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 최주환에 이어 2009년에 기대되는 곰으로 이성열선수를 선정했습니다. 선정한 이유를 쓰기 전에 먼저 이성렬의 별명이 뭔지 아시나요...? 팬들은 이성열을 '뽕열'이라고 많이 부르시더군요. '유혹의 뽕열'... 이라고도 바꿔 부르기도 하는데, 하여간 이성열의 별명은 '뽕열'입니다. 왜 그러냐구요? 왠지 이성열을 보면 언젠가는 포텐셜을 터뜨려 줄 것 같은데, 그 기다리는 심정이 마치 뽕을 맞은 듯한 느낌이라서 '뽕열'이라고 부른답니다. 어찌 보면 선수의 잠재력을 향정신성 의약품에 빗댄 것인 만큼 기분 안좋을 수도 있는데요. 어쨌든 팬들은 로또 당첨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그의 거포탄생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안되면 말고~

이성열을 두고 여러 코치들이 왼손 거포가 될 자질을 가졌다고 하는거 보면, 분명 신체조건이나 파워는 남다른건 맞나 봅니다. 하지만 하드웨어가 좋다고 베스트셀러가 되는건 아니듯이, 어느 정도 소프트웨어가 착해야 팔리거든요. 이성열은 이 소프트웨어에서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 제가 보는 관점에서 이성렬은 선구안이 좋지 않습니다. 선구안이 안좋다는건 변화구에 약하다는 얘기고, 결국 자신이 원하는 구질을 칠 확률이 적다는걸 의미하죠. 김현수가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자기 스윙을 가져가는건 역시 뛰어난 선구안이 한몫합니다. 이성열은 공을 뒤에서 바라보는게 아니라 상체가 따라가면서 휘둘리기 때문에 제대로 보긴 어려운 폼입니다. 그래서 투수들이 결정구로 낙차 큰 변화구를 많이 사용하죠. 시력이 안좋아서라는 얘기도 있고, 라식 때문이라는 설도 있는데, 어쨌든 프로선수에게 모든건 변명에 불과합니다. 무조건 이번 동계훈련에서는 선구안부터 기르시길 바랍니다. 선구안은 좋은 타자가 되기 위한 옵션이 아닌 필수조건입니다.

또 하나는 낮은 볼에 배트가 허무하게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쁜 선구안의 연장선인데요. 상체를 구부려서 바라보는 탓에 자기만의 스트라이크존을 갖지 못하죠. 아마 변화구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 그런 폼을 가진 것 같기도 한데요. 이승엽이나 김현수처럼 상체를 세운 상태에서 허리와 하체를 이용해 뱃을 돌리는 것과는 달리, 구부정한 폼으로 힘만으로 방망이 휘두르는 스타일인지라 어이없는 스윙이 많습니다. 그래서 삼진도 72개나 되죠. 참고로 볼넷은 26개에 불과하니, 삼진 숫자가 세배에 가깝습니다. 당연히 타자로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구요.

2009 성적
타율 0.218, 216타수 47안타, 2루타 7, 3루타 2, 홈런 1, 29타점, 8도루, 볼넷 26, 삼진 72

이성열은 2008 시즌 중반에 엘쥐에서 넘어왔는데요. 두산은 이성열의 나쁜 폼을 고치기 보다는 일단 한달이라는 짜짧지 않은 기회를 줬습니다. 덕분에 애꿎은 유재웅이 피를 봤구요. 하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이성열은 한달 지난 이후 교체멤버로 더 많이 출전했죠. 두산팬들은 아쉬움을, 엘쥐팬들은 '그것 봐라' 하며 '유혹의 뽕열'에 중독된 두산팬들을 동정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내심 기대를 많이 했는데 실망쪽으로 기울었네요. 하지만 엘쥐시절에 쌓인 나쁜 버릇을 교정작업 없이 한순간에 고칠 수 있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거 아닌가 싶군요. 이성열에 대한 평가는 2009년이 끝난 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성열은 포수를 보다가 외야수로 바꿨고, 이번 동계훈련에서는 1루수로의 전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두산 외야의 경쟁도 치열하지만 내야도 엄청나기에 이성열이 주전자리를 차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네요. 1루수는 오재원이 버티고 있고, 최준석, 정원석도 볼 수 있거든요. 게다가 오재원은 멀티 내야수입니다. 1루 외에는 딱히 볼 수 있는 포지션이 없는 이성열과는 쓰임새가 많이 다릅니다.

이런 생존경쟁에서 이성열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두산의 팀 컬러상 주전은 자기 하기 나름이기에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다만 김경문감독이 빠른 선수를 선호하기 때문에, 선구안에 안정적인 수비만 뒷받침해준다면 기회를 줄 가능성은 크다고 볼 수 있죠. 이성열은 20-20 클럽에 가입할 수 있는 잠재력은 가지고 있거든요. 이게 잠재력이어서 문제지...

이성열이 만약 1루에서 주전 확보에 성공한다면 두산은 큰 힘을 받을겁니다. 김현수-김동주-왓슨의 클린업을 받쳐줄 수 있는 또 하나의 거포가 탄생하는거니까요. 쉬어갈데 없는 타선이죠. 오재원의 똑딱이보다는 분명 파괴력이 느껴지는 타선입니다. 하지만 전제조건은 이성열의 선구안 개선과 수준급의 1루 수비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거포 김동주가 3루에서 버티고 있는 한 거포에 대한 갈증은 크지 않을 수 있기에, 아직까지는 오재원의 주전입성 가능성이 더 커보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이성열은 이번 동계훈련에서 제대로 포텐셜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트레이드 대상이 될 각오까지도 해야 할겁니다. 두산에서 가장 경쟁이 피튀기는 포지션은 유격수가 아니라 1루수거든요. 다른 포지션은 2~3명 정도 경쟁하지만, 1루는 오재원, 정원석, 이성열, 최준석 등 4명이 기본입니다. 여차하면 왓슨이 들어올 수도 있구요. 하여간 '유혹의 뽕열'이 될지 '환희의 뽕열'이 될지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이 포스팅을 훑어보니 이성열을 올 시즌 기대되는 곰으로 뽑아놓고 안좋은 얘기만 쓴 것 같네요. 쩝... 하지만 가능성을 희박하게 봤다면 아마 뽑지도 않았을겁니다. 이성열은 김광림코치의 조련으로 분명히 더 좋은 타자로 거듭나리라 기대합니다. 두산의 치열한 생존경쟁을 거치고 나면 자신이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잘 알게 될꺼구요.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나타나리라 확신합니다. 분명 하드웨어나 근성은 수준급인 선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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