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여기저기 인사 다니느라 야구를 제대로 못봤습니다. 대충 하이라이트로 훑어보니 두산이 한번 잡은 찬스에서 대량득점으로 승기를 잡았네요. 조성환의 에러도 한몫 했구요. 이로써 두산은 플레이오프에서 최대의 숙적 SK와 맞붙게 되었습니다. 승패를 떠나 그동안 잘 싸워준 양팀 선수들에게 박수를 안보낼 수 없네요. 모두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오늘 포스팅은 프로야구의 진정한 주인인 팬들에 대해 적을까 합니다. 그라운드를 달구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 팬들이니까요. 두산, 롯데 모두 열정적인 팬들인 만큼 준플레이오프 결과에 대해 희비가 엇갈렸지만요. 또 우모는 두산팬인만큼 참 기뻤지만요. 오늘만큼은 사직구장에 모인 롯데팬들이 안쓰럽더군요. 그토록 가을야구를 외쳤던 그들이지만 정작 가을야구에서는 희열을 맛보지 못했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요. 90년대 초반 OB의 암흑기 시절을 경험해보기도 했고,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눈물을 흘린 터라, 그 아쉬움은 능히 헤아릴 수 있습니다.

작년 3연패가 황당함이었다면 아마 올해 1승은 희망이었을겁니다. 잠실과 사직에서 보여준 텐트 열정이 증명하죠. 뭔가 이번엔 이뤄내지 않을까 기대를 했을텐데, 갈매기의 꿈은 쉽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네요. 경기가 끝나고 눈물을 흘리는 여자팬의 모습을 보니 짠하네요. 작년에 우리도 그랬는데... 참 낯설지 않은 장면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갈매기들은 올해 여러모로 행복감을 느끼지 않았나 싶습니다. 두산의 자랑이자 자존심이었던 홍포를 가져갔구요. 자율야구의 선봉 로이스터도 있구요. 송승준의 3연속 완봉승의 짜릿함도 느껴봤구요. 올스타전 이전 질풍노도처럼 승승장구를 하기도 했었죠. 무엇보다 4강에 연속 2년 들었기에 서서히 강팀의 면모도 갖춰가고 있습니다. 내년을 기대하게 하는 이유 아닐까요?

한국 프로야구를 훈훈하게 달궈준 부산 갈매기들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기분전환겸 지난주 석모도에 다녀왔습니다. 바다냄새도 맡고 싶고, 갈매기도 보고 싶고 해서 평일에 휴가냈는데요. 평일이라 사람도 많지 않고 한적해서 가을바다를 보고 오기엔 적당하더군요. 석모도는 강화도에서 페리타고 5분만 건너면 눈앞에 보이는 섬입니다. 생각보다는 규모가 컸구요. 중간중간에 산도 있고, 흔적만 남아있긴 했지만 염전도 있습니다. 보문사라는 큰 절도 꽤 볼만 했구요. 

특히 보문사는 조그만 섬에 비교적 큰 규모의 절이 있다는게 의아스럽기까지 하더군요. 아무래도 강화도가 전통적인 군사요충지였고, 교역의 관문이었기에 꽤 번창한 동네가 아니었나 추측해봅니다. 눈썹바위에 조각된 마애상에도 올라갔는데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바다와 주변 경관이 꽤 볼만 하더라구요. 올라가는 계단이 419개인가 했는데 올라가느 동안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의 높이라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특이한건 눈썹바위에서 염불을 외는 스님이 계셨는데요. 무엇을 그리도 열심히 읽으시나 봤더니 사람 이름과 주소, 그리고 그 사람이 기원하는 내용을 쉬지 않고 일정한 리듬에 외우시라구요. 가령 서울 봉천동 어디에 사는 홍길동이 사법고시 합격을 기원한다... 뭐 그런 식이죠. 순간 좀 어리둥절하더군요. 우리나라 종교가 너무 기복신앙처럼 된게 아닌가 싶어서 씁쓸하기도 했구요.

그리고 석모도로 가는 배에서는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는 재미가 있습니다. 배가 출항하면 어디서 몰려오는지 수십마리의 갈매기들이 주위를 기웃거리죠. 하늘로 새우깡을 던지면 서커스 공연의 물개처럼 갈매기가 잽싸게 낚아채가구요. 바다에 떨어진 새우깡도 놓치지 않습니다. 인터넷에서는 이 지역 갈매기들이 자연에서 먹이감을 찾지 않고 관광객들의 새우깡에 의지해서 살아간다고 '거지 갈매기'라고도 하더군요.

석모도는 당일 코스로 서울근교에 바다 보고 오기에 딱인 것 같습니다. 그리 멀지도 않고, 배도 탈 수 있고, 주변 관광지도 많구요. 근데 영화 '시월애' 촬영지는 안보는 게 나을꺼 같네요. 찾기도 쉽지 않지만, 서정적인 느낌의 우체통도 예쁜 집도 이미 철수했다고 하네요. 찾아가다 근처에서 포기했습니다. 동네 어르신이 가봐야 볼꺼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시월애'의 흔적이나마 보려고 했는데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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