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d에서 하루 묵은 후 본격적으로 Crater lake 여행에 나섰다. Crater lake은 화산이 폭발해서 생긴 칼데라 호수인 만큼 주변에 화산지형의 볼거리가 많다. 오르는 길에 틈틈이 들르기로 했다. 우선 찾은 곳은 High Desert museum. 아무래도 아이들을 위한 교육적인 장소를 무시할 수 없다. 


여긴 지역 동물들을 중심으로 보여준다. 괜히 먼 곳에서 애먼 동물을 잡아 가두지 않아 보기에 불편하지 않았다. 특히 도마뱀과 뱀을 직접 만질 수 있는 프로그램은 겁이 많은 아기곰에게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처음엔 손대기 꺼려하던 아기곰도 자원봉사자 할머니 안내에 따라 만지게 되었고 그 경험으로 동물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낸 듯 했다. 그 이후에 강아지를 서슴없이 쓰다듬게 되었으니까... 어린이 놀이방에서는 사촌누나들과 이런저런 게임들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동전을 납작하게 찌그러뜨려 기념품을 만들기도 했다. 새롭게 알게 된건 비버가 생각보다 공격적이라는 점이다. 물속에서 놀던 수달에 손을 뻗어보니 바로 이빨을 드러내며 뛰어오르던 모습은 좀 충격이었다. 생긴 모습이 그리고 이미지가 순할 듯 했지만 그건 미디어가 조장한 왜곡일 뿐. 참고로 OSU의 상징은 비버다. 





다음 찾은 곳은 Newberry National volcanic monument. 화산 폭발이 주변의 지형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다. 처음엔 땡볕에 그늘 하나 없는 현무암 산을 올라야 한다는게 달갑지 않았다. 위에서 바라본 장관을 보기 전까진 그랬다. 뜨거운 용암이 대지를 뒤덮고 식으면서 만든 현무암 지형은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돌무덤이었다. 여러 기암괴석을 만들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론 생태계를 철저히 파괴했으니까. 하지만 자연의 위대한 복원력은 그 속에서 꽃을 피우고 풀들이 자라게 했다. 그리고 전망대에 오르고 내려다본 그곳은 한폭의 그림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아래로 검은색이 뒤덮은 지역과 초록색이 저항한 지역이 극명하게 나뉘었다. 한번도 본 적 없는 풍경에 우린 감탄사를 연발했다. 백두산도 화산 폭발로 생긴 지형이니 이런 모습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미국은 돌아다녀도 식당이 많지 않다. 관광지라도 예외없다. 불편하긴 한데 그만큼 자영업자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거고 그만큼 자연 훼손이 적다는게 아닐까 싶다. High Desert museum 관람을 마친 후, 돗자리 깔고 먹은 김밥은 정말 꿀맛이었다. 



Crater lake에 오르기 위해 Bend에서 하루 묵었다. Bend의 거리는 깨끗하고 사람들은 친절하고 차들은 과속하지 않았다. 너무 조용해서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전형적인 미국의 소도시였다. 우리가 묵은 Shilo Inn은 도심에 있었고 실내 실외수영장까지 모두 갖춰 시간 보내기에 좋았다. 다만 중간에 1시간 동안 정전사태로 실내수영장을 사용할 수 없었다는게 옥의 티라면 티였다. 



Inn 주면의 쇼핑몰을 잠시 둘러본 다음, 우리 가족은 Drake 공원과 다운타운을 구경하러 갔다. 공원은 크진 않았지만 강을 끼고 있고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어서 수달과 비슷한 동물도 볼 수 있었다. 우리끼린 수달이다 쥐다 말은 많았지만, 뭐 결론은 안났다.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으니..ㅋ 그림같이 아름다운 노을을 등지고 향한 NW Wallstreet에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술집엔 흥청거리는 손님들도 있고 제법 명동거리 같은 분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백미터 남짓일 뿐 규모가 크진 않다. 거리 초입에 있는 동상은 흥미로웠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신사가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인데 실제 1달러가 들어있었다. 누군가 넣어둔 듯. 다른 지폐도 넣을까 하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 없을 듯 싶어 자리를 떳다. 


