를 때리는 2루타성 타구를 날리고도 2루에서 여유있게 아웃되는 장면은 실소를 낳게 하더군요. 또 이대호는 무릎 이하로 구르는 땅볼에 심각한 약점을 노출했습니다. 왠만하면 잡을 수 있는 볼인데 근처도 못따라 가더군요. 리그 최하 수준의 수비력은 분명 롯데의 아킬레스건이죠. 살좀 빼라는 팬들의 비아냥을 보기좋게 잠재웠어야 했는데 이대호는 실패한 셈입니다.


오늘 패배의 책임에서 로이스터가 빠져나갈 구멍은 적어 보입니다. 제가 로이스터의 책임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건 바로 포스트시즌을 대비한 라인업을 짤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건데요. 올림픽 브레이크 이후 로이스터는 변화를 줬어야 했습니다. 송승준, 강민호, 이대호 등 금메달 주역들의 체력을 비축시키면서 최기문이나 김주찬을 적극 활용했어야 하는데... 즉, 이대호나 강민호를 지명으로 돌리고 수비를 강화시킨 라인업으로 페넌트 레이스와는 다른 롯데를 준비했어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롯데가 벌써부터 낙심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롯데가 포스트 시즌 분위기에 적응해 나간다면 최소 4차전 이상 갈 것으로 보니까요. 일단 롯데로서는 내일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더욱이 손민한이 나오는 만큼 반드시 이겨야죠. 롯데 선수들은 2연패와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는 동의어라고 생각하고 죽기 살기로 매달려야 됩니다. 롯데의 멋진 분투를 기대해 봅니다.

덧글 1...
허구연의 편협한 해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네요. 그의 출신지역과 출신고가 아무리 그쪽이라고 하더라도 TV방송에서 그처럼 편파적인 해설로 일관하는건 프로답지 못하죠. 선수들한테는 프로정신을 강조하면서 정작 자신은 프로답지 못한 처신을 하는건 왜 모르는지... 차라리 성득옹처럼 지역방송에서 마이크를 잡는걸 권해드립니다. 그게 본인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을까요?

덧글 2...
더불어 부산시민들이 좀 자중했으면 합니다. 지금이 쌍팔년도도 아닌데 어떻게 아직도 오물을 경기장에 투척할 수 있나요? 또 그라운드에서 소란피웠던 1박 2일을 비난했던 시민들 아닌가요? 삼성응원단과 싸움을 벌이고, 삼성응원단상에 올라 행패부리고, 결국 삼성응원단이 등쌀에 못이겨 경기장에서 철수했다고 하던데, 사실이라면 무척 창피한 일입니다. 롯데팬들은 원정경기가서 어떤 대접을 받고 싶은지 자문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혹여라도 어디 가든 응원단 숫자가 많다는 걸로 유세부린다면, 조폭과 다름없다고 말씀드리고 싶구요. X리건이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라는거...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