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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의 감성사전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책도 가볍고 내용도 그리 어렵지 않아보여 부담없이 꺼내 들었는데요. 쉽게 볼 책은 하나도 없는 것 같네요. 특히 이외수의 독창적이면서 독특한 관점은 한번쯤 세상을 보는 눈을 정화시켜 주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제목처럼 국어사전의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다만 단어를 사전적 정의가 아닌 이외수 문법으로 풀어헤친 것이 특징이죠.

예를 들면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의미는 '라면 세그릇으로 가득 채운 상'이라는 뜻이라네요. 그리고 고스톱은 또 이렇게 정의해놨군요. '금세기에 이르러 방방곡곡 가가호호마다 유행하기 시작한 개인 금융사업의 일종'이라고... ㅎㅎ...

어찌 보면 개콘에서 등장하는 일종의 언어유희처럼 보여질 수도 있겠지만요. 비범한 관점에서 관찰하는 이외수의 세상은 이렇게 때로는 유머와 해학으로 가득 차 있지 않나 싶네요. 그리고 보통 사람의 평범한 시각에서도 쉽게 이해되도록 미려한 글솜씨로 채우네요.

이 책의 모든 내용이 이런 유머로 채워지는건 아닙니다. 세상이 항상 유쾌하진 않으니까요. 때로는 주변에 굴러다니는 미물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도 이외수에게 걸러지면서 의미있는 구성원으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그에게 소망이란 이렇네요.

소망 :
자신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욕망이라고 하고 타인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소망이라고 한다. 욕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타인의 희생이 필요하고 소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희생이 필요하다. 욕망은 영웅을 따라다니지만 소망은 신을 따라 다닌다. 그러나 소망과 욕망은 같은 가지에 열려 있는 마음의 열매로서 환경의 지배와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그 형태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구구절절히 마음을 울리지 않나요? 옳은 소리가 감동을 줄 수는 없지만, 진솔한 소리는 마음을 움직이는 법입니다. 다른 소설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외수의 글을 읽으면 어딘가 골방에서 며칠이고 고뇌하며 쥐어 짜낸 듯한 느낌을 주네요. 그러기에 아무나 글을 쓰는건 아닌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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