밤이 늦어 Inn으로 가는 길에 누나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이유인즉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았다고. 걱정이 되어 차에서 내려 누나차로 갔더니 경찰도 아주 친절하게 이유를 설명하고 조심하라는 구두경고만 줬다. 다행이다. 행여 카드라도 끊었다면 귀챦았을텐데. 그렇게 Bend의 아름다운 노을은 저물었다.

 


가끔씩 해외여행가면 느끼는 것 중 하나가 휴가를 보내는 패턴의 차이다. 우리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반해, 외국 사람들 특히 서양쪽은 어느 한군데에 캠프를 짓고 마냥 지내는 스타일이다. 우리 눈에 보면 무료하게 한군데서 지낼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그들은 그곳에서 책도 읽고 산책도 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 그건 아무래도 기회의 차이와 문화의 차이가 원인이 아닐까 싶다. 



기본적으로 한국사회는 휴가에 인색하다. 경쟁이 치열하고 일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분위기라 휴가 자체도 별로 없다. 장기휴가를 계획할라치면 돌아와서 자리 걱정부터 해야하는게 우리네 현실이다. 그러니 이왕 어렵게 나간거 여기저기 둘러보고 싶지 않을까? 나부터도 그렇고. 또 하나는 휴가에 대한 인식이 좀 다르지 싶다. 우리는 휴가를 여행에 가깝게 인식하고 있지만, 서양 사람들은 휴식으로 이해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래서 굳이 피곤하게 장소를 옮기지 않고 한군데서 자신의 몸과 마음에 휴식을 부여하는거다. 이를테면 독서, 낚시, 수영 등의 취미활동을 하면서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는 방식인데, 내 눈엔 재미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무시할 수 없는 또 하나는 민족성 혹은 국민성이랄 수 있는 성향의 차이일게다. 농경사회에서 수천년을 살아온 한국인들은 휴가지에서도 주섬주섬 뭔가를 하고 움직인다. 그러나 유목민들은 매일 뭔가를 해야하는 생활습관이 배어있지 않다. 때가 되면 사냥하고 움직이면 되는거지 굳이 부지런하게 나서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두 민족 사이에는 기본적인 생체시계가 다르게 수천년을 살아온 셈이다. 그래서인지 하루종일 쉬었다가 낚시 한번 하고 다시 쉬는 그들의 휴가일정이 나에겐 참 게으르고 재미없어 보인다. 


언젠가 은퇴하고 시간이 많이 남아도는 때가 오면 그런 휴가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도 싶다. 그때는 돌아다니고 싶어도 몸이 안따라 주겠지만..

 


사람들이 꼽는 오레곤에서 가야할 곳 중 하나인 Crater lake. 화산 폭발 후 생긴 칼데라 호수라 볼게 참 많은데, 땅덩어리가 워낙 넓은 탓에 하루에 가긴 어려운 거리다. 그래서 1박 2일을 잡았고 가는 도중에 여러 호수와 화산폭발로 생긴 지형 등을 구경하기로 했다. 


지도 한장 달랑 들고 두 가족을 태운 차는  여기저기 섭렵했다. 들를 곳은 자형이 주로 정했고 우리는 따랐다. 아무래도 높은 산악지형을 드라이브하는 통에 귀가 띵하니 막히기도 했지만, 이국적인 풍광에 눈은 참 즐거웠다. 처음 들른 곳은 Odell lake. 한참을 달린 탓에 차에서 졸았는데 이 호수를 보자마자 잠은 확 달아났다. 이렇게 커다란 호수가 이렇게 울창한 숲속에 숨어있을 수 있는건지.. 호수는 웅장한 크기에 걸맞지 않게 작은 오두막 몇개의 숙박시설만을 제공하고 있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낚시하는 두명만 눈에 띄었다. 참 이 나라사람들은 넓은 땅을 소심한 몇명이 독점하다시피 즐기니 그 스케일이 부러울 뿐이다.  중간에 놀이터도 있는걸로 봐선 가족단위 여행객도 배려한 모양인데 정작 이용하는 사람없다. 우리 아기곰만 신났을 뿐. 물맛을 봤다. 당연히 소금기 없는 신선한 맛이다. 예전에 시카고의 오대호에 갔을 때도 물맛을 일부러 봤는데 파도치는 호수가 신기할 뿐이다. 



