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처음 만난 LG와의 3연전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그간 LG전은 재밌긴 하지만 긴장감은 그닥 없는... 그런 경기였는데요. 정말 간만에 긴장감 타는 승부를 봤네요. LG의 성장이 무섭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제 제대로 라이벌이라고 할 만한 경기력으로 LG가 올라와서 다음 경기가 사뭇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라이벌전이라고 하면 두 팀의 순위가 어떠하든 항상 아슬아슬한 승부를 보여야 합니다. 한일전처럼 말이죠. 그리고 라이벌전은 실력보다는 그날의 컨디션이나 정신력에서 승부가 갈려서 경기 흐름이 중요시되는데요. 딱 이번 3연전이 그런 케이스였죠. 첫 경기에서는 김재호가, 세번째 경기에서는 이대형이 어이없는 실책을 범해 무너졌죠. 둘다 경기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실수입니다. 전형적인 라이벌전의 특징이기도 하죠. 덕분에 팬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경험을 했습니다. 다음 LG와의 3연전이 어린이날 시리즈인데 직접 잠실로 출격해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3연전을 보고난 느낌 간략하게 정리합니다.

1. 독기품은 LG... 너답지 않게 왜 그러니?
페타지니가 원래 이런 선수였나요? 작년까지만 해도 장타력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무서운 선수는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지금 페타지니의 모습은 전성기 우즈의 모습을 능가하네요. 1차전에서 3연타석 홈런이라니... 그것도 끝내기 만루홈런은... 정말 아무나 하는게 아닌데... 페타지니가 떡하고 버티고 있으니 LG의 타선이 정말 후덜덜이더라구요. 게다가 정성훈의 날카로운 모습까지 더해져서 이제 LG타선을 얕잡아봤다간 큰코 다칠 듯 싶네요.

하지만 정말 LG가 달라진 모습은 다른 장면입니다. 최동수가 대타로 안타치고 들어갈 때 오버하는 모습... 그리고 안치용이 잘 친 타구가 이재우에게 잡혔을 때 헬멧을 집어던지던 모습... 작년까지 보지 못하던 투지네요. 어딘지 패배주의가 팽배했던 LG와는 다르더라구요.

2. 이용찬의 부활... 너라면 능히 해내리라 믿었다
세번째 경기에서 가장 행복했던건 LG전 승리보다 이용찬이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점입니다. 신인투수가 끝내기 만루홈런을 맞았다면 대개 심각한 트라우마로 슬럼프에 빠졌을텐데요. 이용찬은 씩씩하게 잘 이겨냈네요. 비록 세번째 경기 9회말에서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줬지만, 이진영을 병살로 잡고, 마지막 박병호를 삼구삼진으로 셧아웃시킨 모습은 너무나도 알흠다운 풍경이었습니다. 마치 한폭의 그림같은... 특히 1구와 2구를 안쪽 바깥쪽 직구로 스트라이크 잡고 3구 결정구를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는 점은 그간 약점으로 지적되어온 변화구 제구력이 제대로 먹히고 있다는걸 증명하죠.

이로써 두산은 리그 최강은 몰라도 최고의 구위를 가진 마무리를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경험만 착실히 쌓는다면 이용찬의 묵직한 존재감은 상대에게 공포로 느껴지겠죠. 행복하네요. ^^

3. 김동주의 존재감... 역시 두목은 두목!
김동주가 있는한 두산은 강팀일 수 밖에 없죠. 리그 최강의 파워를 갖고 있다는 점 외에도 선배를 챙기고 후배를 다독거리는 마음 씀씀이 또한 본받을 만합니다. 과거 박경완은 인터뷰에서 김동주만큼 선배 예우 잘해주는 후배도 없다고 하더라구요. 첫 경기에서 끝내기 역전패를 하고 들어오는 후배들을 앞에서 맞아주는 모습은 감동이었죠. 팀의 리더로써 홍성흔의 역할까지 떠맡는 그의 모습에 그저 든든할 뿐이네요.

첫 경기는 김동주가 결장해서 졌지만, 그가 출장한 두번째, 세번째 경기에서 이겼다는 점... 왜 그가 두산베어스의 상징인지 보여준다고 할 수 있죠.

덧글...
LG가 관중수를 제대로 잡기 시작했더군요. 세번째 경기를 예전같으면 만원이라고 발표했을텐데 22,000명 수준이라고 하는거 보니, 지난해 감사받고 나서 정신차린 모양입니다. 그동안 관중수 많다는걸 빌미로 인기구단이라 주장해왔는데, 조작하지 않고도 계속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지켜봐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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