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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에 책을 들었는데 최근에야 덮었습니다. 책을 읽다 중간에 이러저러한 이유로 손을 놓으면 다시 그 감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아서, 다시 되돌아서 읽고, 중단하다, 다시 되돌아가서 읽기를 여러차례 반복한 끝에 드디어 완독했네요. 역시 자전거도 한번에 쭈욱 타야지 중간에 한번 쉬었다가 다시 출발하려면 곱절로 힘이 드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미국이라는 유일강대국이 태어나서 현재까지의 성장기를 담은 육아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피상적으로 느꼈던 미국의 힘을, 그리고 역사를, 그리고 적나라한 치부를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펴낸 책이죠.

어떻게 이민이 시작이 되었고, 그들이 언제 서부로 개척을 해나갔는지, 남부와 북부는 왜 전쟁을 해야만 했는지, 더 근본적으로는 미국이 현재의 슈퍼파워로 등장하게 된 배경을 비교적 지루하지 않게 해설해 줍니다.

그래서 짧지만 결코 짧지 않은 미국의 200년 역사를 스캐닝하듯이 훑을 수 있다는게 이 책의 장점이라 할 수 있네요.

이 책을 읽고 느낀 미국의 역사를 제 나름대로 정의하면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로 이룩된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애초 출발이 국가가 아닌 개인의 행복을 위해 모여든 이민자들의 사회였고, 자신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사회에 반영하느냐의 욕구가 권력을 이루었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의 출범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시스템이었죠.

다른 유럽국가들은 이미 수백년간 쌓아온 기득권이 있었기 때문에 산업혁명 등의 사회격변기에 유연하고도 역동적으로 대처하는데 장애가 많았구요. 반면 미국은 국가관이나 기득권에 의해 움직이기 보다는 사회 구성원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회제도가 짜여졌지요. 이런 관행은 전통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이라는 연방이 성립하게 된 배경도 땅을 차지하고 있는 지주와 자본가의 주장을 의회에 전달하기 위해 조직된 것이었기에 독립전쟁에서도 미국인은 미국의 승리에 그닥 목매달아 하진 않았다고 하네요. 오히려 영국에 물자를 대면서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니 말 다한 셈이죠.

따지고 보면 영국과의 독립전쟁도 자유와 독립이라는 거창한 이념이 잉태시킨건 아닙니다. 다만 영국의 식민지로서 살아가는게 경제적으로 윤택한 삶을 방해한다는 소박한(?) 이유가 그 시발점이었죠. 남북전쟁도 마찬가지구요. 흑인 노예해방이라는 측면보다는 공업중심의 북부가 농업중심의 남부가 연방의 세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이해가 엇갈려 발생하게 되었다니... 역사는 참 기록하기에 따라 이렇게 다른 해석이 가능하군요. 그러고 보니 아직도 남부에서는 당시 남부군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어느 유럽국가도 해주지 못하는 미국의 장점은  개개인의 자유와 능력을 보상하는 시스템이 탁월한 동기부여를 한다는 점입니다. 그로 인해 공업과 농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되었구요. 유럽열강들이 식민지 침탈을 통해 확보한 시장을 서부개척으로 확장된 영토로 자연스럽게 확보해 나갔죠. 그러다 보니 생산에서 분배, 시장까지 미국은 자체적으로 완결된 구조를 갖게 되었구요. 이러한 장점이 미국의 강대국화를 촉진하게한 근본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듯 미국에게는 주변 국가들의 전쟁을 통해 수익을 얻는 전쟁딜러로서의 수완도 발휘하게 되죠.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 세계 제1차대전, 2차대전은 모두 미국을 부국강병으로 이끌었습니다.

읽다 보니 우리나라가 최근에 겪는 여러 문제, 특히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소재가 이미 미국에서는 100년전에 이슈화가 되었더군요. 예를 들면 부유층이 잘살도록 법을 만들면 그 번영이 아래로 흘러 내려간다는 주장과 대중을 잘살게 함으로써 그들의 번영이 모든 상위게층으로 확산된다는 논란...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 아닌가요?
 
바로 경제를 활성화해서 일자리를 고루 분배한다는 논리와 서민층의 지원을 확대해서 사회 전체적인 부를 확장시킨다는 논리... 이미 미국에선 1896년 민주당의 윌리엄 브라이언 후보가 연설했던 내용에 적혀있네요. 참고로 연설의 명수였던 브라이언은 자본가들이 지지한 공화당 후보 맥킨리에게 패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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