차량은 계속 고도를 높였다. 이제 눈쌓인 곳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만 이제 7월인데 눈이라. 신기한 광경이 마냥 즐거웠다. 사실 중간에 만난 호수는 참 많았다. 호수 뿐 아니라 자연발화로 타다 남은 나무들도 이국적이었고 현무암으로 이룬 산도 평생에 다시 보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대체 어디서 서서 봐야 하는건가 싶었다. 그러다 들른 Devils lake. 뭐 이름과는 달리 평온하기 그지 없었다. 호수를 향해 쓰러진 나무들도 호수 한켠에 쌓인 눈들도 주위의 정적과 함께 고즈넉하게 느껴졌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냥 둘러보고 가는 여행이 아니라 Odelle lake resort 같은 곳에서 며칠 묵으면서 쉬는 휴가도 보내보고 싶다. 바쁘게 돌아다니는 여행에 익숙해져있어서 가능할런지는 모르겠지만. 



오레곤주는 나이키 본사 빼고는 큰 사업체가 없다. 오히려 유명한건 부가가치세가 없어 쇼핑하기 좋고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살기 좋은 동네로 늘 꼽히기도 한다는데, 그런 얘기는 미국 어느 동네가도 비슷하게 들었던지라 뭐 그런가보다 하면 될 말이다. 어쨌든 참 공기가 깨끗하고 숲이 많은건 사실이고 부러웠다. 

누나네 집은 도심에서 약간 산쪽으로 올라가면 길에 있는 동네다. 인구 5만명 겨우 넘는 동네에 도심이라봐야 작은 대학가에 불과하지만. 집 뒤로는 산이 있고 앞으로는 공원과 어린이 놀이터가 위치해 있다. 애 키우기 딱 좋은 배치다. 우리 아기곰도 이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단다. 내가 여기 도착하기 전 아기곰이 깜짝 놀랐던 일이 있었는데, 그건 집앞에 사슴 한마리가 기웃거리고 있는걸 봤을 때란다.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펼쳐졌으니 아기곰이 놀랄 수 밖에.. 게다가 동물 만지는걸 유독 무서워하는 아기곰에게 사슴은 사자쯤으로도 여겨졌을 터. 이렇듯 이 동네에는 야생사슴이나 산토끼들이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사람들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사람들도 해치지 않는다. 그 얘기를 듣고도 정말 그럴까 싶었는데, 며칠 후 내 눈으로 동네를 활보하는 사슴을 직접 목격하고선 감탄했다.

또 한번은 동네를 아침산책하는데 정말 큰 달팽이를 발견했다. 특별히 비가 온 후도 아닌데 아스팔트 위를 유유자적 이동하는게 아닌가. 그 크기만으로만 보면  한번도 보지 못한 수준이었다. 하마터면 달팽이인 줄도 모르고 밟을 뻔 했다. 이 정도는 되어야 프랑스에서 요리로 먹을만 하겠구나 싶었다. 너무 신기해서 일단 손위에 올려놓고 가져가 아기곰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당연히 아기곰은 처음에 질겁했지만 나중에 살짝 손을 대기도 했다. 신기함 반 두려움 반으로 지켜보던 아기곰이 두려움을 덜어낼 즈음, 정원에 놓아주라고 했다. 달팽이의 껍질이 자꾸 만지면 부서질 것 같았기에.. 달팽이 시간을 뺐어서 좀  미안하긴 했지만, 아빠로서 아기곰에게 좋은 경험을 심어주고 싶었다.


집 뒷산에 올라봤다. 가파르지 않은 산등성이가 오르기 편했다. 숲은 우거졌고 중간중간 나무 하나 없이 펼쳐진 벌판에선 밑의 경치를 보기에 좋았다. 큰 개 두마리와 함께 산에서 내려오는 할아버지도 만났다. 어찌나 이 나라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애틋한 눈인사를 보내는지... 나중에 안 사실이었는데, 문화사적으로 '나는 총도 가지지 않았고 너의 적도 아니니 긴장하지 마라'는 의미란다. 어쨌든 산은 참 푸근했다. 내려와서 경고문을 보기 전까지는. 


