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의 경기는 객관적인 전력차와 상관없이 은근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그런 재미로 LG전을 기다리는데요. 이번 3연전은 에이스 봉중근이 첫번째 투수로 나온다기에 팽팽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LG에서 유일하게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가 봉중근 아니겠습니까? 이에 맞서는 두산 선발은 차세대 에이스 김명제입니다.

시구자는 바다였는데요. 바다도 두산의 열혈팬인가 보네요. 시구 때도 열정적이더니 응원도 그렇고, 깜짝공연도 그렇고 온몸으로 두산팬임을 입증하더군요. 5회 끝나고 응원단상에 올라오더니 노래 한곡을 열창하는데요. 분위기를 한순간에 올리더군요. 역시 타고난 엔터테이너입니다.  



경기는 좀 어렵게 끌고 갔습니다. 봉중근에게 8회까지 1안타로 끌려갔구요. 시속 147km까지 나오는 강속구에 제구력까지 갖추니 참 쳐내기 힘들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두산이 어디 그렇게 쉽게 물러가나요?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최강두산 아니겠습니까?

승부는 9회부터 시작이었습니다. 김재호의 안타를 시작으로 이종욱의 2루타로 1점을 내고 고영민의 진루타로 1사 3루를 만든 상황에서 김현수의 동점 적시타로 승부는 원점으로 돌렸죠. 그야말로 두산 응원단은 말그대로 열광의 도가니였구요. 3루측은 쥐죽은듯 조용해지더군요.



10회부터 LG는 봉중근이 내려가고 정재복이 올라왔구요. 반면 두산은 이재우가 철통같이 막아줬지요.

그리고 운명의 11회말. 11회는 1번 이종욱부터 시작하기에 충분히 역전을 예감했습니다. 왠지 어떻게 되든 절대 질 것 같지 않은 느낌... 이게 바로 두산의 매력이죠. ㅋㅋㅋ

역시나 2번 고영민이 안타를 치고 나가자 분위기는 술렁대기 시작했구요. 고제트가 도루를 성공시켜 스코어링 포지션으로 압박했습니다. 1사 2루에 김현수, 김동주, 홍성흔의 두산 클린업 트리오로 이어진다면 이미 끝내기는 정해진게 아닌가 싶네요. 문제는 누가 치는가였죠.



이날의 주인공은 김동주였습니다. 김현수가 볼넷으로 나가고 나서 김동주는 정재복의 공을 밀어쳐 역전 끝내기를 이끌어냈죠. ㅎㅎㅎ 역시 김동주는 두산의 자존심입니다. 그리고 어찌나 환호성을 오래 질렀던지 목이 아플 정도였죠. 주위의 응원단도 완전 열광 자체였구요.

개인적으로는 지난 2005년 5월 5일 홍성흔의 끝내기 이후 본 감격적인 끝내기였습니다. 상대가 LG였기에 기쁨은 더했구요. 오늘 승리를 발판삼아 이번 3연전 결과도 스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네요. 참고로 올해 두산은 9승 3패이구요, 연장전 6승 무패입니다. ^_^


두산베어스의 클린업은 우동수에 대한 향수가 있죠. 우즈-김동주-심정수로 이어지는 가공할 핵폭탄급의 클린업이 등장하면 투수들은 기가 죽었더랬죠. 김동주는 리그를 대표하고, 심정수는 삼성의 대표타자, 그리고 우즈는 일본의 대표 용병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그 위력이야 뭐 두말할 나위 없겠죠.

요새는 고동수 트리오가 뜨고 있습니다. 고영민-김동주-김현수로 이어지는 타선인데요. 고영민과 김현수의 눈부신 성장이 있기에 가능한 타선입니다. 고영민은 테이블 세터의 성격이 강한 타자구요. 김현수는 작년까지 2번타자를 맡았었죠. 근데 무럭무럭 성장해서 어느덧 클린업을 맡겨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든든합니다. 이게 바로 두산의 강점인데요. 꾸준히 성장하는 선수가 있다는건 팬으로서는 참 행복한 일입니다.

최준석이나 홍성흔이 제 컨디션을 찾으면 어떻게 될런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두산의 장래를 생각하면 이 두 선수가 제몫을 해주는게 바람직하다고 보이네요.

특히 김현수는 파워를 키우고 홈런수를 늘리면 두산에 부족했던 왼손 거포의 갈증을 해결해줄꺼라 믿습니다. 생각해 보니 두산의 왼손거포는 김형석 이후 딱히 없었네요. 그리고 고영민은 호타준족의 계보를 이었으면 합니다. 수비야 뭐 이미 국가대표급이고, 타율만 좀더 올리고 홈런수를 잠실에서 20개 이상 쳐준다면 더 바랄게 없을꺼 같네요. 잠실구장 20-20클럽은 남다른 의미가 있겠죠?



제목이 좀 그런가요? 어제 한국시리즈 3차전 벤치 클리어링 때문에 다들 민감해져 있는데요. 언론이 지나치게 패싸움에만 포커싱하길래 좀 다른 면도 포스팅 해봅니다.

최근 김동주는 채병용의 데드볼 때문에 기분이 상당히 더러운 상태였죠. 물론 채병용의 공이 빈볼이 아니었다는데 저도 공감합니다. 김동주도 알꺼구요. 다만 선배한테 데드볼 던졌으면 모자를 벗어 미안하다 라고 해야 하는거 아니냐는게 김동주의 주장이었죠.

지극히 한국적인 선후배 문화의 소산입니다. 참고로 김동주는 빠른 76년생, 채병용은 82년생이라네요. 하지만 어쨌든 채병룡은 모자 벗지 않았구요.

둘 사이에 쌓인 감정이 어제 드디어 폭발했습니다. 김동주를 둘러싸고 있는 SK선수들 틈에 누군가 감히 김동주에게 헤드락을 걸고 있죠. 맞습니다. 채병용입니다. 헤비급 타이틀매치 전초전이 벌어진거죠. 여기서는 채병용이 복잡한 틈을 타 어리버리 판정승한 듯 보입니다. 글러브를 발로 차고 방망이를 휘두르는 등 본노가 극에 달한 김동주 모습이 결과를 말해주죠.

사태가 수습되고 나서도 김동주는 분이 안풀린듯 여러 차례 채병용을 향해 손짓했구요. 뒤로 나오라는 메시지 같더군요. 2차전을 다이다이로 붙자 뭐 이런건데요. 아래 관련 글 클릭해 보면 적나라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걸 본 채병용의 표정도 사진에 찍혔어야 했는데 아쉽게도 그 표정은 없네요. 근데 갑자기 타이슨한테 도발하던 최홍만이 떠오르는건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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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달리는 김동주

어제 벤치 클리어링 때 리오스도 맞고 이종욱도 맞았다는 기사도 있더군요. 진위 여부를 떠나서요. 벤치 클리어링은 벤치 클리어링으로 그쳤으면 합니다. 단지 볼거리로 팬들에게 선물해야지 싸움의 기술을 가르쳐줄 필욘 없으니까요.

아울러 김동주와 채병용 프라이드 식으로 한판 붙으면 김동주가 마운트 파운딩으로 이긴다에 만원 겁니다. 싸울 일도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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