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와 장자로 대표되는 도가는 분명 매력적인 구석이 있다. 무위자연이라는 말처럼 물처럼 흘러가는 자연스러운 상태를 지향하기에 현실참여를 권장하는 유가와는 대비되는 면이 있다. 이 때문에 도가는 현실도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내가 해석한 노자의 도덕경은 꼭 그렇지는 않다. 유가의 성인처럼 정치를 하면 안된다는 훈계 자체가 현실에 참여를 하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1장.

道可道非常道(도가도비상도) : 도를 도라고 말하면 그것은 늘 그러한 도가 아니다 

名可名非常名(명가명비상명) : 이름을 이름 지으면 그것은 늘 그러한 이름이 아니다 

無名天地之始(무명천지지시) : 이름이 없는 것을 천지의 처음이라고 하며 

有名萬物之母(유명만물지모) : 이름이 있는 것을 만물의 어미라 한다 

故常無欲以觀其妙(고상무욕이관기묘) : 그러므로 늘 욕심이 없으면 그 묘함을 알고

常有欲以觀其徼(상유욕이관기요) : 늘 그 욕심이 있으면 그 자장자리만 본다 

此兩者同(차량자동) : 그런데 이 둘은 같은 것이다 

出而異名(출이이명) : 사람의 앎으로 나와 이름만 달리했을 뿐이다 

同謂之玄(동위지현) : 그 같은 것을 일컬어 현묘하다고 한다

玄之又玄(현지우현) : 현묘하고 또 현묘하다 

衆妙之門(중묘지문) : 모든 묘함이 이 문에서 나오지 않는가

 

2장. 

天下皆知美之爲美(천하개지미지위미) : 하늘 아래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다고 알고 있다 

斯惡已(사악이) : 그러나 추한 것은 추한 것이다

皆知善之爲善(개지선지위선) : 하늘 아래 사람들이 선한 것이 선하다고만 알고 있다 

斯不善已(사불선이) : 그런데 그것은 선하지 않은 것이다 

故有無相生(고유무상생) : 그러므로 있음과 없음은 서로 생하고 

難易相成(난이상성) : 어려움과 쉬움도 서로 이루며 

長短相較(장단상교) : 길고 짧음은 서로 겨루며 

高下相傾(고하상경) : 높음과 낮음도 서로 기울며 

音聲相和(음성상화) : 노래와 소리는 서로 어울리며 

前後相隨(전후상수) : 앞과 뒤는 서로 따른다 

是以聖人處無爲之事(시이성인처무위지사) : 그러므로 성인은 무위로써 이를 처리하고 

行不言之敎(행불언지교) : 말로 하지 않는 가르침을 수행해야 한다 

萬物作焉而不辭(만물작언이불사) : 모든 일 생겨나도 마다하지 않고 

生而不有(생이불유) : 모든 것을 이루나 가지려 하지 않고 

爲而不恃(위이불시) : 할 것 다 이루나 거기에 기대려 하지 않고 

功成而弗居(공성이불거) : 꿈을 쌓으나 그 공을 주장하지 않는다 

夫唯弗居(부유불거) : 공을 주장하지 않기에 

是以不去(시이불거) : 이룬 일이 허사로 돌아가지 않는다

 

3장. 

不尙賢(불상현) : 훌륭하다는 사람 떠받들지 말라 

使民不爭(사민부쟁) : 사람들 사이에 다투는 일 없어질 것이다 

不貴難得之貨(불귀난득지화) : 귀중하다는 것 귀히 여기지 말라 

使民不爲盜(사민불위도) : 사람 사이에 훔치는 일 없어질 것이다 

不見可欲(불견가욕) : 탐날 만한 것 보이지 마시라 

使民心不亂(사민심불란) : 사람의 마음 산란해지지 않을 것이다 

是以聖人之治(시이성인지치) : 그러므로 성인이 다스리게 되면 사람들은 

虛其心(허기심) : 마음은 비우고 

實其腹(실기복) : 배는 튼튼하게 하며 

弱其志(약기지) : 뜻은 약하게 하고 

强其骨(강기골) : 뼈는 튼튼하게 한다 

常使民無知無欲(상사민무지무욕) : 항상 사람들로 지식도 없애고 욕망도 없애고 

使夫智者不敢爲也(사부지자불감위야) : 지혜롭다고 하는 자들로 하여금 감히 무엇을 한다고 하지 못하게 한다 

爲無爲則無不治(위무위칙무불치) : 무위를 실천하면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다

 

4장. 