올랐던 코스와 다르게 내려오는 길에 웬 게시판이 있어 봤는데, 경고문이었다. 내용인즉 산에는 흑곰과 쿠가가 나타날 수 있으니 조심하라나? 아.. 그래서 그 할아버지는 개를 끌고 등산을 했던건가? 어쨌든 안만났으니 다행인거고 아는게 병인거다 싶었다. 참고로 그런 동물들을 만나면 시끄럽게 소리지르지도 말고 도망가지도 말아야 한단다. 어차피 뛰어봐야 동물들보다 빠를 수 없으니.. 그리고는 차분히 뒷걸음질로 그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만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진고개는 900m 정도되는 산입니다. 소금강을 가려다 날씨 때문에 돌렸는데 택한 길이 진고개를 넘는 코스였는데요. 상당히 높아서 나사처럼 차로 뱅뱅 돌면서 올라가야 했죠. 근데 올라가는 길이 정말 예쁘더군요. 서울에서 좀 먼 것 빼놓고는 상당한 수준의 드라이브 코스였습니다. 전원주택들도 왜 그리 멋지게 지었는지... 차 속도를 늦추고 한참 쳐다보기도 했네요. 마침 오랜 여행에 지친 아기곰과 와이프가 차에서 자는 바람에, 간만에 혼자 호젖하게 드라이브를 즐겼습니다.

진고개 정상에 오니 휴게소가 있어 잠시 쉬어가려고 주차하는데, 앞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온몸을 비닐로 뒤집어 쓴채 커피를 마시고 있던 대학생 3명이 마침 눈에 띄었습니다. 휴게소도 문닫았고 딱히 할 일도 없었기에 말을 걸었네요. 예상대로 배낭여행중인 학교 선후배 사이였습니다. 이 날씨에 자전거타고 진고개를 넘어온거냐고 했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네!'하고 답하네요. 역시 젊음이 좋긴 좋은가 봅니다. 이 궂은 날씨에 해발 900m를 자전거로 올라올 생각을 하다니... 다음 행선지는 횡성이라고 하니 이제 내려가는 길만 남았네요. 열심히 여행하라는 덕담을 뒤로 한채, 그들은 다시 자전거에 몸을 싣고 힘차게 페달을 밟습니다.


휴게소를 둘러보다 더 이상 사람도 없고 볼 것도 없어 다시 출발했는데요.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저 앞에 자전거로 내려가는 대학생들도 보였습니다. 근데... S자 코스로 그들이 안보였다가 다시 보일 무렵, 맨 뒤에 있던 한명이 넘어졌더군요. 빗길에 그만 중심을 잃은거죠. 뒤에서 오는 차에 부딪치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비상등을 켜고 내려보니 자전거는 좀 상한 것 같은데, 다행히 학생은 별 탈 없었습니다. 앞서가던 동행들도 다시 올라오고 상태를 살펴보는데, 넘어졌던 학생이 잘 뒹군 덕분에 다치지도 않고 피 한방울 안났다고 씩 웃네요. 정말 천만다행입니다. 빗길에 내리막길이라면 속도도 꽤 빨랐을텐데 말이죠.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하길래 조심히 내려가라는 인사와 함께 먼저 길을 나섰습니다. 예전 학부시절 때 홍도, 흑산도를 무전여행 비슷하게 다녀왔던 기억이 순간 떠오르더군요. 그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했던지라 지금의 이 친구들처럼 고생까지는 안했지만, 나름 재밌었죠. 그땐 고생이라고도 생각안했고, 그저 친구들과 놀러간다는 느낌이었는데... 지금 하라고 하면 아마 쉽진 않을겁니다. 하여간 힘들지만 고생길을 당당히 택한 젊은 대학생들의 용기가 참 부러웠습니다.


