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우연히 본 메트로 기사를 퍼왔다.
역시 세상은 넓고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도 많다.
역시 세상은 넓고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도 많다.
| ||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시베리아 1만㎞ 대장정 광활한 대지를 달리는 열차를 타고 1만㎞의 여정을 만끽하고 싶지 않습니까. 시베리아 횡단. 누구나 한두 번씩은 들어보았겠지만 어떻게 준비하는지, 어떤 경로를 통해 가는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주한 미국 대사관의 공보관으로 재직 중인 전상우씨는 중학교 2학년인 아들과 함께 지난 7월 22일부터 8월 19일까지 인천에서 출발 중국, 몽골을 거쳐 시베리아, 우랄산맥을 넘는 1만km 대장정을 해냈습니다. 메트로 신문은 기차여행의 전문 가이드도 없이 28박 29일간의 횡단을 마친 부자의 여행기를 3회에 걸쳐 싣습니다. 1. 베이징에서 몽골까지 넓고 시끄러운 베이징역, 넘치는 인파와 고함 속에서 외국인들이 많이 모인 곳을 눈여겨 찾았더니 과연 울란바토르행 열차를 타는 곳이다. 울란바토르행 열차는 화요일과 토요일 아침 7시40분에 베이징역을 뜬다. 올림픽 준비로 분주한 베이징에서 출발한 열차가 한 시간 정도 달리면 팔달령 만리장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은 ‘내몽고’라 하여 중국 땅이 되어버렸지만 팔달령을 넘으면 옛 몽골 땅이다. 농경문화의 중국과 유목 기마문화를 가진 몽골의 진정한 경계가 팔달령이다. 여기서 모스크바까지는 평지와 구릉만 이어지는 대평원이 펼쳐진다. ◆ 베이징 인근 사막화 진행 목축을 하던 몽골인과 달리 농경생활을 하던 중국인들이 경작을 위해 초원을 다듬기 시작하면서 베이징 인근은 서서히 사막화가 진행되었으며 그로 인해 모래바람의 피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여기서 보니 봄철 한국에서 겪었던 황사의 위력이 새삼 실감난다. 13시간을 달려 저녁이 되니 언제부턴가 온 열차 안에 연기가 자욱하다.차안의 연기에 가려 바깥 모습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열차는 이미 고비사막을 달리고 있었다. 나중에 보니 연기가 아니라 모래먼지였다. 베이징서 출발할 때부터 열차가 먼지투성이였는데 이제 그 이유가 밝혀진 것이다. 모랫바닥에 그저 철길 두 가닥만 깔아 두었으니 열차가 달리는 속도에 모래먼지가 날린 것이다. 그러나 고생 끝에 달콤함도 있는 법. 왼쪽을 보니 붉은 불덩이가 사막 아래로 넘어간다. 사람들이 모여 사진을 찍느라 난리다. 사방에 펼쳐진 모래 지평선, 직선 운동하는 열차와 시속 50km의 물체가 일으키는 모래바람, 그리고 천천히 넘어가는 붉은 기운. 모래바람에 맞서고서라도 봐야 할 장관이다. 고비사막을 넘는 일몰의 흥분을 싣고 한 시간 남짓 갔을까. 열차가 멈춰선다. 어느새 창문도 열어두었고 모래먼지도 가라앉았다. 맑은 공기라도 쐴까 해서 내리려 했더니 군인들이 내리지 말라는 손짓을 한다. 몽골 국경에 닿은 것이다. 영화 속에서나 보았던 열차 속 출입국 수속이 시작된다. 국경도시에서 멈춘 열차에서 희한한 광경이 눈에 띈다. 열차의 바퀴를 바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울란바토르 역은 몽골 체험을 하러 온 외국인들과 마중하는 현지인들로 어느 역 못지 않게 붐빈다. 옛 소련에 이어 두 번째로 공산국가가 됐던 이 나라는 이제 자본주의를 향해 온몸을 던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가깝게 지내려 하고 우리의 경험을 배우려 안간힘이다. ◆ 칭기즈칸도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 울거나 슬퍼해 적이 눈치채는 일이 없도록 하라.” 이순신 장군이 임종 직전에 한 말로 알고 있는 이 말은 칭기즈칸도 했다고 한다.(‘잃어버린 제국: 몽골의 재발견’ 재스퍼 베커 저, 셉터 출판사 간; 39쪽) 우리와 너무 쏙 빼닮은 몽골인들이다. 울란바토르 관광의 일번지인 수흐바타르 광장과 보그드 칸의 여름궁전 박물관을 거닐 때나 울란바토르 인근의 테를지 국립공원 등을 돌아다닐 때도 입만 닫고 있으면 아무도 우리를 외국인 취급하지 않는다. “이 절은 원래 3000명이 넘는 스님이 기거하는 큰 절이었으나 1930년대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파괴되어 터만 남아있던 것을 3년 전에 복원하였다.” 몽골의 라마 불교 사원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안내문이다. 이 표현마저도 우리와 너무나 비슷해서 묘한 동질감을 준다.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언제 언제 다시 지었다고 하는 우리 절들의 안내문과 같지 않은가. 울란바토르 인근의 몽골은 어디를 둘러보나 초원이 펼쳐져 있는 푸른 바다다. 우리가 ‘평화롭다’라고 할 때 떠올리는 장면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초록의 풀밭에서 풀을 뜯는 양과 소 그리고 말달리는 목동들. 열차에서 만난 서양인들도 ‘원더풀’을 연발하며 녹색 그림에 넋을 잃는다. 이 평화로운 그림이 사방에 펼쳐져 있는 곳이 바로 몽골이다. 평균 고도가 1500m에 달해 쉽게 피곤해지지만, 또 넉넉한 자연이 주는 시원함은 피로를 잊게 하는 회복제이기도 하다. 대자연의 품안에서 살아가는 몽골인들. 그들의 착한 심성을 보면서 자연은 이들에게 또 하나의 선물을 내린 듯하다. * 기차 바퀴를 바꾼다고요? 철길 너비 달라 국경서 교환 표준궤도(4피트 8.5인치)의 중국 철길에 비해 몽골과 러시아의 철길은 너비가 조금 넓은 5피트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의심 많은 러시아 사람들이 혹 이웃나라가 철길을 따라 쳐들어올까 걱정해 살짝 늘려놓았다고 한다. 철길의 너비가 서로 다르니 객차는 가만 두고 아래의 바퀴만 교체하는 것이다. 기관차는 무겁고 번잡해 아예 기관차 자체를 바꾼다. 객차 하나씩 해나가면 몇 시간이나 걸릴 것으로 생각되지만 17량의 객차를 하나씩 떼어 내서 한꺼번에 교환하고 다시 연결하기에 1시간반이 걸렸다. 이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승객들은 객차 안에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안내원에게 말하면 내려서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할 수 있다. | ||
2006-09-28 전상우 junsw@state.go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