道沖(도충) : 도는 텅 비어있다

而用之或不盈(이용지혹불영) : 그러나 아무리 퍼내어 써도 고갈되지 않는다 

淵兮(연혜) : 그윽하도다

似萬物之宗(사만물지종) : 만물의 으뜸 같구나 

挫其銳解其紛(좌기예해기분) : 날카로운 것을 무디게 하고 얽힌 것을 풀어 주고 

和其光同其塵(화기광동기진) : 빛을 부드럽게 하고 티끌과 하나가 된다 

湛兮(담혜) : 맑고 또 맑아라

似或存(사혹존) : 저기 존재하는 것 같다 

吾不知誰之子(오불지수지자) : 나는 그가 누구의 아들인지 알 수 없지만 

象帝之先(상제지선) : 하느님보다 먼저 있었음이 틀림없다

 

5장. 

天地不仁(천지불인) : 천지는 인자하지 않다 

以萬物爲芻狗(이만물위추구) : 모든 것을 짚으로 만든 강아지처럼 취급한다 

聖人不仁(성인불인) : 성인은 인자하지 않는다 

以百姓爲芻狗(이백성위추구) : 백성들을 모두 짚으로 만든 강아지처럼 취급한다 

天地之間, 其猶槖籥乎(천지지간 기유탁약호) : 하늘과 땅 사이는 풀무의 바람통과 같다

虛而不屈(허이불굴) : 비어 있으나 찌그러지지 없고 

動而愈出(동이유출) : 움직일수록 더욱더 내뿜는다 

多言數窮(다언수궁) : 말이 많으면 궁지에 몰리는 법 

不如守中(불여수중) : 중심을 지키는 것보다 좋은 일은 없다


1장과 2장은 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도란 무엇이다 라고 명확히 정의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도라고 오해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배제하는 기법으로 설명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설명법이기도 하다. 일단 언어로 설명이 되는 순간 그것은 언어의 틀에 갇혀 본질과는 다른 의미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김춘수의 꽃이 꽃으로 명명되는 순간 꽃의 본질과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도가가 정명사상과 배치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불가에서도 비슷한 문맥이 등장한다.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연꽃 한송이를 드는 것으로 대신 설법하는 염화미소처럼 말로 설명하는 순간 본질이 아닌 언어에 새롭게 정의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노자는 도라고 하는 순간 도는 도가 아니라고 첫 말문을 연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도는 우주의 진리에 가깝지 않나 싶다. 분명 유가에서 말하는 도와는 다른 훨씬 더 큰 개념이다. 


일단 위의 해석은 대부분 통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의를 달고 싶은 것은 2장과 3장의 성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이다. 문장 구조로 보면 위에서 도에 대해서 설명을 한 후, 是以를 붙이고 성인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다. 즉 是以를 영어의 Therefore에 해당한다고 볼 때, 'A=a 是以 B=b'의 구조는 'A=a이므로 B=b여야 한다'로 해석하는 게 합리적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도덕경의 성인은 유가에서 말하는 성인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성인을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이러이러해야 한다고 성인의 자격을 거론한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런 의미로 3장을 노자의 우민정치로 해석하는데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성인에 대한 자격론은 5장에서도 드러난다. 성인은 편애하지 않는다라고 해석하기도 하나, 인하지 않다, 인자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5장의 첫 글을 보면 천지는 인자하지 않다고 하는데, 만약 천지가 인자하다면 홍수나 가뭄 등의 자연재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즉 자연은 인자하지 않기 때문에 만물을 무심하게 대한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댓구법으로 이어지는 성인도 인자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성인이 갖춰야 할 덕목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는 정치는 이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제자백가가 넘쳐나는 춘추전국시대에 도가가 바라보는 정치관이기도 하고, 유가에 대한 디스로 보여지기도 하다. 도가의 이상적인 정치란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보다는 모든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할 일을 찾아가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해석에 따라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도가의 사상은 정치적으로는 아나키즘, 경제적으로는 자유방임주의에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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