'저기... 이 근처에 물회를 잘하는 집이 어디 있을까요?' 강릉역에서 친절해 보이는 역무원에게 물었습니다. 역무원은 기차에서 내리는 승객들에게 한참 인사하고 있던 중이었죠. 인상좋은 역무원은 '여기서 XXX로 올라가면 장안횟집이라고 있는데, 거기가 맛이 좋습니다' 라고 답해주네요. 덕분에 점심을 어디서 해결할까 하는 고민을 덜었습니다. 바로 내비게이션에 식당 이름 찍고 출발했습니다. 바쁜 와중에 친절하게 응대해준 역무원 아저씨 고맙습니다~~


식당은 횟집들이 모여있는 거리에 있었는데요.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앉았더군요. 물론 물회를 시켰습니다. 오징어와 또 뭐 하나 중에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일단 두개 모두 주문해서, 와이프랑 같이 맛보기로 했죠. 두개 모두 맛있었습니다. 전에 포항에서 물회를 먹었는데요. 포항 물회와 주문진 물회는 좀 다르더군요. 주문진 물회는 회 굵기가 좀더 굵고 좀더 매웠구요. 우모는 두개 다 맛있엇지만, 와이프는 주문진이 훨씬 낫다고 하네요. 어쨌든 현지인이 소개해준 맛집이 인터넷에서 유명한 맛집보다 더 맛있다는 법칙은 장안횟집에서도 통했습니다.

후덥지근한 날씨만 아니었다면 포장용으로 싸갔을텐데 그러지는 못했구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주문진 물회를 먹어볼까 합니다. 글쓰는 중간에도 군침이 여러번 도네요.


이번 여행에서 기대에 못미쳤던 아이템이 바로 바다열차입니다. 일단 기차라서 아기곰이 좋아할 것이고, 바다열차니까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건만,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상품이어서 2% 부족하지 않았나 싶네요. 하지만 나이대가 좀 올라가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한 관광상품이라면 매력도가 올라갈 수도 있구요.

바다열차는 강릉역에서 삼척역까지 왕래하는 기차입니다. 마침 예약한 날 비가 와서 탑승객은 많지 않았네요. 한적하고 비내리는거 좋아하는 우모로서는 여행하기 더없이 좋은 날이기도 했습니다. 기차는 개조해서 바다를 바라보고 앉을 수 있게 되어있구요. 앞줄보다 뒷줄을 높에 설계해서 바다를 보기에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조용하게 바다를 감상하고 싶었는데요. 기차 타면서 내릴 때까지 라이브로 퀴즈도 내고 음악도 틀어주는 방송 덕에 애시당초 계획이 뒤틀려 버렸습니다.


기차길이 바다만 바라보는게 아니고, 좀더 재밌게 여행을 즐기게 하는 차원에서 이런 방송을 기획했겠지만, 바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는 모습도 보면서 기차타고 싶은 사람에겐 그닥 맘에 들진 않았네요. 옆에 일본인 가족도 여행중이었는데, 어차피 한국말을 이해 못할테니 시끄럽기만 했을테구요. 근데 이 가족은 한국을 며칠째 여행중인가 본데 엄마와 서너살 쯤 되보이는 딸은 잠만 자고, 아빠와 초등학교 1학년쯤 되보이는 아들은 졸다 바다 보다를 반복하네요. 안쓰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어떻게 말 좀 걸어볼까 하다가 방해하는 것 같아 냅뒀습니다.

기차는 정동진역에서 사진찍을 수 있는 시간을 주는데, 내려서 보니 예전에 봤던 운치있던 간이역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고현정 소나무만 뎅그렁이 남아있네요. 정동진역에 남아있는 모래시계의 이미지가 이제는 많이 퇴색되어서 드라마의 힘에 의지하지 않아도 사람을 모을 수 있는 정동진역 자체의 매력을 갖추는게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덧글...
강릉역과 삼척역을 왕복하면서 기차방송에서 모바일 퀴즈를 냈는데요. 와이프가 당첨되어서 아기곰 필기도구를 선물받았습니다. 방송이 시끄럽기는 했는데, 뭐 당첨되고 나니 기분은 좋네요. ㅎㅎ



오... 정말 경치 좋다...
와... 속도도 꽤 빠르네...
이거이거 장사 되겠는걸...

이번 여행에서 가족 모두 즐거워한 정선 레일바이크에서 질렀던 탄성들입니다. 철도위를 페달로 밟아 달리는 레일바이크가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더군요. 중간중간 터널도 있어 시원하구요. 무엇보다 강을 끼고 도는 퐁경이 볼 만합니다. 아마 이름이 조양강이었던 것 같은데, 알려지지 않은 강치고는 유량도 풍부하고 깨끗해서 숨겨진 보물을 찾은 듯한 기분이네요.

레일바이크는 경제성이 떨어진 철로를 관광용으로 탈바꿈해서 성공시킨 케이스죠. 미국을 벤치마킹했다고 하는데,코레일의 히트상품이 되어서 지금은 2~3주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우모도 여행가기 전에 서둘로 예약을 했건만, 아침은 매진이고 오후 5시에야 자리가 남았었죠. 결과적으로 해가 기우는 5시여서 레일바이크는 더 환상적이었네요.


레일바이크는 구절리역에서 출발하는데요. 3~4인용은 앞에, 2인용은 뒤에 서있습니다. 다들 자리잡고 앉으면 안내하는 분이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는데 안전성을 강조한 나머지 겁을 많이 주는데요. 장난스럽게 운전하거나 뭔가를 떨어뜨려 줍거나 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위험하지 않습니다. 하도 겁주길래 모자도 벗고 주머니 속 물건도 치우고 마음도 단단히 먹었는데요. 출발하자마자 신바람에 아우라지역까지 7.2km를 한달음에 달렸네요.

아우라지역에는 어름치를 형상화한 카페가 있어 팥빙수를 먹으며 뒤에 출발한 사람들 다 도착하기를 느긋하게 기다렸습니다. 레일바이크 타는 도중에 사진사가 찍은 사진들을 인화해서 파는 코너도 있구요. 있을건 다 있더군요. 마지막 레일바이크가 도착하자 뒤이어 풍경열차가 들어옵니다. 이 풍경열차는 탑승객 뿐만 아니라, 모든 레일바이크를 묶어 다시 구절리역으로 올라가는데요. 아기곰은 신나서 연신 레일바이크도 탔꾸~ 기차도 탔꾸~'를 중얼거립니다.

가족 모두 재밌었다고 한번 더 타보고 싶다고 하네요. 나중에 기회되면 쌍둥이들과 또 올 생각입니다. 그때는 가족용 레일바이크 두대 예약해서 앞뒤로 타고 가면 무척 재미있을 듯 하네요.


화암동굴에서 화암약수로 가는 길에 정선의 유명한 먹거리인 곤드레 나물밥 잘하는 곳을 물어봤더니 고향식당을 알려주더군요. 인터넷에서는 다른 집이었지만, 현지인이 추천한 집이 더 신뢰도가 높을 것 같아 고향식당으로 갔습니다. 고향식당은 화암약수 주차장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도 좋네요.


원래 우모는 나물을 듬성듬성 무친거나 밥과 비벼먹는걸 좋아하기에 곤드레 나물밥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곤드레 나물밥도 맛있었지만, 밑반찬도 깔끔하게 입맛을 땡기네요. 특히 된장찌게는 지금까지 먹었던 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대개 된장찌게는 약간 누런색을 띄기 마련인데, 강원도의 된장찌게는 검은색에 가까운 튀튀한 색을 하고 있더군요. 그렇다고 맛이 짜지는 않구요. 발효된 콩이 씹히지도 않았습니다. 처음 먹어보는 맛이라 물어봤더니 강원도 된장찌게가 원래 그렇다네요. 흠... 이런거 서울에서 팔면 괜챦을텐데...

다행히 아버님, 어머님도 좋아라 하시고, 아기곰도 잘 먹네요. 평소에는 먹거리에 큰 신경을 안쓰는데 여행지에 오면 그 지방의 맛집을 챙기게 됩니다. 그리고 인터넷에 소개한 집보다는 현지인에게 들은 정보가 더 유익하다는 점도 이번 여행에서 알게 되었네요.

덧글...
인터넷에서 뒤져보니 곤드레 나물밥과 의성어인 곤드레 만드레는 특별한 관계는 없다고 하네요. 곤드레 만드레는 고주망태와 비슷한 말이지만, 어원은 불분명하구요. 강원도 산골에서 나는 곤드레에서 유래를 추측할 뿐이라고 합니다. 곤드레는 깊은 산속에서 제멋대로 자생하는데 그 모습이 잔뜩 술에 취해 돌아다니는 술꾼들을 연상시킨 것으로 짐작하는 수준이네요. 만드레는 곤드레 뒤에 붙어 운을 주는 형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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